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틀집

[스크랩] 비나리마을 귀틀집

지리산자연인 2005. 12. 31. 21:48

 

봉화 비나리마을 투박해서 멋있는 손수 지은 귀틀집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마을 꼭대기에는 눈에 띄는 집 한 채가 있다.

이곳은 친환경 농업을 하기 위해 귀농한 윤길학 씨의 귀틀집이다.

집을 지어 본 경험이 전혀 없던 윤씨가 부인 이명자 씨와 함께

직접 지은 이 집 구석구석에서는 부부의 손길이 배어난다.


웬만한 집을 짓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평당 수백만 원이 되는 요즘 세상에

천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집을 지었다면 누구라도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하지만 집을 생활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소박한 형태로 짓겠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이 윤길학 씨(58·경북 봉화군 명호면)의 말이다.


윤씨는 750여만 원 들여 집을 지었다.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울려 나름대로의 멋이 배어나는 귀틀집이다.

 

경북 봉화군 비나리 마을 꼭대기에 지은 그이의 집은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통나무 집이 어디예요?”라고 물으면 누구라도 가르쳐줄 정도로 마을에서는 꽤 유명하다.

통나무를 이용해 지어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통나무 집’으로 더 알려져 있단다.


윤씨가 이곳에 온 것은 1998년.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농사에 뜻을 두고 부산에 있는 귀농 학교를 졸업한 윤씨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해발 350m 되는 이곳에 정착했다.

 

하지만 가장 시급했던 것이 살림집이었다.

윤씨는 마을에 있는 신부의 집에서 기거하며 집 짓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앞산의 낙엽송을 사들여 직접 베어 나르고, 다듬어 말리는 데에만 2년 정도의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집을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던 윤씨였지만

지붕을 올리는 작업만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나무를 준비하는 일은 물론이고

흙을 치대고 벽을 쌓는 과정 하나 하나를 부인 이명자 씨와 했다.


“농사철에 공사를 하다 보니 집을 지으려고 하면

농사일이 눈에 아른거리고, 농사일을 하고 있으면 집 짓는 일이 더 급한 것 같고….

농사일 하며 집 짓느라 공사 기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이렇게 부부의 힘으로만 집을 짓는 데에 걸린 기간은 넉 달.

자신들은 농사일 하며 집을 짓느라 오래 걸렸지만,

집 짓는 일에만 전념할 경우 한 달 정도면 완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윤씨의 집은 15평. 방 두 칸에 부엌과 거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장실은 건물 바깥에 재래식으로 만들어 인분을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실을 실내에 두는 편리함보다는 농사 지으며 급할 때마다 실내로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이 훨씬 더 커 화장실은 바깥에 있는 것이 낫다는 게 윤씨 부부의 생각이다.


윤씨 부부가 집을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흙 치대기.

그래서 집을 짓겠다며 견학을 오는 이들에게는 꼭 흙을 미리 준비하되, 직접 하지 말고

기계를 사용해 치대라고 조언한단다.

이렇게 하는 것이 힘과 시간도 덜 들고 경제적이라는 것.

흙을 치댈 때는 석회와 볏짚을 섞는데, 석회는 습도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윤씨는 천장에 나무를 촘촘하게 얹고

사이를 흙으로 메운 다음 샌드위치 패널을 덮고 아스팔트 싱글로 지붕을 씌웠다.

이렇게 집을 짓는 데에 들어간 비용은 평당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또한 집 짓는 데에 필요한 갖가지 연장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란다.


“꼭 필요한 방과 부엌만 만든다면 누구라도 지을 수 있어요.

흙집은 완공된 뒤에도 공간을 늘리거나 형태를 바꾸기가 쉬워요.

하지만 집을 짓기 전에 꼼꼼히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미리 계획을 잘 세워야 힘도 덜 들고 경비도 절약되거든요.

특히 나무는 그늘에서 잘 말려야지,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공사가 끝난 뒤 나무가 갈라지거나 뒤틀려 애를 먹어요.”


귀틀집은 통나무를 정(井)자 형태로 쌓아가며

나무 사이의 틈을 흙으로 발라주는 방법으로 짓는다.

윤씨는 같은 방법으로 하되, 내벽과 외벽을 따로 쌓고 벽 사이에 흙을 메워가며

작업을 해 벽 두께만도 40㎝나 된다.

벽이 두꺼운 덕분에 추운 지역인데도 추위가 덜 하다고.

난방에도 신경을 써 안방에는 구들을 놓고 작은 방과 거실에는 장작 보일러를 설치했다.

안방 구들을 놓을 때는 책을 참고로 꼼꼼히 공부해 가며 작업했단다.

 

집을 짓기 전 ‘개집’하나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던 윤씨 부부의 첫 작품(?)인

이곳은 거실 바닥이나 방바닥이 매끄럽지 않고 방문 틀도 꼭 맞지 않는다.

직접 만들었다는 부엌의 수납장도 반듯하지 않고,

메주 말릴 때 사용하기 위해 벽마다 걸어 놓은 나뭇가지도 어설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러한 투박함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평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윤씨 부부의 귀틀집을 개성 있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이러한 투박함과 소박함이라는 것을 집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지 않을까.

 

봉화 비나리마을  윤길학씨 자택   054-673-8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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