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마장터에서 지붕하려고 이엉만들때
산속생활이란게...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 낭만과 자유가 있어보이고 자기도 그런 곳에서 자연인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사람들 오두막에서 술 진탕 먹고 잤는데 밤새 쥐새끼가 자기 머리를 파먹어 버리고 하면 황당할겁니다
산속에는 뱀, 말벌도 조심해야 하고... 마장터 같은 경우는 등줄쥐도 있더군요
그리고 오지카페 카페지기님한테 들은 이야기가.. 생각외로 산골오지에 사는 분들한테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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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참 술마시다가 밖에 잠시 물버리러(?) 나갔다 들어왔더니... 분명 조금전까지 몇 사람하고 같이 술마셨는디... 다시 들어오니 실내에 한마리도 없더라는...
그런건 도깨비라고 합니다
누가 술마시고 집에 오는데 어떤 놈이 시비 걸어서 그 놈 두들겨 패고 나무에다가 묶어놓았는데.. 다음날 가보니 나무에 빗자루가 묶여 있더라고... 그게 도깨비지요
지리산 오봉리에서 몇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는.. 예전에 도깨비불이 많았다고... 꼭 흐린 날 밤중에 불빛같은게 한줄로 둥둥 떠다니더니... 싸립문 안으로 휙하고 들어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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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에 처음 들어간건 2002년 7월로 기억합니다
그때 비가 많이 온 후인데 물이 불어 개울을 건너지는 못하고 저 위에 다리를 건너 거기서 길도 없는 곳을 개울 옆돌들을 밟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올라갔는데 그 산속에 참 별천지더군요
그러고선 마장터 위쪽 합수지점 근처에 텐트치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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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태풍 루사때도 거기에 있었는데 밤새 큰 바윗돌들이 쿵쾅쿵쾅하고 떠내려가고 텐트밑에는 물이 차서 출렁출렁하고.. 밤에 자는데 쥐가 들어와서는 제 머리위에 피신했다가 제가 깨니 도망가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정준기아저씨 댁을 가보니... 그동안 살면서 토목공사 해놓았던 것들... 개울에 물을 가두고 목욕할 수 있는 시설과 세수대야 등등이 전부 떠내려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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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텐트 주위에 거기서 밀뱀이라고 부르는 까맣고 좀 이쁘게 생긴 뱀이 텐트 앞에 한번 지나가고.. 두번 지나가고... 그리고 세번 지나가길래 아예 잡아버렸지요
그러고선 아저씨네 화덕을 빌려서는 거기다 구워먹어 버렸습니다
예전부터 산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찌해야 할지 산속에서 뭐 먹고 살지를 몰랐는데 저는 그걸 마장터에서 배웠습니다
경치 좋은 산속에 세상 사람들이 찾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벌도 키우고 산야초도 하면 사람들이 와서 자고 가기도 하고 물건도 팔아주더라는 것
만약 펜션을 지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다른 펜션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하지만 귀틀집 같은거는 하나 짓는데 돈도 그리 많이 들지 않고 그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저 있을때도 여기서 하룻밤 자는데 얼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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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제 아지트를 십이월의 항구라고 하는데 항구는 영어로 haven이고 피난처, 안식처, 폭풍을 피할수 있는 항구 란 뜻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 근심걱정을 잊게 되고 그러면 실제 자기 나이보다도 몇살이 더 젊어 보입니다
언젠가 설악산에 오르는데 뒤에서 나이 드신 남자분하고 젊은 여자분이 올라오시는데...
자세히 보니 부부더군요
남자분은 흰머리라서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여자분은 확실하게 나이가 더 어려 보이더군요
마장터 같은 곳은 평상시 올라가는 데만 45분이 걸리니 마장터에 올라오는 동안에 벌써 근심걱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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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에선 예전에 쌀을 사지 않았다고 하네요
등산객들 밥해주고 하면 어차피 들고 내려가봐야 짐밖에 안되니 가져왔던 쌀하고 부식 전부 놔두고 내려갑니다
또 마장터 오시는 분들이 산속에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 들고오기도 하고 술이 고플 때 쯤에는 술하고 안주 들고 올라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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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에는 주로 정준기아저씨가 계속 거주하니... 사람들이 아저씨를 찾아오는데 아저씨는 혼자서 하기 힘든 일들은 놔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잠시 도와달라고 해서는 일합니다
저는 거기서 오래 있었으니 아저씨 집 주위 토목공사.. 태풍에 다리가 떠내려가니 교각 부분을 아주 튼튼히 만드는 공사 같은 걸 여러 날 둘이서 같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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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는 한겨울에 아저씨가 안 계신데 전에 놀러왔던 두 사람이 여자분을 데리고 눈길을 올라왔더군요
그분들이 잠긴 문을 열고 아저씨 오두막에 들어가 술마시고 놀길래 아저씨하고 친하니 열쇠 있는 곳을 아는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아저씨 말씀이... 거 오두막 썼으면 썼다고 문이 잠겨 있어서 자물쇠 부수고 들어갔다고 말을 하지... 하시더군요
그 이야기 들으면서... 참 이 분 산신령 같으신 분이구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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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는 산에 눈이 많이 쌓여있는데 밤중에 개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나가보니... 집앞에서 등치 큰 바이꺼와 발발이 누르빠로 보이는 놈들이 싸우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녀석들 왜 싸우나... 하고 옆을 보니 거기에 누르빠가...
