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비올라의 농사강좌

지리산자연인 2006. 5. 12. 21:19

비올라는 거의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난다. 시골사는 사람에게 그게 무슨 자랑거리겠는가만 적어도 비올라에게는 엄청난 변화이다. 서울살 때 평균 취침시간은 새벽 2시였다. 5분거리에 직장이 있던 터라 8시 30분 가까이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출근하곤 했다. 그런데 삶의 패턴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역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새벽에 밭에 나가 휘~~ 한번 둘러보며 작물들에게 인사하고(그렇다고 감자 한줄기 한줄기, 옥수수 한포기 한포기에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는 또라이 짓은 안한다) 하루 할당량 만큼의 밭은 매어준다. 비올라는 밭은 5등분하여 매일 한 부분씩 밭을 맨다.(하루는 예비일이고 일요일은 쉰다) 그래야 일도 편하고 제대로된 소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작업속도가 단축되고 있다. 전에는 10분하고 50분 쉬었는데 이제는 1시간은 쉼없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매일 하냐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귀농하지 마시라. 와락 힘한번 쓰고 몇일 쉬는 스타일은 농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일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농사 짓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제부터 비올라식 감자밭 매는 법 강좌를 시작한다.

 

 

지난 주 비가 많이 오더니 잡초가 많이 자랐다. 이거 일주일만 두면 뿌리가 깊어져 밭매기 정말 힘들다.  풀을 맨다고 호미로 하나하나 뿌리채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집앞 텃밭에나 어울리는 일이다. 일도 더디고 신체구조상 구부릴 수 없는 까닭에 지레 포기하게 된다. 그럼 또 고라니나 토끼가 튀어나오겠지....


 

비올라가 애용하는 도구는 괭이이다. 앞이 삼각형으로 된 괭이로 쓰윽 긁어서 멀칭한 한 쪽으로 쌓아 올린다. 비닐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뿌리를 뻗을 수 없어서 잡초가 제어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 매번 같은 방향으로 흙을 쌓으면 나중에 비닐 벗기기가 불가능해 진다. 첫번째 주에 왼쪽으로 했으면 다음주에는 오른쪽으로 쌓아주어야 한다. 이때 왼쪽에 자란 풀들은 힘없이 끌려오게 된다. 이리 저리 괴롭히면 자연스럽게 제어된다.


 

오늘의 할당량을 모두 끝마친 밭이다. 평균적으로 20고랑하는데 2시간 가량 필요하다. 한 주 건너뛰면 아마 5시간쯤 필요할 것이다. 그 다음주에는 포기하고 예초기를 들게 되겠지....


 

'지리산 공비'님께서 감자 알이 잘아서 창피했다는 글을 쓰신 적이 있다. 물론 비올라도 같은 경험을 했었다. 올해 싸부님께서 알려주신 비방을 공개하겠다. 감자를 심고 한달쯤 지나면 줄기가 무척 무성해진다. 한 구멍에서 서너개, 심한경우 예닐곱개의 줄기가 뻗어나오기도 한다. 이건 감자를 심을때 눈이 너무 많은 상태로 심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감자 씨알이 잘아지고 상품성(?)이 없게 된다. 따라서 감자 줄기를 1~2개만 남겨놓고 모두 제거 해주어야 한다. 어물어물하다가 많이 늦은 상태에서 줄기를 제거했다. 줄기가 너무 커지면 제거할 때 뿌리까지 딸려나오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작은 줄기는 그냥 뽑아도 뽑히는데 큰 줄기는 땅위로 나온 부분을 잘라내야 뿌리가 다치지 않는다.

 

사진을 급조한 터라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사실 어제 줄기 제거 작업을 했는데 너무 지쳐서 사진기를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을 경우, 일주일 후 2차분 작업할 때 세심히 찍어서 올려드리겠다.(열화와 같은 성화가 없을 때는 그냥 비올라만 알고 지나갈 것이다 !!!)


 

작년에 했다가 실패했던 곁가지 멀칭이다. 잡초를 제어하는데 효과 없다. 이런 것들은 마르면 10%로 줄어든다. 그 틈새로 잡초는 삐져나온다. 녹즙 담글양이 넘치기에 밭에 버린(?) 것이다. 물론 마르거나 썩으면서 작물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난 귀농일기에서 천혜 녹즙 만들때 몇가지 더 만들기로 했었다. 어제 잘라낸 감자 줄기로 녹즙을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여느 천혜녹즙과 똑같다. 이 녹즙은 감자 밭에 뿌려줄 것이다. 기억하시는가 자기의 분신으로 만든 녹즙이 그 작물에 제일 좋은 녹즙이라는 사실을 !!!

 

어제 고추 4,000 포기를 심었다. 어제가 제일 더웠던 날이었다지? 비올라의 체력단련과 다이어트를 위해 힘써주시고 때마침 비를 내려주시는 높이 계신 분께 영광 찬미를 드린다.(특정종교 얘기 했다고 접근 금지 시키실라나?)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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