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스크랩] 시골집 개조해 사는 김혜경씨 댁

지리산자연인 2005. 12. 30. 16:04
시골집 개조해 사는 초록색 재미

 

진천 백곡면 구수리란 산동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전화도 없이 불쑥 나타나면 놀랄 수도, 당황해 할 수도 있을텐데 하는 염려도 되었지만 내심으로는 갑자기 습격(?)을 하여 그들 가족들이 일요일 한낮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싶었습니다.

날씨는 아주 화창했지만 그것보다 비가와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더욱 앞섰습니다.
보이는 들판들은 오랜 갈증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눈에 띄는 개울이며 저수지는 밑바닥을 다 드러내놓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이나 내일쯤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은 쨍쨍하기만 합니다.

 

백곡초등학교 뒷길로 하여 구수리로 드는 좁은 길가의 밭에는 일요일 학교에 안간 아이들까지 나와 물을 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로 먼지를 날리며 지나가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구수리의 봄빛은 마을 어귀부터 감나무에 주렁주렁 걸려 있었습니다.

나른한 일요일 한낮, 김혜경씨 부부는 뜨락에 가지런히 돌을 쌓고 있다 느닷없는 불청객의 습격에 주저하는 기색도 전혀 없이 진흙이 잔뜩 묻은 손을 흔들며, 특유의 활달함으로 손님을 맞았습니다.

남편 이영건씨는 모자를 눌러 쓴 얼굴에 땀이 범벅이었고 부인 김혜경씨는 밀짚모자에 고무신 차림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창민이는 언제나 맑고 씩씩합니다.
방에서 언제 나왔는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건너방으로 소나기처럼 후두둑 달려갑니다.

 

이내 마당 한가운데 있는, 한옥이 헐리는 곳에 가서 마루판을 얻어와 만들었다는 투박한 식탁 위로 얼음같이 시원한 감잎차가 놓였습니다.

김혜경씨 가족은 재작년 이른 봄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IMF의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였습니다.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과 특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 IMF로 모두들 움츠러들어 있을 때 시골행을 감행했습니다.

20평 정도의 빈 농가와 우사가 있는 대지 267평을 구입하는데 4,800만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채 17평은 살림집, 우사 10평은 사람방 겸 화장실, 욕실로 개조하고 살다 작년말 본 채에 붙여 15평 정도의 황토집을 틈날 때마다 조금씩 두 부부가 손수 지었습니다. 벽체도 방바닥도 울퉁불퉁하고 투박하지만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분위기 있고 정감 가는 집입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남편 이영건 씨는 서울시청 앞의 회사까지 약 100㎞를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새벽 6시에 집을 나가면 사무실에 7시 30분 이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서울서 살 때와 출퇴근 시간은 거의 같지만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차를 소형으로 바꾸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창민이는 800m 거리에 있는 백곡초등학교까지 매일 걸어서 등하교를 합니다.

김혜경씨도 이곳에 오면서 생활이 많이 변했고 많이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아들 창민이가 다니는 학교의 특별학급교사로 일주일에 몇 번씩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주변의 학생들에게 미술개인레슨을 해줍니다.
최근에는 도자기 가마를 하나 구입해 생활 도자기를 만들고 또 천연재료를 이용한 옷감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하는 일이 더 많고 더 바쁩니다.

남편 이영건 씨는 방송설비 엔지니어입니다.
그는 시골생활을 위해 틈틈이 도자기 공부를 했고 귀농학교를 다니는 등 농부로 이곳에 정착할 준비를 꾸준히 해두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중천에 있던 해는 벌써 지붕 끝에 와 걸려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집단장 시간을 반나절이나 빼앗은 불청객의 미안함에 주인은 "쉬기 위해 하는 일이고 일하려고 쉬는 것"이라며 손을 내젓습니다.
그리고 김혜경 씨는 부엌으로 달려가 비닐봉투를 하나 들고 나옵니다.
직접 만든 된장이고 간장이라며 손에 들려 줍니다.

팔이 뻐근할 정도로 묵직한 무게의 정(情)이 담겨 있었습니다.

구수리를 나설 때 바람결에 빗소리가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대로 곧 해갈의 소나기가 들판 가득 한바탕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 김혜경씨 댁 : 043-532-9396


 
출처 : 블로그 > 흙집마을 | 글쓴이 : 비즈니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