시랍시고
[스크랩] 영등포
지리산자연인
2006. 11. 22. 21:03
노래들은, 눈물들은 왜 온통 거리로 뛰쳐나와 미친 듯이 몸을 섞어야했는지. 너도 이곳에서 모두 보게 될 거야. 사내들 팔을 좁은 골목으로 한사코 끌던 별이 된 저 여자들, 모두가 어떻게 이 세상 길들이 되어 이 곳, 영등포로 흘러 들어왔는지. 질주하는 한 떼의 오토바이, 탄창 가득 손님들을 장전한 총알택시, 지하철도 끊긴 위태롭게만 보이는 도시를 떠나려는 이들을 봐. 봐. 마지막 기회야. 너도 어서 떠나. 그리고 뒤 돌아 보지 마. 돌아보는 순간, 소금 기둥 같은 너의 상처를 결국 보고야 말 거야. 부드러운 시간이 강으로 흐르는 후미진 골목 , 훌쩍훌쩍 울고 서있는 가로등 . 그 아래 한 때는 부드러웠지만 이제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꿈들이, 요의처럼 아무런 단서도 없이 떠오르다가,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고 말 거야. 도로 한 복판을 낄낄낄, 날아 다니는 빈 검은 비닐봉지처럼 너도 쉽게 모든 것이 폭로되고 말 거야. 사람들은 너의 상처를 관람하고, 박수치고, 상처는 자꾸 번져, 우우 번져 결국 긴 흉터로만 남게 되겠지. 변명하지 마. 네 몸에 깊게 새겨진 그 흉터를. 그 곳에 영등포가 있어. 그 곳에서 너도 나처럼. 너의 불쌍한 이반을 만나게 될 거야. |
출처 : 국내 오지촌을 찾아서
글쓴이 : 십이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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