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터의 추억 2
마장터가 겨울에 눈구경하기에는 진짜 좋은 곳입니다
그때도 서울사람들 눈구경 가자~~ 하고는 몇이서 차타고 마장터 찾아오고 하더군요
저때는 한겨울에 산속에서 별로 할일이 없으니 에스키모 집이나 하나 만들자 해서는....
삽으로 눈을 한군데 모아서는 그 안으로 굴을 팠습니다
그러면 잘못하면 자다가 눈이 무너져버릴거 같은데... 저 에스키모집이 3월까지도 거의 멀쩡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마장터에서는 4월 10일경은 되어야 그나마 다니는 길에 눈이 좀 녹습니다
2002년 12월 9일 상황
눈이 엄청 내려서는 처마까지 덮어버렸네요
눈이 좀 더 많이 왔으면 집을 덮어버렸을겁니다
산속에 고립되었는데... 보급품은 적고...
저 창은 나무에다가 비닐로 된 비료푸대 잘라서 붙인 것입니다
저렇게 집지으려면 돈은 거의 안 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집은 귀틀집이라고 해서 강원도 산골에서 통나무를 우물 정자로 쌓아 올리고 나무 사이에는 황토를 바른 것입니다
그리고 지붕은 굴피를 쓰거나 억새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런 집들이 운치도 있어보이고 좋은데...
저런 집은 쥐도 들어오고 지네도 들어오고 잘못하면 뱀까지 들어옵니다
저는 지리산에 또 오두막을 짓게 되면 철골로 골조만들고 샌드위치 판넬을 두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하수구는 땅속으로 들어가게 하고는 드릴로 구멍을 좀 뚫어줍니다
그래야 지네가 안 들어옵니다
시골집에서 집안에 지네가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는 닭요리를 해서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놓고는 샌드위치 판넬에 열반사지를 붙이고 지게차용 파레트 비슷한거 안에다 황토를 채워서 벽을 만들고 적당히 편백나무로 벽을 두를 생각입니다
한국 사람들 아파트 한채 마련하느라 평생 뼈빠지게 일하는데 뭐하러 그러는가? 하는 생각 종종 합니다
산골에서는 하나 짓는데 돈 얼마 안 들거든요
저야 용접 기술이 없고 그런건 사람 시켜야 하지만 구들 만드는거나 전기공사는 직접 하면 됩니다
뭐 친한 지인들 불러다 강제노동 시키는 거라... 술값이 많이 들겁니다
아니면 구들만들기 체험행사도 좋구요
10평 정도면 두식구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 없고 한두평짜리 작은 구들방 만들어 놓으면 겨울에 춥지도 않고 난방비가 거의 안 듭니다
불은 실내에서 땔수 있게 하면 겨울밤에 불 지피면서 아궁이에 돼지고기 굽고 술한잔 하기에도 좋습니다
구들 놓을때는 아궁이 밖으로 연기가 적게 나오게 하는게 기술입니다
저런 식으로 눈이 내리고 조금 녹고... 다시 쌓이고... 하면 지붕위에 쌓인 눈이
시루떡 비슷하게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겨울에 저리해서 눈이 계속 쌓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분명히 지붕위에 쌓인 눈무게가 몇톤은 될텐데... 저러다 지붕 무너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어느날 바람이 엄청 불던 날에... 쿠구궁 하고는 무슨 집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데요
아 드디어 저 낡은 집이 무너졌구나... 하고 나가보니...
나무가지에 쌓여 있던 눈들이 땅에 떨어지면서 그런 소리가 나더군요
귀틀집 구조가 저렇습니다
저리 허술해 보이는데도 신기하게도 지붕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제가 살았던 귀틀집은 구조가 부엌으로 해서 방안에 들어가게 되어있고 부엌 한쪽에 장작을 쌓아두게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 부엌에 바람이 들어올 구멍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억새 같은거로 구멍을 많이 막았는데 종종 산새들이 구멍으로 들어와서는 나가는 구멍을 못 찾아서 헤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때는 계속 쫓아가면 맨손으로도 산새를 잡을수 있었습니다
겨울에 아궁이에 불을 때는데 불이 붙으면 아궁이에 장작을 가득 넣고 거의 다 탈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번 더 장작을 가득 넣고 아궁이 입구를 적당히 막습니다
그리 불을 때면 다음날 저녁에는 불을 안 때도 그냥 잘수가 있었습니다
아궁이 옆에 놔 둔 물은 그리 구멍이 많았어도 얼지 않았구요
그리고 부엌안에 장작을 보관하는데 실내외의 온도차이가 있으니 거기다 놔둔 장작은 금방 마르더군요
불을 땔때... 바람이 불고 하면 연기가 아궁이에서 나와버리는 경우도 있고 아궁이 주변에 나무 부스러기가 많으면 불이 아궁이를 기어나와서 불이 날수도 있습니다
2002년이 가고 2003년이 되어서는 눈이 일미터씩이나 오는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 아래로 보투(보급투쟁)을 어쩌다 한번씩 내려오는데... 용대삼거리에 가게가 있어서 하루는 거기서 물건을 좀 사는데 아주머니가 저기 부식차가 왔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가보니 고등어가 있길래 고등어 두마리 3000원에 사서는... 맨날 산속에서 이름 모를 찌개에 밥 먹다가 진짜진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투 나올때는 소주 두병 (1.8리터짜리)을 사서 배낭에 넣고 올라가는데... 오랜만에 보는 소주라 마시고 싶어도 술취해서 산에 올라가다가 집에 도착못하고 동태되는 사태가 발생할수 있어서
좀 참고 소간령(작은 새이령) 고개마루에 도착하면 그때 배낭에서 꺼내 병나발을 불다가 집으로 갑니다
집에 가면 불부터 때고... 잣나무 솔갈비에 불붙여 화덕에 던져 넣고 낙엽송 숯을 붓고 부채로 부치면 숯에 불이 잘 붙습니다
그거로 밥하고 찌개합니다
제가 마장터에서 지내다가 집에 불낼뻔 한 적이 여러번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십이월의항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곧 설이네요 (0) | 2020.01.22 |
---|---|
강아지가 자꾸 사고치네요 (0) | 2020.01.18 |
마장터의 추억 (0) | 2020.01.13 |
여름 송이! 올 여름도 따뜻~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0) | 2019.07.02 |
부상 (0) | 201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