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트럭

지리산자연인 2006. 1. 6. 20:06

트럭

 

 

저녁이 내리는 산장 옆 공터에

너는 촌스런 늙은이 모양

낡디낡은 몸에 파란 물감

쓰고 서있구나

나도 한때는 말이야

큰 전쟁터마다

힘좋은 육기통 엔진으로

병사들을 열심히 실어날랐다고

큰소리 칠 듯도 하지만

너는 조용히 서있기만 한다

이젠 반백년 넘은 늙고 녹슨 몸

떨어져나가고 기워지고

볼품없이 초라하지만

너보다 저 산들을

그 어느 새차들보다 잘 오른다

1944년산 GMC트럭

늙은 운전수에게 변함없이 오래 사랑받는

네 인생이 부럽구나

2001. 11.25 십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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