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구레
초등학교 1학년 때 불렀던 동요 얼룩송아지는 우리의 소가
아니다. 우유를 얻기 위해 일제시대 때부터 키워온 외국의 홀
스타인이란 젖소이다. 우리의 소는 누렁소다. 누렁소는 우리와
너무 친했다. 개 닭 돼지 말 등 많은 동물이 가축으로 키워지
고 있지만 우리 겨레가 소를 대하는 마음은 남달랐다. 그러기
에 소를 일컬어 생구(生口)라고 하여 마치 한 식구처럼 대하지
않았던가.
농사를 짓는 우리에게 소는 없어서는 안될 노동력의 원천이
었다. 송아지를 사서 온 식구가 농사일 틈틈이 꼴을 먹여 크게
키웠으며 크면 논밭을 갈고 마차를 끌었다. 급한 경우에는 팔
아 목돈을 쥘 수 있는 농가의 제일 큰 재산이었다.
소는 살아서는 평생 일을 해 우리를 돕고 죽어서는 살과 가
죽 뼈와 내장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우리에게 희생한
다. 똥은 거름을 하고 뿔은 공예품으로, 털은 충전제로, 발톱은
아교로, 뼈는 공업용 요업용으로, 가죽은 의류용으로, 내장류에
서는 소중한 의약품을 뽑아낸다.
살은 회, 구이, 포, 국, 탕, 수육, 편육, 장조림 등 다양한 요리
로 쓴다. 소고기가 귀했던 탓도 있겠지만 우리 겨레처럼 소의
모든 것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민족도 없다. 목정, 등심, 안심,
쇠가리, 채끝, 대접, 업진이, 양지머리, 홍두깨살, 꼬리, 갈비새
김, 장정육, 족발, 머리 등 부위에 따라 이름이 다르고 고기의
맛과 용도와 요리법이 다르다. 세상 어느 민족의 맛감각이 이
렇게 다양하랴.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이 많은 소고기 중에서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수구레이다.
수구레는 분명 소고기의 하나이다. 소의 가죽을 벗겨내면 가죽
밑에 허섭스레기 기름덩이 같은 것이 붙어 나온다. 가죽을 가
공하기 위하여 칼 같은 것으로 이 허섭스레기를 긁어내는데 이
게 바로 수구레이다.
수구레는 기름덩이만도 아니고 살도 아니고 젤라틴성분만도
아닌 복합적이다. 끓이면 는정는정하고 삶으면 약간 꼬들꼬들
한 것이 씹히는 촉감이나 그 맛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 서민들
은 일년 내내 소고기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추석과 설날에야
겨우 소고기 한두 근을 맛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 당시 자전거 뒤 짐받이에 한 말들이 네모난 양철통을 네
개를 싣고 다니던 장수가 있었다. 이 양철통에는 선지, 수구레,
국거리, 기름덩어리를 싣고 다녔다. 선지는 소를 잡을 때 나오
는 것으로 피가 엉겨 굳어 묵처럼 된 것이고 국거리는 지금으
로 말하면 곱창, 양, 처녑들이다. 이 국거리로는 주로 국을 끓
였는데 맛은 좋지만 끓이면 오그라들어 줄고 값이 비싸서 자주
사 먹지 못했다. 기름덩어리는 허연 굳기름이었다.
수구레나 국거리를 사는 사람에게 덤으로 주었는데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이 기름덩어리를 넣으면 소고기냄새가 물씬 풍기
고 보들보들하게 되었다. 열무를 솎을 때면 어김없이 우리 집
은 소고기파티였다. 솎아낸 열무를 된장을 풀고 국을 끓일 때
수구레를 넣고 끓이면 구수하고 배틀하고 부드레하며 입안에
서 살살 녹는 수구레덩어리는 씹을 틈도 없이 꿀꺽이었다.
늦가을 김장을 담글 때면 지금처럼 몇십 포기가 아니고 몇백
포기였다.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거들어
주었는데 그 아주머니들의 점심 저녁 대접으로 어김없이 이 수
구레가 인기였다. 뜯어낸 배추 겉껍질에 된장과 수구레를 넣고
끓이면 추위에 훌훌 불어가며 배추수구레국 서너 대접씩은 기
본이었다.
선술집에 가면 수구레무침이란 안주가 있다. 수구레를 삶아
서 갖은 양념을 해 무친 것으로 얼큰하고 부들부들하고 꼬들꼬
들하며 씹히는 것 같기도 하고 씹을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또 수구레전골이란 안주
도 양이 많고 값이 싸 인기이다.
이제 강산도 변하고 변하여 수구레는 파는 곳도 별로 없고,
먹는 사람도 구닥다리들이고 이름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
다. 전국의 소 사육두수가 97년 현재 한우 283만 마리, 젖소 55
만 마리이고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도 7.1kg이 넘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큰 동네 푸줏간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던 소고기가 이젠 슈
퍼마켓마다 그득하고 포장 및 유통기술의 발달로 24시 편의점
에서도 소고기를 구할 수 있다. 각종 고기를 부위별로 포장판
매하고 고기를 가공한 갖가지 가공육이 우리의 식욕을 돋구고
있다. 오히려 육식은 건강에 안 좋다고 고기를 멀리하고 채식
이 유행하는 시대이다. 넘쳐나는 먹을거리의 풍요 속에서 새삼
수구레가 먹고 싶다. 그런데 어디를 가야 수구레배추국을 먹을
수가 있지?
