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도 궁합맞춰 심으면 더 잘자라요” |
전북 변산서 20년째 ‘생태농사’ 정경식씨 한겨울인데도 마늘밭에 들어서니 마치 이불을 밟은 것처럼 푹신했다. 밭에 덮어놓은 옥수숫대, 볏짚, 콩대 따위를 벗겨내니 흑갈색의 부슬부슬한 흙이 속살을 드러낸다. 밭고랑 여기저기 돋아난 상춧잎이 탐스럽다. “이게 마늘밭 맞나요” 지난 16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에서 20년째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는 정경식(44)씨를 찾았다. 변산은 우리나라 유기농 운동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이고, 정씨는 이곳에 유기농을 전파한 사람이다. 그는 자급자족을 하는 소농이 공생과 순환의 유기농을 통해 농촌은 물론 도시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누구나 농촌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그는 “농업이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 까닭을 ‘생태 농사꾼’ 정씨로부터 들어보았다. 그 첫째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다. “마늘밭에는 상추뿐 아니라 냉이와 시금치도 자랍니다. 작물 하나만 심는 밭은 없습니다.” 정씨는 현재 밭 2천평에 약 40종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농민운동과 귀농교육 등 바깥 일로 시간을 뺏기기 전에는 100종을 넘겼다. 잡곡으로는 완두콩, 강낭콩, 두부콩, 쥐눈이콩, 검정콩, 줄콩 등 콩류에 녹두, 팥, 수수, 기장, 조를 심고 시금치, 상추, 쑥갓 따위의 옆채류와 딸기, 토마토, 수박, 참외 등도 기른다. 유기농 이젠 세계적 흐름·도농연대 건강한 결합 필수 좁은 땅을 자연의 섭리에 맞춰 알뜰하게 관리하는 것은 소농의 오랜 지혜다. 넓은 땅에 돈벌이가 되는 작물 하나만을 심고 농약과 비료 그리고 기계설비를 이용해 대량생산해 시장에 내다 파는 현대농법과는 정반대다. 가격폭등으로 떼돈을 벌 가능성도 없지만 가격폭락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두번째는 돌려짓기다. 격포항을 향한 정씨의 경사진 밭에선 호밀이 푸릇푸릇하다. 내년 3월이면 호밀은 녹비로 쓰기 위해 갈아엎고 감자와 강낭콩을 섞어 심는다. 7월께엔 이들을 거두고 두부콩, 콩나물콩, 검정콩, 수수, 기장을 심어 수확한 뒤 다시 호밀로 돌아온다. 이때 나락이나 열매를 거둔 나머지 부분은 모두 흙에 돌려줘 잡초가 나는 것을 막는 한편 비료가 된다. 또 5~7년마다 휴경으로 땅을 쉬게 한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만으론 부족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생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결합이 없으면 유기농을 하는 소규모 가족농은 살아남지 못한다. 따라서 도농연대는 정씨의 생태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농법이기도 하다. 정씨를 포함한 부안의 유기농 생산농가는 한울공동체를 만들어 벌써 13년째 전주의 소비자 가정과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다. 현재 20개 생산농가가 1200여 소비자 가구에 농산물을 공급한다. 3년 전부터는 전주 시내에 한울생활협동조합으로 매장을 열었다. 자급자족하고 남은 농산물은 생산자를 믿고 순환농법의 뜻을 함께 하는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내가 먹는 농산물을 누가 생산했는지, 그들의 살림살이가 어떤지를 아는 소비자가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이 아닌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정씨는 “더이상 유기농의 자기헌신과 의지에만 내맡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점자본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농에서 소농으로 바꿔나가는 것은 이제 세계적 흐름”이라며 “유기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정책적 배려와 함께 생명운동과 농민운동을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사진 임종진 c출처:한겨레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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