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전부치는 맨드라미

지리산자연인 2007. 7. 10. 08:52
전부치는 토종 맨드라미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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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꽃맨드라미-산채원 촌장)


어제 전주 처제 결혼식에 다녀온 뒤 동네 친구 어머니께 전 부쳐 먹는 토종 맨드라미가 없느냐고 여쭈었다. 있다고 하신다. 한 두 포기는 줄 수 있다고 했다. 딱 한 포기만 주시라고 했다. 


안도의 숨을 쉬었다. 불과 몇 십 년 전엔 남부지방 집집마다엔 살림집치고 가죽나무 한두 그루와 초피나무 한 그루, 맨드라미는 기본이었다. 그 흔하던 작물이 이렇게 귀해지니 내가 안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몇 차례 수소문 끝에 얻은 희소식이었다.


친구네는 추석 때 해마다 예전 그 맨드라미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년 11월 귀향 했을 때 분명히 큰댁에 있던 걸 보았던 터였다. 봄에 싹이 트면 몇 개만 뽑아오면 양을 늘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달포나 지났을까, 막상 큰집 마당에 가보았다. 옆집사람들은 빈집 마당을 일곱 집이나 제 텃밭으로 만든 양심불량자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콩을 심는다며 제초제를 마구 뿌린 통에 한 개도 남지 않고 죄다 말라 비틀어 죽어있다. 화가 치밀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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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어머니가 집 앞에 내려놓고 가신 맨드라미-산채원 촌장)

 

두 달 만에 승호네에 그게 아직 남아 있단 말을 들었다. 5시 쯤 일어나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자요?"

"아뇨, 아짐 저 화장실에 있어라우."

"아침 일찍 웬일이세요?"

"어저께 말한 맨드라미 각고 왔는디..."

"저, 못 나간께 거기다 두�쇼. 고맙구만이라우." 

"알았어라우. 여러 개인께 땅에다도 심고 화분에 몇 개 심어 놓더라고. 글고 밖에 화분이 여러 개 있더구만. 두 개만 주싯쇼."

"예, 가져가셔요. 살펴 가시구요. 감사합니다."


붉다 못해 선혈이 곧 터져 나올듯한 찬란한 수탉 벼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자주색 꽃맨드라미는 그냥 보는 걸로 족하다. 내가 오늘 아침에 구한 잎이 얼룩덜룩한 식용 맨드라미는 이제 우리들 어머니, 할머니들에게도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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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 포기나 된다. 산채원 포지에 심어야겠다-산채원 촌장)

 

뒷밭에 마당에 시멘트를 깔아서 없어지고, 풀 매기 힘드니까 제초제를 뿌린 통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또 하나의 나물 종자를 얻었으니 이 아니 기쁠쏘냐. 한 뿌리도 좋고 열 뿌리도 좋다. 종자 한 알이어도 좋다. 수 백 수 천 년 약초로 나물로 먹어왔던 소중한 자산을 하나 더 추가한 아침이 무척이나 즐겁다. 이렇게 늘여가다 보면 곧 200가지에 도달하리라.


벌써 쌀쌀한 가을이 기다려지는 건 마당에 숯불 피우고 솥뚜껑 걸어서 화전을 부쳐 먹는 그 시절이 그립기 때문이다. 하여 난 행복한 하루를 맞았다. 흐릿한 여름날 아침 밭으로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