수구레
공업용 쇠기름에 목욕한 한
라면을 먹었다고 오도방정을 떤
옛날 어느 나라 옛날 이야기
자전거 뒤에 석유초롱 넷
국거리 수구레 선지 쇠기름
어쩌다 아주 어쩌다 한 번
우리 집 쇠고기 잔치
맛좋지만 끓이면 오그라든다고
천하일미 국거리는 못 사고
그저 만만한 수구레 한 근 사면
아저씨 기름 좀 주세요
허연 굳기름 공짜 한 덩이면
며칠 김치찌개는 보들보들
시래기 된장국에 수구레 숭숭
구수한 냄새 기름은 동동
씹을 틈도 없이 목구멍은 꿀떡
어허, 잘 먹었다 트림 꺼억
세운상가 모퉁이 포장마차
그립던 수구레 무침 한 접시
아! 옛날이여. 소주 한 잔 홀짝
젤리. 젤라틴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식품에 들어가는 만능 첨가물이다.
하지만 젤라틴이 가죽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고기는 크게 살코기, 속 내장, 갓 세 부문으로 분류
살에는 등심, 방아살, 복판, 채받이, 채끝, 안심, 제비추리, 갈비, 사태, 아롱사태,
뭉치, 뭉치사태, 우둔, 볼기살, 양지, 차돌박이, 대접살, 사타구니, 도가니살, 배살,
설낏살, 홍두깨살, 업진살, 등이 있다. 속에는 처녑, 고들개, 양, 벌집양, 안찝, 대창,
곱창, 곤자소니, 만화(이자), 간, 방광, 지라(비장), 우심(염통), 선지, 깃머리,
우당, 부아(허파), 우신(콩팥) 설두 등이 있으며 갓에는 젓부들기, 쇠머리, 꼬리,
쇠족, 골, 등골, 우설, 주곡지뼈, 무릎도가니, 앞거리, 걸랑, 골수, 골질, 피질, 반골, 사골 등이 있다.
수구레라 하여 쇠가죽 안쪽을 긁어내고, 이보구니라는 잇몸 살을 발라내고,
심줄인 쇠심떠깨, 심줄 사이 살인 흘때기, 심줄보다 더 질긴 별발도 있고,
뼈뜯이라 하여 뼈살까지 알뜰하게 발라 먹는다,
목덜미, 치맛살, 꽃심, 치마끝, 날개살, 중치, 안창, 쇠가리, 능성마루, 넙적미,
뒤뚱이, 쇠서, 목심, 부채살, 보섭살, 안거미
도대체 이게 무슨 이름들인가? 120여 개의 쇠고기 부위살 명칭을 늘어 놓으면
아마도 혀를 내두를 일이다.
우리는 농경 정착민족으로 육류문화의 미각을 이처럼 발전시켜 왔다.
이보구니라 하여 소 입 속의 잇몸살이며, 수구레라 하여 쇠가죽 안쪽에 붙어 있는
아교질까지 긁어먹은 민족이다.
갈비살에서도 안창살이 가장 연하고 부드러워 맛있는 부위인데
암소갈비 중에서도 왼쪽 갈비 안창살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삐가 있는 오른쪽은 밤낮 얻어맞아 굳은살이 박혀 있고 보니
고삐가 닿지 않은 왼쪽 안창살이 더 연하고 부드러울 것은 당연한 이치다.
프랑스 30가지 아프리카인 70가지 우리나라 120 가지 구별
수구레:
수구레요리: 수구레무침, 수구레전골, 수구레두루치기, 수구레편육, 수구레배추국.
왁저지이야기: 무를 굵게 썰고, 고기나 다시마 따위를 넣고 양념을 하여 지진 반찬.
짠지이야기:
식혜.조청이야기: 물엿이라고도 한다.
엿을 고다가 중도에서 불을 끄고 완전히 졸이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데,
정도에 따라서 묽은조청 ?된조청 등으로 갈라진다.
쌀, 수수, 좁쌀, 옥수수 등으로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뜨거울 때 찬 엿기름물을 부어 7~8시간 두면 삭아서 밥알이 동동 떠오른다.
이것을 베자루에 퍼담아 눌러서 짜면 뽀얀 당화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솥에 퍼담고 나무주걱으로 눋지 않게 저으면서 곤다.
다 고아진 엿을 주걱에 떠서 비스듬히 들었을 때 엿이 실같이 연속된 상태로 늘어지면서 굳는데
이렇게 되기 전의 상태가 곧 조청이다.
식혜->조청->엿.
조청에 가래떡이나 인절미를 찍어먹는 맛.
겨울에 따뜻한 아랫목에서 얼음이 서걱거리는 식혜맛
양미리, 도루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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