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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태주택 흙집연구하는 목천 조영길의 아주 특별한 삶 |
“우리가 사는 집 중에서 10%만이라도 흙집 세상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에 사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던 시절부터 그는 오로지 흙집만을 고집했다. 현재 전라남도 화순에서 흙집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는 조영길씨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차로 10분가량 구불구불한 흙길을 달려 도착한 그곳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일단 휴대폰의 안테나가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세상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눈앞에는 흙과 나무로 지어진 집이 스무 채 남짓 펼쳐졌고, 주위를 둘러싼 푸르른 소나무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자연 속에 묻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껴지는 곳에 목천흙집연구소가 있다. 짓기 시작한 건 20여 년 전이다.
당시 용인에서 살던 그는 이 사회에서 샐러리맨이 내 집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했다. 1년을 고생해 1천만원을 모으면 집값은 두 배 이상 뛰었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어 돈을 모아도 집값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내 손으로 내 집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사막에서 사는 원주민들의 생활을 봤다. 그리고 척박한 사막에 꿋꿋이 서 있는 흙집을 발견했다. 순간 ‘아.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정말로 흙집을 짓기 시작했다. 우리 선조들은 흙으로 자기 집을 직접 지었지 다 지어진 집을 사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그러던 것이 집을 짓는 주재료가 흙이 아닌 시멘트와 철근 등으로 바뀌면서 일반 사람은 직접 지을 엄두를 못 냈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그들이 무슨 힘과 기술이 있어서 직접 집을 짓겠어요. 다 마음이고 정성이죠.” 일단 용인 근교의 집 중에서 빈집들을 돌아다니며 집을 부수는 작업을 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흙집을 부수며, 역으로 집 짓는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벽을 부수며 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공부하고 지붕을 부수며 지붕을 어떻게 덮어야 하는지를 알아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집터를 잡는 것이었다. 집 짓는 것을 배우려고 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오히려 업자들이 ‘뭘 배우려고 해. 그러지 말고 나한테 맡겨. 싸게 지어줄게’라고 했지 몇 날 며칠을 따라다녀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직접 알아보기로 했죠.
한창 공부할 때는 용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빈집이 있다고 하면 그곳까지 찾아갔어요. 흙집을 공부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죠. 이렇게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배우다 보니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처음에는 무거운 재료들을 어떻게 옮겨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흙집의 원리를 알고 직접 짓기 시작하니 걱정은 사라졌다. 흙집을 짓는 데는 흙과 나무 그리고 집터를 잡을 때 사용하는 돌만 있으면 나머지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내와 둘이서 돌을 주워다 쌓고 흙과 소나무로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드디어 6개월 만에 흙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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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집을 마련했다는 것에 행복했고 성취감도 느꼈죠. 그 집은 지금도 누군가 살고 있어요. 5평짜리였는데 지금의 흙집에 비하면 부족한 게 많죠. 지금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웬만한 문제점은 거의 다 보완했는데 그때는 배우면서 지은 집이라 엉성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강원도 횡성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그가 용인을 떠난 것은 신도시 개발로 인해 그의 집 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찼기 때문이다. 평소 남들과 똑같은 삶을 원치 않던 그는 처음 흙집을 지은 후 흙집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흙집을 짓고 부수며 계속적인 연구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생태주택으로서 흙집이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자리할 것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보다 넓고 쾌적한 곳에서 흙집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1기에서 19기까지 원생들이 초급 강의를 듣고 직접 흙집을 지어 보기도 했죠. 기초 강의는 한 달이면 되는데 이때는 흙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흙집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의 이름들을 공부하죠. 그러니까 초급반을 들으면 흙집에 대한 이론은 깨우치는 거예요. 그후에 정말로 흙집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은 실습을 통해 자신이 직접 흙집을 만들어봐요. 그럼 이론으로 배운 것을 눈으로, 손으로 경험했으니 그후에는 진짜 자기 땅에서 자기 흙집을 짓는 거죠.” 사는 이들도 있고, 그중에는 경치 좋은 곳에서 음식업과 숙박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전국에는 목천흙집공법으로 지은 흙집이 4백여 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조영길씨는 흙집 짓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라 할 수 있다. 그의 흙집공법이 절정에 이르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된 곳이 바로 강원도 횡성이다. 그러나 조영길씨는 현재 전라남도 화순에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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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도 점점 도시화가 되더라구요. 흙집은 생태주택이기 때문에 자연과 어우러져 빛을 발해야 하는데 콘크리트 속에 묻혀버리니… 아쉽죠. 그리고 땅값도 엄청 비싸져서 이젠 흙집연구소 원생들이 흙집을 지을 땅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원생 중 한 명이 ‘선생님, 제 고향이 전라남도 화순인데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라고 해서 여행 삼아 와봤죠. 근데 와보니 흙집을 짓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새로운 ‘흙집세상’을 열었죠.” 그리고 5천여 평의 땅에 흙집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날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흙집을 지어 현재 21채가 완성된 상태다. 이중에는 목천흙집연구소의 원생들이 실습용으로 지어놓고 간 것들도 더러 있다. 이 모든 흙집들은 주말이면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서울을 비롯,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때로는 정원 초과(?)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는 1백20여 명의 여행객이 몰리기도 해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대부분인데 가끔씩은 장기 투숙 여행객도 있어요.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죠. 암 수술을 받았거나 암 판정을 받은 분들. 흙집이 건강에 좋다는 건 웬만한 분들은 다 아시잖아요. 여행객 중에는 ‘흙집 좋은 거 몸으로 경험해보겠다’며 밤새 술을 마시고 늦게 방에 들어가는 분들도 있어요. 대부분 아침에는 ‘거뜬하다’며 방을 나서죠. 흙집 좋은 건 잠을 자본 사람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흙집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다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까지 조영길씨가 완성한 수십 채의 흙집 가운데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단 한 채도 없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 21채가 펼쳐져 있는 흙집세상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깎아놓은 표정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승들까지도 그녀는 사랑과 정성으로 아끼고 보살핀다.
하지만 요즘은 가까운 분들에게 “흙집 좀 지어달라”는 주문이 이어진다는 것. 흙집은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도 바꿀 수 있고, 공간 할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살 사람이 직접 만드는 게 좋죠. 아무리 그렇게 설명해도 요즘 부쩍 흙집 지어달라는 이들이 늘었어요. 20여 년 동안 남의 집은 한 번도 안 지어줬는데 요즘 한두 채 지었어요. 얼마 전에는 독일에 사는 교민한테서 ‘흙집 좀 지어달라’는 연락이 왔을 정도예요. 그런데 흙집 짓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만 있으면 온 가족이 함께 우리가 살 집을 손수 지을 수 있어요. 그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앞으로도 흙집 연구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한다. 흙집 만드는 것은 일인자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주택의 10%만이라도 ‘흙집’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친환경적인 생태주택이 점점 늘어나는 일,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2년제 흙 건축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실습을 위해 지어진 흙집은 사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한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흙집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는 조영길씨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도 흙과 닮은 듯하다. 그는 흙집을 지으며 자신의 인생도 함께 짓고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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