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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골맨의 겨울여행 일기(5)

지리산자연인 2013. 7. 28. 11:52

1월 31일(수요일)

인생을 살다보면 헤어짐과 만남이 흔하게 있습니다. 여행 중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만남은 반갑고, 헤어짐은 아쉽습니다.

다행인 것은 싸우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다음에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는 것이지요.

어제 정관님이 합류하여 동행이 늘어서 좋다고 생각 하였는데 갑자기 소목님에게 일이 생겨서 아침에 정선에서 작별을 하였습니다.

4일 동안 함께하였던 시간이 즐거웠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침 9시 30분에 소목님댁을 나와 봉화로 향하였습니다.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 1시간 정도 눈 쌓인 임도를 달려서야 큰 길로 내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차가 고생은 하였지만 경치는 정말 좋았습니다. 속세를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원시의 세계에 온 듯 하였습니다.

오전약수터를 경유하여 물야면 개단리에 귀농하신 봉화산주님댁에 예정시간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늦게 도착 하였습니다.

 점심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셔서 염치없이 또다시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나사모에서 고문님 이셨으므로 인연이 되어서 봉화산주님댁은 네 번째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갈 때마다 잠을 자고 왔으므로 그동안 너무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봉화산주님은 산을 11만평 정도 갖고 계시고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뇌삼도 심으시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임산물을 생산하려고 임야를 개발 중이십니다.

귀농하여 하신 일 중에 가장 눈에 띠는 성과를 얻은 것은 겹구조의 귀틀집을 지으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행한 정관님은 특별한 건축방법에 신기한 듯 많은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하루쯤 쉬면서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도 하고 새벽까지 술도 많이 마시고 싶었지만 폐가 될 것도 같고,

다음 약속이 있어서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 댁을 나왔습니다. 특히 사모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봉화군(분천4리)에 귀농하여 살고 있는 “따뜻한 뿌리”님 댁이었다.

농장 이름은 “자연농원 따뜻한 뿌리”이었다. 남편 분은 대화명이 “머슴”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소유하고 있는 땅은 만평쯤 되며 귀농한지는 5년쯤 되는데 처음 3년 정도는 수입이 거의 없었으며

작년에는 생활비하고 조금 남았다고 하였다.

묘목을 키워서 팔기도하고, 약초도 채취하여 팔고, 효소음료도 조금 팔아보고 하였다 한다.

따뜻한 뿌리님이 말씀하시길 “우리는 잡상인이 되었어요”라고 하였다.

1남2여의 어린아이들과 생활하고 계신 아직은 젊은 부부 이었는데 가정에 행복이 넘치는 듯하여 너무 보기가 좋았다.

주거환경은 열악하였지만 집안에서 풍기는 온기는 매우 포근하였다.

두 분 모두 너무 순박해 보였고 아이들이 있어서 더욱 활기 있고 행복해 보였다.

인근에 귀농하신 분들이 다섯 가구가 있는데 어떤 분은 집을 짓는데 여유자금을 많이 써버려서 이제는 생활비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따뜻한 뿌리님은 집에는 거의 돈을 들이지 않았으므로 소득 없이 몇 년을 지나면서도 걱정이 덜 되었다고 했다.

작은 돈으로 귀농하시는 분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에서는 일어서기가 싫다. 쉬어가고 싶다. 그러나 아쉬움을 달래고 다음 방문지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울진아래에 있는 영해라는 곳에 귀농하여 동충하초를 재배하고 계신 몰방샘님의 농장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 또 다시 식사를 대접 받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폐를 끼치게 되었다.

나는 동충하초가 어떻게 재배되는지를 전혀 몰랐다가 그 분이 자상하게 샘플들을 보여주어 가면서 자세히 설명하여 주셨으므로 알게 되었다.

누에를 뽕잎을 먹이면서 키우다가 그 놈이 고치를 만들기 1주일 전쯤에 균을 누에의 몸에 뿌린다.

그리고 고치가 완성되면 고치를 자르고 번데기를 꺼내는데, 접종이 안 된 것은 모아 두었다가 번데기로 팔고

접종이 된 것은 배양그릇에 담아 적당한 습기를 공급해주면 버섯 같은 것이 자란다.

뽕잎을 1년에 두 번 생산하므로 동충하초도 1년에 두 번 재배할 수 있다.

급속 냉동하여 건조시킨 것을 한 상자에 100g 넣어서 판매하며 한 사람이 한달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숙변을 제거하는 것은 일주일정도만 먹어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동충하초 재배에도 문제가 있었다.

중국에서 접종시킨 번데기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마치 공장 같은 건물을 지어 놓고 대량으로 재배하여 판매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그 분 말씀으로는 중국산은 확실하게 약효가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시중에서 유통되는 동충하초의 대부분은 중국산 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번데기도 대부분 그런 곳에서 나온 것이라 했다. 번데기가 남자들에게 좋다는데.....

저녁 늦게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자고 가라고 붙잡는 것을 사양하고 그 댁을 나와서 양산쪽으로 내려오다가

오늘은 장사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정하였다.

소목님이 없으니 술 먹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이제 잠자리에 든다.

출처 : 귀농카페
글쓴이 : 시골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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