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지리산둘레길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

지리산자연인 2012. 4. 22. 13:14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

 

지리산에 대한 감성적인 예찬론에서 벗어나 있는 김석봉 님의 글은 댐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수질관리대책
 자체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댐건설의 허구성을 구체적 자료와 함께 적시하고 있습니다. 논문형 글쓰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글을 통해 지리산댐 건설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되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원고를 제공해주신 김석봉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낙동강 물관리정책의 문제점과 지리산 댐

김석봉(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Ⅰ. 들어가며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수질개선기획단을 설치하여 4대강 수질관리대책을 수립해 왔다. 1998년 한강
수질대책을 수립한 정부는 1999년 낙동강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1999년 10월25일 정부는 <낙동강수계 물관리 종합대책> 시안을 발표했고, 그렇게 작성된 시안으로
해당지역에서 순회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시안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점들이 하나 둘 밝혀지자 경남을 필두로 부산,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공청회를 거부하였다. 정부 또한 문제점을 받아들여 새로운 대책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1999년 12월 최종 확정안을 발표했으나 문제점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향후 정부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하고, <낙동강 물이용 조사단>을 구성, 구체적인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조사단 구성은 해당 지자체에서 추천한 전문가와 정부 관계부처에서 추천한 전문가,
 환경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모두 24명으로 구성되었다. 조사단은 <갈수기 유지용수 조사반>
<취수원 다변화 조사반> <오염총량관리제 조사반>으로 나누어 각 8명의 조사단원이 그 책임을 맡기로
하였다. 현재 조사단은 조사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2000년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Ⅱ. 정부 확정안의 문제점 

ⅰ) 용수수급전망과 수자원 총량예측

정부의 낙동강수계 물관리 종합대책 시안 및 확정안에서 장래 용수수급전망을 아래 표와 같이 예측하고 있다

위 표 2-1은 환경부에 의해 예측된 것이고, 표 2-2는 건설교통부가 참여하는 수자원개발계획에서 전망한
것이다. 환경부는 2011년에 연간 2억2천만톤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건설교통부는 2006년에 연간
5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 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건설교통부는 2011년 낙동강 수계에서
모두 2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용수수급전망이 이처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건설
교통부의 수량확대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장차 낙동강수계에 많은 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ⅱ) 물 사용량 과다 계산

정부는 용수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하고 있다. 정부의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 확정안을 참고하면 용수수요
증가율은 1996년에 비해 2011년 약32.2%가 증가하고, 인구증가율은 1996년에 비해 2011년에 약 11.8%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증가율에 비해 용수수요량을 과다하게 산정한 것이다.
 

이 증가율을 1인당 물사용량으로 산정하면 부산은 96년 406ℓ, 2001년 419ℓ, 2006년 434ℓ, 2011년 448ℓ를
사용하는 것이다. 1996년 이후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405ℓ∼409ℓ로 거의 정체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물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하는 것은 수요관리를 사실상 포기하고 계속해서 공급확대정책으로
일관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곧 낙동강수계에 많은 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ⅲ) 불합리한 재정운영계획

정부는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8조4천5백여억원의 재원조달구조를 마련했다. 정부가
발표한 낙동강대책 재원별 재정소요를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위 표 2-7에서와 같이 수자원개발 예산은 전액 국고 일반회계로 확보하면서 수질개선에 필요한 재원은
지방양여금, 지방비, 민간자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낙동강 수질개선사업을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댐건설 등 수자원 개발에 낙동강대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ⅳ) 총량관리제도의 문제점 

정부의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에 의하면 오염물질총량관리제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오염물질총량관리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를 기준으로
오염물질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동강은 하천수 수질기준인 BOD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낙동강 하류지역은 유속이 거의 없어 호소수에 가깝고, 또한 낙동강의 주요 오염원이
 BOD로 잡을 수 없는 유해화학물질이란 점을 감안해서 COD(화학적산소요구량)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에서 발생하는 각종 조류와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서는 총질소,
총인을 규제항목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Ⅲ. 지리산 댐 계획의 실상

ⅰ) 지리산 댐 계획의 배경

부산시는 낙동강 수질이 나빠지면서부터 줄곧 낙동강을 대체할 수 있는 상수원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그러던 중 1996년 대구 위천국가공단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낙동강 수질개선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여
 대체상수원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7년 9월 10일 신한국당과 건설교통부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부산지역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갖고 부산지역 시민들의 상수원확보를 위해 함양군 문정댐과 산청군 천평댐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98년도 정부예산안에 타당성조사비 50억원을 반영하기로 결정하였다.

 

ⅱ) 지리산 댐으로 낙동강을 살릴 수 있는가

다음은 건설교통부 홈페이지 <효율적인 물관리 조직체계>의 내용이다.

