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릉나무 꽃
동물과 식물은 자신의 종족 번식을 위해 상호 협력관계를 지속한다.
귀릉나무는 그 상호작용에 관해 긴 사색의 기회를 준 나무다.
들꽃을 찾아다니다 보면, 도감이나 관련서적을 통해 잘 아는 식물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그 식물의 이름이나 특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에서 일이 밀려 밤 늦도록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끝내거나 간식으로 때우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동료가 다가와 인근 식당 이름을 대면서 고기를 먹으로 가자는 권유를 받을 때가 있다.
고기를 먹는다는 말에 바쁜 업무를 밀쳐두고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은 육류를 언제든 먹을 수 있고, 집에서도 고기를 먹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 먹자는 친구의 권유를 떨치지 못하는 걸 보면 굶주리던 시절의 경험이 원인이 된 것
같다.
고기를 대단히 귀중한 음식으로 여겼던 과거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고기 먹자는 권유를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먹고 살기 힘들 때,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귀릉나무 열매(6월)
8월초
귀릉나무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있다보면
지나는 사람들 중에 열명중 세명은 인사겸 말을 걸어온다.
그런데 그 첫마디와 두번 째 말은 모두 똑같은 질문이다.
첫째는 "이게 무슨 나무입니까?" 라고 나무 이름을 묻는다.
그 다음 질문은 "이 열매 먹을 수 있어요?가 된다.
인류는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이제까지 존재하지도 않던 새로운 식물을 육종교배하기도 하고, 돌연변이를 조작하기도 한다.
암수의 교배없이, 몸 세포 일부를 증식시켜 2세를 만드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생명 연장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식 일면에는 여전히 농경 이전 채집시대의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귀릉나무 열매가 익으면 사람들은 나무이름을 확인하려고 하고,
다음으로 열매의 식용여부에 관심을 보이는 데서 확인된다.
식용 여부에 대한 관심은 열매를 채집하여 먹고 살았던 아득히 먼 과거 기억의 잔상이라 할 수 있다.
8월중순
8월말
산속에서 이 나무와 열매를 맨 처음 마주쳤을 때
나무에 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었고 물어볼 곳도 없었다.
나무 이름이 궁금했고, 열매의 식용 가능여부에 관심이 생겼다.
나무열매를 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이제까지 읽어온 동식물에 관한 모든 지식과, 진화에 관해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본 적이 있다.
이 나무 열매는 향기가 나고 먹음직스럽다.
열매에 독이 있다면 열매를 먹은 동물은 중독되거나 다시는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동물이 열매를 먹지 않는다면 나무는 자신의 종자를 퍼뜨릴 수 없게 된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종족번식을 위함인데 독이 든 열매를 맺는 것은 종족보존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이 나무 열매는 먹을 수 있다.
백설공주 나오는 공주를 잠에 빠뜨린 독 사과는 외부에서 독을 주입한 사과일 수는 있어도
자체적으로 독 성분이 든 사과나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 나무는 종족번식이 불가능하게 되어 진화과정에서 멸종하게 되기 때문이다.
8월말, 전형적인 모습
동물들은 열매를 먹고 배를 채워 생명을 이어가지만
과육을 먹은 댓가로 먼 곳에 가서 씨앗이 든 배변을 보게 되며 나무의 2세를 퍼뜨려준다.
동물과 식물이 상호간에 도움을 주는 관계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는 상호 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이 유대는 더욱 강화되어 상대에게 더욱 유리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과일은 과육이 더 많아지고, 한 나무에 더 많이 열리고, 향기롭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덜 익은 과일의 경우는 다르다. 덜익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는다.
동물이 덜 익은 열매를 따 먹으면 나무의 종족 번식은 불리하다.
덜익은 과일을 따먹지 못하게 하는 방어기제가 필요하다.
동물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배탈을 일으키게 한다.
덜 익은 과일은 동물에게도 불리하다.
들판에서 만나는 야생 과일이 잘 익은 상태이고 향기롭다면
이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따 먹히기 위해서다.
여인의 경우에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