이크 그럼 바이꺼와 싸우는 놈은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너구리더군요
바이꺼가 아직 어린 놈이고 산짐승은 거의 못 보았으니.. 어쩔까하다가 너구리 등을 확 물어버리더군요
그래서 이 너구리 살아남기는 틀렸다 해서 통속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산아래 집에 갖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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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2003년 3월말쯤 되니 마장터에도 눈이 녹기 시작하는데... 주변에 키작은 소나무나 나무들이.. 눈이 쌓여 있던 높이까지 나무껍질을 누가 다 먹어버렸더군요
그게 겨울에 먹을 것이 없으니 쥐가 다 갉아먹은 거라고 하더군요
한겨울에는 산짐승들도 참 힘든 시기입니다
눈이 일미터씩 쌓이면 노루같은 짐승들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동하기는 힘드니 설피 신고 쫓아가면 잡을수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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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마장터가 그때 설악산국립공원에 편입되고 입구에 공단 직원이 사람 못들어가게 지키고... 또 제가 머물던 집주인하고도 사이가 안 좋아져서 결국 마장터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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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선 이제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정착하자 해서는 지리산 주변 대법원 경매를 알아보다가 사게 된 곳이 현재의 지리산 오봉리입니다
마장터에 있을 때는 추우니 항상 콧물이 흘러서는 봄이 될 쯤에는 코끝이 동상에 걸리더군요
여긴 그정도까지 온도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봉리는 성락건씨가 지은 '연인과 숨어살고픈 지리산'이란 책에 지리산에서 연인과 숨어 살기 좋은 곳 8곳을 꼽았는데 그 중에 첫번째로 나오는 곳으로 예전에 오지였던 곳입니다
그런 곳 임야 3만평을 3400만원 주고 샀으니 아주 싸게 샀지요
순 악산이기는 해도 오두막 몇 채 지을 자리는 다 나오고 제 땅 11000평 이상이 지리산 국립공원에 들어갑니다
여기는 곰도 있고 하늘다람쥐도 있고 강에는 수달, 남생이 같은 왠만한 천연기념물은 다 있습니다
우리 땅 바로 옆으로 계곡도 있구요
물은 샘물을 사용합니다
겨울에 구들만 있으면 산속에서도 춥지 않구요
오봉리는 이제는 도로가 다 있어서 그리 오지도 아니고 오토바이로 20분 정도 나오면 보건소에 마트에 면사무소까지 있고 30분 정도 나오면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급문제나 이웃집들과의 거리도 설악산보다야 낫습니다
단지 마을에 무당(반무당)이 있어서 대화가 안되고(자기 말만 하고 된통 싸우고나서 약속을 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딴소리 하고...) 제가 처음 들어올 때부터 괴롭히더니 아직도 그런다는거
뭐 이제는 그사람 편 들어줄 사람도 없습니다
미니멀라이프라는 것
풍족하게 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그럴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고..
그러지 말고 줄이고 줄여서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산속에서 자연산 산나물, 약초 하고 벌하고 닭 키우고 민박도 조금 하고..
그러면 밥 굶지는 않겠지요
제가 조랑말을 구한 이유도 나중에 석유값이 올라가서 기름값도 부담되면 타고 다니겠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다가 2012년에 카친님 한분이 조랑말 한마리 공짜로 줄테니 키울 사람 찾는다고 해서 제가 바로 손들어서는
그때 제가 당장 말을 키울 여건이 안되니 동네형님이 키우시게 하고 나중에 새끼 낳으면 한마리 받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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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돈을 벌어야 하니 산아래 함양군 운서리에 살면서 계속 일을 벌이고 있는데 나중에 언젠가는 오봉리 산속에서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