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주의 생태이야기] 장릉에서 만나는 ‘숲속의 요정’ 버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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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동물도 아닌 독특한 존재 버섯,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니 동물인 것 같고,움직일 수 없으니 식물인가 싶지만 버섯은 생태계의 마지막 분해자로서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만약 버섯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쯤 생물들의 사체로 뒤덮혀 몸살을 앓고 있을 터이니 버섯은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순히 버섯을 먹느냐 못 먹느냐, 독버섯이냐 아니냐 하는 편협한 생각으로 갈라놓아 버섯과 더불어 자연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사실 땅 속은 곰팡이들의 천국이고 땅 속 미생물의 20~40%는 버섯 같은 균류가 차지하고 있단다. 전세계적으로 버섯의 종류는 약 2만 여 종이 된다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 여 종의 균류가 보고되었다고 하는데 알려진 것이 그렇다 뿐이지, 해마다 천 여 종의 새로운 균류가 발견된다고 하니 우리 곁에 모습을 드러내는 버섯은 극히 일부인 것이다.
숲에 비가 내리면 숲속의 여기저기에서 버섯의 축제가 시작된다. 춥고 더운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식물상이 다양하고 풍부한 덕에 장릉숲의 버섯도 백 여 종쯤 되지 않는가 싶다. 버섯은 다 제각각 제 좋아하는 곳이 다 따로 있어서 어떤 것은 고목에 어떤 것은 나무 그루터기에 또 어떤 것은 숲 속 땅 위, 습지, 풀밭, 길가, 심지어 동물의 배설물, 곤충의 몸을 뚫고 나오는 동충하초 같은 녀석들도 있다. 장릉숲에서 백 여 장 가까운 버섯 사진을 찍었지만 정확한 동정을 받지 못해 모두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쉽게 볼 수 있는 버섯은 꾀꼬리버섯, 말불버섯, 구름버섯, 혀버섯, 흰둘레줄버섯, 목이, 망태버섯, 목도리방귀버섯, 갈색먹물버섯, 고무버섯, 노란다발버섯, 졸각버섯, 광대버섯, 굴털이, 치마버섯 정도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기로는 망태버섯이 으뜸이다. 생김새가 망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시골에서 쓰는 망태처럼 그물 꼴 모양을 한 모습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발아를 시작한 후 3~4시간 만에 모든 성장을 마치는데 마지막에 그물이 퍼지는 모습은 마치 낙하산이 퍼지듯 순식간에 퍼진다. 장릉숲 매표소 오른쪽 풀밭을 눈 여겨 보면 요정들이 치마를 펄럭이며 내려앉은 것 같은 망태버섯을 볼 수 있다. 장릉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사과 포장지인 줄 알고 주워버리려고 다가섰다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나 흙 속에 제 몸을 숨긴 채 자기에게 알맞은 환경이 돼야 비로소 몸을 드러내고, 순식간에 일생을 마치는 버섯을 보고 있으면 주어진 환경이 불리할 때도 아무 소리없이 기다려줄 줄 아는 기특한 생물이란 생각이 든다. 수명이 짧기로는 먹물버섯을 따라갈 수 없다. ‘하룻밤버섯’이란 별명처럼 나온 지 하루 만에 사그라들면서 썩는 버섯이다. 발생한 지 몇 시간도 안 돼 ‘전설의 고향’ 처녀귀신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모양을 하고 녹아 내리고 마는데 짧은 생애지만 제 할 일은 훌륭히 다 해 내고 일생을 마친다.
하나의 버섯이 태어나려면 많게는 약 700억 개의 포자가 바람에 날려 그 중 하나가 수십억 분의 일의 확률로 버섯이 될 수 있다 하니 사람이나 버섯이나 한 생명으로 태어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포자가 퍼지는 모습이 신기한 것으로는 말불버섯이나 목도리방귀버섯이 제일이다. 마치 방귀를 뀌듯,혹은 화산이 폭발하듯 폭! 폭! 포자가 피어 오를 때면 아이들은 ‘까르르까르르’ 웃어대며 재밌어 한다. 말불버섯은 포자 퍼지는 모양 말고도 아스팔트도 뚫고 나오는 괴력을 가진 버섯으로도 유명하다. 아스팔트의 부서진 조각이나 제 몸무게보다 무거운 흙덩이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놀라운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신비로울 뿐이다. 버섯의 생김새가 골프 대에 골프 공 올려 놓은 모양처럼 생긴 것도 숲 길을 걷는 우리 발길에 차이기 좋게 되어서 더 많은 자손을 퍼뜨리려는 생존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버섯은 우리에게 맛과 향기가 뛰어난 식품으로 때론 약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줬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른 생명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 대신 죽은 것을 분해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고마움을 갚을 줄 아는 버섯! 이처럼 자연의 순리를 잘 활용하는 버섯이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옷이 젖어도 좋다는 단순한 각오면 버섯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바로 우리 지척에 있다. 비에 흠뻑 젖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 내리는 여름숲길에 들길 청한다. 여름숲 자욱한 안개 속에서 거미줄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과 눈맞춤 하고,내리는 빗물에 온 몸을 맡기고 있는 버섯과 눈맞춤 하는 것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사족: 그 동안 장릉숲의 생태를 초본, 목본, 곤충, 새, 버섯 등 다섯으로 나누어 엮어보았다. 나의 지식과 경험이 일천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인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글을 꾸려간 이유는 내 작은 가슴으로 느껴 온 자연에 대한 애정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져 자연과 좀 더 가까운 친구가 되고 그것을 계기로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우리가 이 땅의 풀과 나무, 곤충과 새, 버섯들을 하나 둘 가슴에 담는다면 그것이 바로 아낌없이 주는 자연에 대한, 준 것 없이 받기만 하는 자연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될 것이다. ☞임은주 씨는 풍무동에 살며 김포의 자연·생태·환경에 대해 사랑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출처:김포뉴스 |
출처 : 오지를꿈꾸는사람들
글쓴이 : 야만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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