2000년대 물부족에 대비하여 수량확보를 위한 댐건설과 홍수예방을 위한 제방축조는 본질적으로
건설교통부의 고유한 <개발행정>임. -중략- 댐 방류량을 늘려 하천 수질을 개선하는 것은 근본대책이
안됨.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희석용수 공급댐을 건설하게 되면 하수처리장 건설에 약 20배의 사업비
소요. 생활, 공업용수도 부족한데 댐방류량을 늘려 수질개선하는 것은 낭비. - 하략 -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서 발췌

현재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에서 정부는 지리산 댐을 비롯해 낙동강수계에 6개의 다목적 댐 건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이 댐의 기능을 갈수기 낙동강 본류 수질개선을 위한 <갈수조정댐>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 물이용 조사단>은 갈수기 유지용수 확보방안으로
기존댐 최적화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기본 방침은 기존 댐의 물을 수질
개선을 위해 방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갈수기 하천유지용수를 늘리기 위한 댐 건설은
예산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낙동강 종합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댐 건설계획이
갈수기 낙동강 본류 수량을 확보하여 수질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ⅲ) 낙동강수계 계획 댐의 개요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1999년 12월에 작성한 <낙동강수계 댐 입지 타당성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지리산 권역에 문정댐과 천평댐이 위치한다. 문정댐은 높이가 107m로 소양강댐 다음으로
 높은 규모이면서 지리산 북부지역 수계권 수량 전부를 담수하게 된다. 문정댐은 특히 지리산
백무동계곡과 칠선계곡 초입까지가 만수위선으로 댐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생태계 파괴가
대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천평댐은 지리산 동남부지역 수계권 수량을 담수하게 되는데, 중산리계곡과 거림계곡 초입까지
만수위선으로 설정되어 이 또한 지리산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게 된다.

ⅳ) 낙동강 수계와 지리산권역 계획 댐의 위치

아래 그림 4-1은 낙동강 수계 기존 댐과 예정된 댐의 위치를 나타낸 것이고, 그림 4-2는 지리산
경남서부지역 기존 댐과 예정된 댐의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 의하면 낙동강 지류는
물론이고, 지리산 권역은 지리산을 댐으로 포위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그림 4-1 및 4-2 생략)

Ⅳ. 낙동강 수질개선=지리산 댐 백지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낙동강 수계에 댐을 건설하여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허구이다. 낙동강 대책 중 댐을 건설하는 분명한 이유는 장래 수량부족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댐 완공시기를 2010년으로 잡고 있으며, 2011년 5억톤의 수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부족한 수량을 확보한다는 계산 아래 댐 건설계획을 진행시켜 왔다.
따라서 낙동강 수질개선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댐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할 것인가. 다음 몇가지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ⅰ) 낙동강을 생태적으로 건강한 강으로 복원시키는 사업 

현재 낙동강은 강의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낙동강은 거대한 배수로로 변해버린 것이다. 낙동강대책
정부확정안도 낙동강을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으로 복원시킬 계획은 담고 있지 않다. 낙동강 물이용
조사단의 활동목표 또한 수질을 기술적으로 개선하거나, 수량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늘려보겠다는
조사기능이 전부다. 따라서 낙동강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복원시킬 중·장기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ⅱ) 낙동강 수변습지를 정비하여 녹색댐 기능 강화 

낙동강 하안은 대규모 경작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제 이 경작지를 정비해야 한다. 이 경작지를 낙동강
평균수면을 정비하여 수변습지식물이 자라게 해야 한다. 수변습지식물은 많은 양의 수량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동댐 하류지역의 수변습지를 정비하면 대형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큰 수량확보 효과가 있을 것이다.

ⅲ) 낙동강 수계권 밖 용수관리제도 정비

낙동강은 수계권 밖으로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다음 표 4-1을 살펴보면 수계권 밖으로
공급되는 낙동강 용수이용 흐름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은 수계권 밖으로 많은 수량을 공급한다. 그 결과 하천유지용수의 부족을 초래하게 되었고,
갈수기에 수질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국토개발계획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수계권 밖 산업도시는 많은 량의 용수를 공급받으면서도 재활용제도나 중수도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댐을 건설하려는 예산으로 이 지역에 대해 수자원 재활용과 중수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ⅳ) 수자원관리기구 일원화와 수요관리중심의 수자원정책 추진 

한국의 수자원 관리기구는 매우 복잡하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거나 광역상수도사업을 맡고 있고, 환경부는 주요 하천에 대한 수질관리를 맡고 있으며,
지자체는 지방상수도사업과 지방하천을 관리한다. 게다가 농업기반공사는 농업용 저수지와 관개수로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한전은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산업자원부는 공업용수확보를 위한 수량관리를 하고 있다.

  이 모델은 그동안 한국의 수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수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된 새로운 기구가 있어야 한다. 발원지에서부터 상하수도, 농·공용수와 생활용수의
 수질·수량을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Ⅶ. 마치며 

지리산 댐 계획은 한국 수자원의 미래에 대한 경종이다. 지리산 댐 계획은 어찌보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생리적 습성에 맞는 보잘것 없는 하나의 개발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당장
가시화 되었고,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와 국립공원 1호라는 점에서 지리산 댐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국의 수자원정책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지리산
 댐 계획은 수시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낙동강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변한다면 어느
 누구도 지리산 댐 계획의 철회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지리산 댐 계획을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몇 가지 사업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첫 번째가 한국의 수자원관리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수자원은 인간이
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수질을 가져야만 수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수자원은 인간이
이용할 수 없는 수량이 더 많다. 수자원관리정책의 변화 없이 미래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리산 댐 계획을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낙동강 대책이 수질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상류·중류·하류지역간의 낙동강 문화·생태공동체를 복원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사회환경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