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철썩이는 바다위로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한가롭다. 유람선이 지나간다. '끼륵
끼륵~' 갈매기가 유람선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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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동백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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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오동도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김똑순(51)씨의 말이다. 똑똑해서 부모님이 똑순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단다. 전북 정읍에서 언니와 동생이 함께 왔다고
한다.
오동도 다리를 지나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엄인섭(75) 할아버지를 만났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올해로 40년째다. 한평생을
오동도에서 사진사로 보낸 터줏대감이다. 한때는 잘 나갔단다. 60년대만 해도 오동도에 사진사가 16명이었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현재는 3명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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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게 인생이라며 먼 바다를 응시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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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사진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병풍바위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네가 아이를 등에 업고 뛰어내리려는 것을 간신히 설득해서 구해준 일이 어제 일처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단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한 떨기
동백꽃인양 생을 마감하려 했던 그 여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하단다.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내뱉곤 가슴을 쓸어내린다. 처음에는
목숨을 구해준 할아버지에게 앙탈을 부리며 한참을 원망했다고 한다. 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여인은 아이를 보듬고 젖을 먹이더란다. 모진 게
인생이라며 먼 바다를 응시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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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 미련없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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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사진기술 외에 별다른 재주가 없는 할아버지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나이에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아직껏 눌러 앉았단다. 밥벌이가 안 돼도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나온다. 옛날에는 사진 찍으며 오동도 관광 안내도
도맡아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돈벌이도 잘돼 재미가 좋았단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고 장구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놀았단다. 박 정권 때 자연보호법이 발효돼 정화사업 실시로 그런 놀이문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오동도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표정이 밝다. 담소를 나누며 호쾌하게 웃으며 오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동백꽃을 닮은 빨간 행복이 묻어난다. 동백 숲으로 들어섰다.
바다에 넘실대는 물결들도 바람과 함께 오동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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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6일 오동도의 동백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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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동백꽃이다. 활짝 핀 선홍색의 붉은 동백 한 떨기가 환하게 웃고 있다.
꽃잎 안쪽에는 노란 꽃가루가 묻어있다. 숲 속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어울려 살고 있다. 울창한 동백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딴 세상인 듯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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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다. 활짝 핀 선홍색의 붉은 동백 한 떨기가 환하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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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사라져가는 풍란 자생지 복원 시범구역이 보인다. 용굴에 이르는 나무계단을
따라가면 툭 트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바다는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자꾸만 갯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아주머니 일행이 갯바위에서
멋있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열중이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김향년(51)씨는 동백꽃을 본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순진했어요."하고 대답하자 일행들이 파안대소를 한다. "나무가 컸어요. 동백... 그렇게 큰 나무는 처음 봤어요"라고 대답한다. 등산동호회
'미모회' 회원 6명이 함께 왔단다. 남편들은 미모회를 미숙한 어머니들의 모임이라고 놀려댄단다. 김씨는 미모가 빼어난 아름다운 어머니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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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년씨가 동백꽃처럼 활짝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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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오동도 등대에서 해돋이 이정표가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17계단 내려서면
시누대가 아치를 이루는 환상적인 터널이다. 입구에서 시작해 70m를 내려가면 해돋이 감상에 아주 좋은 장소가 있다. 오동도 등대 상공에는 갈매기
두 마리가 선회 비행을 하고 있다. 만선 깃발을 휘날리며 항구로 돌아오는 배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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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등대 상공에는 갈매기 두 마리가 선회 비행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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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동백꽃을 배경으로 채연이네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자~ 채연이 아빠
보고... 채연아 만세!" 아이의 시선을 돌리려 애쓰는 아빠와 그의 가족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엄마와 함께 미소 짓는 채연이의 얼굴에는 살포시
미소가 번진다. 지압로 옆에는 동백과 함께 한겨울을 지낸 털머위의 넓적한 잎이 유난히 푸른빛이다. 오동도의 애틋한 전설을 담은 비석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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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의 애틋한 전설을 담은 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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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방파제로 향했다. 오가는 파도의 어루만짐 때문일까. 갯바위에 붙은 석화의
빈껍데기에서 하얀 윤기가 난다. 바람 부는 방파제위로 연인이 어깨동무를 하고 다정하게 걸어간다. 유람선은 갈매기의 길 안내를 받으며 가고 있다.
갯바위 여기저기서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오동도를 즐겨 찾는다는 강태공 전파(47)씨가 노래미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제법 씨알이
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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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를 즐겨 찾는다는 강태공 전파(47)씨가 노래미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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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오동도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아주 많다. 꽃구경도 하고, 유람선도
타고,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안보고 가면 후회할 진짜 멋진 오동도의 명물 음악분수가 있다.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제8회 여수오동도
동백꽃 축제도 열린다. 오동도의 새롭고 멋있는 참모습을 본 즐거운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