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자연인
2006. 12. 30. 15:12
마장터의 겨울
<그림에 커서를 두면 설명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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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숲길 너머 마장터가 있었다. 짙은 안개가 산을 감추고 굳게 다문 창바위는 짐짓 외로 보고 서 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때는 녹색의 장원이 시절을 물들이고 어느 저녁 뇌성 따라 굵은 물줄기가 발밑을 뒤흔들던 한 세상이 또한 저기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금남로에 총탄이 앃일 때 푸른 잎 곧은 나무는 키작은 철쭉 위로 한가로이 햇볕을 비켜주고 있었고 흰눈 앞 헤이즐럿 커피를 훌쩍이던 나의 인생은 산짐승이 슬피 언 바위틈을 뒤적임을 잊었었다. 백가야, 김가야 세상이 너희를 잊은 사이 너희는 세상을 비켜가는구나. 세상의 헛됨을 비켜가는구나. 우리 모르는 골짜기마다 세월을 여미는 숱한 마장터가 나를 비켜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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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로 들어가는 낙엽송 숲길
 마장터를 가로지르는 시내
 메인 홀
 새벽
 조리실
 그들의 부엌
 버릴 것 하나 없는 살림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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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에서 그들을 속없는 듯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2002년 11월, 그들은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며 얼음장을 깨고 길어온 물로 밥을 짓고, 가끔 얼어붙은 산속길을 한 시간쯤 걸어내려와 5일장에 갈 버스를 기다리곤 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장터로 찾아들어온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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