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

[스크랩] [펌] 농가고쳐살기2

지리산자연인 2006. 1. 3. 23:32
[농가고쳐살기] 가평군 설악면 한호숙씨 집
 

강원도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 한호숙씨 집

“현대식 초가삼간에서 삽니다”


홍천강 기슭에 사는 한호숙씨는 허물어져 가는 구옥을 굴피집으로 새단장했다. 기둥과 서까래를 고
스란히 살려내 옛날 칸살을 유지하고 필요한 부분은 옛집에 덧붙여냈다. 마굿간으로 사용하던 헛간
은 개조해 사랑채로 바꾸었다. 한씨 집에서 찾은 농가주택의 참모습.


▲ 구옥의 뼈대만 이용해 다
시 짓다시피한 한씨의 농가
주택. 30평 짜리 본채와 13
평짜리 사랑채로 이루어져
있다.

▶ 본채는 5칸 짜리 구옥에
2칸을 붙여 개조했다. 기단
을 구옥보다 50m 가량 높여
배수문제를 해결하고 집의
규모도 커보이게 했다.
몸채에 붙인 칸은 다른 방
보다 더 크게 만들고 구들
장을 깔았다.


새마을 운동으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던
초가집. 지붕은 슬레이트로,
함석으로 바뀌어 갔지만 뼈
대는 굳세게 남아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런 농가주택이 시련을 맞고 있다. 외국산 목조주택과 보급형 농촌주택이 농가주택의 명맥마저 끊
으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산 값에 반해 구옥
이 있는 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

 


▶ 전망이 좋은 방에는 넓은 고정창을 설치했다. 환기창에는 띠살문짝을 창문을 달았다.


귀농 위해 10년전 땅 사둬

한호숙씨가 미사
리 구옥을 구입한
것은 10년전이다.

가평군 설악면 소
재지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미사리
땅을 산 것은 장
기적으로 귀농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평당 5만원이라는 헐값도 선뜻 구입하게 된 원인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땅은 사두었지만 막상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집 지을 비용을 마련하는게 쉽
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조주택으로 40평만 지어도 1억5000만원은 가져야 했기 때문에 차일 피일 미
루어왔다.


◀ 날개채에 붙인 화장실 칸. 용변은 물론 세탁까지 할 수 있도록 널찍하게 냈다.


그러던 차에 황토를 곱게 바른 벽에 너와를 올린
농가주택을 보고 나선 구옥을 개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개조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너와건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뼈대를 그냥 세워둔 채로 황토벽을 세
우고 너와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뼈대가 살아있다고 '살'만 입히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좀먹고 썩은 뼈대는 쓸 수가 없
었기 때문이다.

또 낮은 기단은 높여야 했고 화장실과 부엌공간은 새로 내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
옥을 헐어내고 쓸만한 뼈대를 추려냈다.

 

 

▲ 나무와 황토로 바닥을 마감하고 황토벽난로를 세워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옥은 'ㄱ'자 집으로 몸채 3칸, 날개채 2칸 등 모두 5칸으로 된 집이었고 마굿간으로 사용하던 건
물이 남아 있었다.

기둥과 보, 서까래를 추려내니 기존 재목의 3분의 2 가량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재목을 깨끗이
닦고 마름질하는 동안 집터 높이는 작업을 했다. 구옥의 경우 대부분 마당과 비슷한 높이로 짓기
때문에 배수에 문제가 생기고 집이 왜소해 보인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50cm 정도의 기단
을 쌓았다
.


▶ 굴피를 올린 지붕. 비용은 많이 들지만 예스러움은 내는 데는 그만이다.


집 규모도 5칸 짜리 기
존 구옥으로는 부족했
기 때문에 양쪽으로
한 칸씩 늘여 붙였다.

몸채에 붙인 칸은 기
존 구옥의 칸살 보다
넓게 내고 구들장을
깔아 황토방으로 만들
었고 날개채에 붙인 칸
은 화장실용인데 용변은 물론 세탁도 할 수 있도록 널찍하게 냈다. 화장실 옆칸에는 부엌을 들였다.

구옥을 개조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곳이 화장실과 부엌이다. 외부에 있거나 외진 곳에 있던 화
장실과 부엌을 쓰기 편리한 곳에 가져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고치면서 고민을 한 것은 천장 부분이었다. 반자를 설치하자니 천장고가 낮아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지경이고 안하자니 난방과 미관의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결국 천장을 노출시키되 서까
래를 깨끗이 다듬고 지붕에 올리는 흙을 두텁게 바르기로 했다.


◀ 마굿간 자리에 지은
사랑채. 마굿간에서 나
온 고재 일부를 다른
곳에서 구입해 온 고재
를 이용해 귀틀집으로
지었다.



천장 높이기 위해 서까래 노출시켜

드나드는 문짝은 기존
의 외짝짜리를 떼내고
양쪽에서 여닫을 수 있
는 문짝을 구입해다 달
았다.

창문은 전망이 좋은 방
에는 고정창을 달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띠살문을 응용해 직사각형의 창문을 냈다. 집의 벽마감은 황
토벽돌을 사용했다. 인방과 인방 사이에 흙벽돌을 채워 넣었는데 바깥쪽은 줄눈으로 멋을 내고 안쪽
은 미장을 했다.

이 집을 고치면서 돈이 많이 든 부분은 지붕이다.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올렸기 때문이다. 굴피는
그 자체로도 방수 효과가 있지만 미덥지 않아 비닐 쉬트와 합판을 깔아주었다.

마굿간으로 사용하던 건물은 헐고 귀틀집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 사랑채 용도로 꾸민 이 건물은 다
른 곳에서 뜯어온 고재를 이용해 지었다. 옛날 집의 도리와 기둥을 이용해 벽체를 올렸다. 다만,
고재둥에서 들보로 사용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해 요즘 나오는 적송을 사용했다.

사랑채는 나무와 황토로 바닥을 마감하고 황토 벽난로를 설치해 카페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집을 개조하면서 든 비용은 평당 200만원선으로 본채를 고치는데만 6000만원 가량 들었다. 이 가운
데 지붕을 올리는데 1500만원이 들었다.


▶ 구옥을 굴피집으로 새단장한 한호숙씨.


이렇게 삽니다

"팔베고 누우면 별유천지가 여긴가 합니다"

개조를 시작해 본채의 벽이 완성된 3월, 새로운 볼거리
가 하나 생겼다. 집 뒤 서까래 밑에 왕벌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밤톨만 하더니 금방 주먹만 해졌다. 햇볕이 따가와지자 벌의 수가 늘어나면서 벌집도 뒤웅박
만했졌다.

"처음엔 짓다 말겠지 했어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거예요. 무섭기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
을 쏠까봐 떼어버릴까도 했습니다."

한씨가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동네 어른들이 영물이라고 애지중지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이렇게 생각
지 않은 즐거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집 앞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펌프장치 없이 끌어다 쓰는 것도 전원생활의 특권이고 고목이 된 살
구나무와 집 뒤 복바위를 훼손하지 않은 것도 농가를 개조했기 때문에 얻은 수확이다. 한씨는 마굿간
을 개조해 만든 사랑채를 카페처럼 꾸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제공할 생각이다.

"고쳐 놓고 보니 너무 그럴 듯 해요.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는 가족들만의 공간으로 이용할 생각이
었는데 너무 아깝잖아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해 즐기게 할 생각입니다.."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