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 우리 산야초 배우기 | ||||||||||||||||||||||||||||||
원추리를 집안 정원이나 텃밭에 심어두고 봄에는 산나물로 해먹고, 여름에는 꽃을 관상용으로 바라보며, 이리저리 쌓이고 삭인 근심을 날려 보내버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우리꽃이 되지 않을까. | ||||||||||||||||||||||||||||||
장맛비가 오락가락 지겹게 이어지면서 사람들
마음을 착 가라앉게 만든다. 그러지 않아도 세상 일이 고달파 어디 한 번 큰 소리 치고픈 사람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없이 비는 연일 창문을 두드린다. 그런 창문을 바라보다가 화단 한쪽에 비를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있는 원추리 꽃에 눈길이 가 멎는다.
아! 그렇구나.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 하여 원추리를 다른 말로 훤초(萱草) 또는 망우초(忘憂草)라 하는데, 피는 시기가 여름철 이맘때이고, 이런 장맛비에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울한 마음이 가시니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훤초(萱草)라고 불리던 것이 원초, 원추로 변해서 되었다고 한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산지나 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초여름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 내로라하는 산 능선 초지와 뭉게구름을 배경삼아 원추리가 대규모 군락을 이룬 것을 보면 장관이다. 원추리 외에 골잎원추리, 왕원추리, 각시원추리, 애기원추리, 홍도원추리 등이 있다.
원추리 잎은 폭 1.5~2.5cm에 길이 80cm의 선형으로 뿌리에서 나온 새순이 서로 포개져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자란다. 6~8월에 짙고 연함이 각양각색인 노랑색 꽃이 길게 갈라선 꽃대에 달린다. 왕원추리 종류는 꽃이 클 뿐만 아니라 꽃잎이 주황색에 노란 줄무늬가 있다. 꽃은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포기가 모여 그렇게 보일뿐, 하루면 생명을 다 한다. 그래서 원추리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속명(屬名) 헤메로칼리스(Hemerocallis)는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원추리는 우리말로는 '넘나물'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봄철 대표적인 산나물의 하나로, 어린 싹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갖은 양념을 해서 먹으면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이 그만이다. 또 어린 순을 무시래기 엮듯이 엮어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국을 끓여 먹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 한 해 내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꽃을 따서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 만개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튀김을 해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원추리 꽃봉오리를 따서 뜨거운 물에 2~3분간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 것을, '금침채(金針菜)'라 하여 갖가지 요리로 해서 먹는다고 한다. 또 원추리 꽃술을 따 버리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얹어서 먹기도 한다.
원추리 뿌리에는 맥문동처럼 길고 둥근 괴경이 여러 개 달리는데, 멧돼지가 이를 즐겨 파먹는다고 한다. 녹말을 비롯하여 단백질 같은 영양이 많고 맛이 괜찮아 옛날에는, 녹말을 추출하여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원추리는 이름에서와 같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쓴다. 이구화라는 사람이 쓴 연수서(延壽書)」에는, '원추리의 어린 싹을 나물로 먹으면 홀연히 술에 취한 것 같이 마음이 황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풀을 망우초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원추리가 항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원추리는 폐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어 폐결핵, 빈혈, 황달, 변비, 소변불통 등의 치료에 쓰인다.
그러나 원추리 뿌리에는 독이 약간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신장에 탈이 생길 수 있다.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40g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60℃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 독성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현저하게 줄어들므로 날로 먹지 말고 달여서 먹으면 안전하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 원추리마을에선 원추리를 대규모로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1~3월에는 산나물로, 꽃이 피기 직전인 6월에는 조경소재로 판다고 한다. 그렇게 대규모로 아니 하더라도, 집안 정원이나 텃밭에 심어두고 봄에는 산나물로 해먹고, 여름에는 꽃을 관상용으로 바라보며, 이리저리 쌓이고 삭인 근심을 날려 보내버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우리꽃이 되지 않을까. | ||||||||||||||||||||||||||||||
유걸 기자 [2006-07-21 16:5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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