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스크랩] 뒷산이 주는 선물

지리산자연인 2008. 4. 23. 17:06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한 폭의 병풍그림 같은 가까이 있는 뒷쪽산이

어느새 연초록 빛으로 바뀌었습니다.

머위가 꽃속에 별을 간직한 꽃을 피우던 날부터

봄맛을 만들어 먹는 행복한 마음을 함께 하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잘못 하다간

컴퓨터 속에서 그냥 지나가 버리게 생겼습니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봄맛은 특별해서

포토에 호박씨를 넣던 날 뒷산 양지쪽에 올라가서

고들빼기 냉이 그리고 머위를 뜯어서 저녁식탁을 차려 보았습니다.

호박포토를 해 주시느라 애쓰신 작은아버님과

쌉싸름한 고들빼기무침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서 차렸지요

필리핀에 다녀오면서 사가지고 온 이국술 망고주와 함께 한 봄밥상에

봄나물을 어떻게 무쳤을까요?

고들빼기는 새콤달콤하게

그렇지만 고추가루는 넣지 않고

작년에 새로담은 고추장으로만

겨울을 난 쪽파를 많이 넣어 무쳤습니다.

머위는,  제가 사는 곳에서는 머위대만 먹었는데

작년에 남쪽지방을 다녀 오면서 보니까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무친것이

약간 투박한 촌스러운 맛이 나는것이 괜찮아

들깨가루를 조금 넣고

담백하게 했습니다.

된장을 넣은 냉이국은 향이 좋아

콩가루에 무쳐 마늘잎만 조금 넣어

살짝쿵 끓여 보았습니다.

거기다가 이웃집에서 물고기 튀긴것과

작은아버님께서 가지고 오신 메밀묵을 곁들였더니

봄향이 가득한 훌륭한 저녁식탁이 되었지요.

상큼한 맛도 맛이지만 어른들이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어릴적에 아버지께서 좋아하신다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맨손으로 고들빼기를 캐서

늘 손등이 터져서 봄을 보냈던 유년의 이야기는

해마다 하는 봄 메뉴에 늘 있습니다.

그 며칠후 뒷산에 다시 올랐더니

원추리며 달래가 싱그럽습니다.

원추리 먹는법을 잘 몰라서 작년에 다 버렸다는 둥지님댁에서

시범삼아 원추리를 무쳐 보았습니다.

뜯어 먹으면 더 실한 싹을 내 보내는 원추리.

윗쪽만 뜯으면 억세고 맛이 없습니다.

아랫쪽의 하얀 부분이 먹을 것이 많지요.

고추장과 된장을 반반씩 넣어 들기름을 듬뿍 넣어 무쳤더니

아주 상큼한 봄맛이 났습니다.

올해는 장아찌도 담아 보려고 했는데 일이 바빠 또 못하고 말았습니다.

몇가지 봄나물을 무쳐서 밥을 두그릇씩 먹었습니다.

산들님이 어릴적 어머님이 해 주시던 맛이라고 하였는데

아내 앞에서 다른사람이 한 반찬에 대해 어떻게 칭찬을 하기는 그렇고

이렇게 표현을 하신 것 같습니다.

날마다 식탁에는 봄나물로 저 푸른 초원위에 이지만

어머님이 담그어 주신 모양을 낸 물김치덕에

그래도 그림이 괜찮습니다.

햇볕이 좋은  저녁 무렵

다시 뒷산을 올랐습니다.

포장되지 않은 먼지나는 산길이 좋습니다.

본래는 계획에 없었는데

작년부터 따기 시작하였다는 표고를 보니

생각이 달라져서 몇개 따서 주머니에 넣고

참드릅 개드릅 향기 가득한 먹을꺼리도 넣었습니다.

 

쇠서나물이라고 하는 이 나물은 꽤 맛 있는데

먹는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된장국에 들어가 있는 이것은 느릅나무의 새싹입니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어떤 사람에게 좋은 약이라고하여

좀 따서 말려다 주려고 하는데

아직 어려서 조금만 따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그것만 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

표고버섯과 봄파를 많이 넣었더니

시원하고 깔끔한 된장국이 되었습니다.

참드릅은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개드릅은 고추장을 조금넣고 마늘과 파를 넣지 않고

그대로 무쳤습니다.

이 나물이 위에서 말한 쇠서나물입니다.

고들빼기처럼 생겼는데 털이 많지요

좀 세어지면 엉겅퀴처럼 가시가 되어서 못 먹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집에서 만든 식초와 물엿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상큼하니 무쳤습니다.

이것은 모시대라는 나물입니다.

뜯으면 이렇게 하얀진이 나오지요

하얀진이 나오는 것은 다 먹어도 된다고

할머니에게 배웠습니다.

산에가서 목이 마르면 이 나물을 뜯어 씹어 먹으면

달짝지근하면서 목마름이 사라집니다.

이것은 그냥 양념간장을 해서 찍어 먹었습니다.

잠시 오른 뒷산에서 얻은 봄식탁 어떠세요?

조물락 조물락 몇번에 훌륭한 저녁식탁이 되었지요.

저녁을 먹는 남편의 표정이 행복해 보입니다.

한달내내 이렇게 봄맛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네요~

조금만 움직이면 푸짐하고 상큼한 먹을꺼리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뒷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마도 자연과 가까이 사는 이에게 주는 뒷산의 선물일 것입니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그렇지/백금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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