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저 검은 안개 암릉위에 덮여갈 때
갈길은 멀고 발길은 더딘데
바람은 불고 배낭은 삐걱삐걱
들리듯 마는듯 누군가 소근거린다
'네가 힘들때 제일 먼저 떠난건 배신말라던 그 친구'
'우릴 속였던 이는 모친께 어머니 어머니 하던 빵집 아저씨'
그리고.. 주식.. 자동차.. 집..
헐 하고 웃지만 발은 무거워지고
갈 길은 더욱 멀어만진다
그러다 들리는 소리
'제일 나쁜 건 바로 너..'
제로섬 게임속에서 내가 편히 웃고 살며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했을까?
사람들이 서로 상처입히고, 싸우고, 전쟁하는 건
바로 나 때문이구나
더 어둡기 전에 오늘밤은 저기 안부에 짐을 풀어야지
밥은 산느타리밥
하나의 바위 하나의 봉우리에서 나는 내가 되어간다
2002.10 십이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