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양양 달하치

지리산자연인 2006. 1. 12. 22:07

'달빛 아래 첫 동네'를 아시나요?


이름에서부터 정이 뚝뚝 묻어나는 달하치.
달과 가장 가까운 고개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달하치(月下峙)라 했다던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달빛 아래 첫 동네'라는 뜻을 지닌 마을은 이곳뿐이리라.
사방으로 1,000m가 넘는 고봉이 에워싼 가운데
손바닥만한 분지에 자리한 마을이다.

달하치와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는 옛날에 나무 잘라 옮기던 산판길.
여기저기 길이 동강나고 호박만큼 큰돌들이 나뒹구는 데다
일곱여덟 차례나 물을 건너야 하므로 지프형 차라 해도
몰고 들어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배터골 마을에서 달하치에 이르는 35분 남짓한 계곡 길을 걸으며 맛보는 운치도 그만.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 달하치계곡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어두컴컴한 숲 그늘 아래로는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폭포수가 쏟아지며,
폭포 아래 깊은 웅덩이에는 버들치, 쉬리, 기름종개 등이 휘젓고 다닌다.
주변 숲에는 산새들이 온종일 재잘대고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한마디로 자연의 낙원 같은 곳이지만
한여름에도 피서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호젓하기만 하다.

달하치는 말이 마을이지 단 두 가구만 사는 첩첩산중 오지로 주민도 단 둘,
모두 홀아비(?)들이다.
한 분은 50대 중반, 한 분은 60세가 넘었는데 무척 건강하시다.
옛말에 홀아비는 이가 서 말, 홀어미는 은이 서 말이라지만 이 마을의 홀아비들은 다르다.
토종꿀 치고 약초 캐고 산나물 뜯으며 사는데 그 강한 생활력에 감탄할 정도.
그런데 실은 홀아비가 아니라 가족들을 대처에 두고 산 속에 홀로 사는 자연인들이다.
할 일 없는 겨울에는 가족들을 만나러 마을을 뜨는 일이 많다.

이 마을에 갈 때 고기를 사가면 환영받는다.
냉장고가 없어 고기를 맛볼 일이 별로 없는 까닭이다.
모닥불에 삼겹살 구우며 인생 얘기 나누노라면
오지의 향기가 얼마나 그윽한지 실감할 수 있다.
그네들이 세상 보는 눈은 우리와 한참 다르다.
자연 그 자체를 경외의 대상으로 보아야만 마땅한 게 인간이고,
인간이란 그 자연 속에 녹아든 미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식으로 민박을 치지는 않지만 서로 뜻이 맞으면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휘영청 달빛과 쏟아지는 별빛을 벗삼아
꿈결같은 잠을 자고 맞이하는 아침이 그토록 싱그러울 수가 없다.
아쉬움을 떨치고 떠날 때는 이부자리 밑에 지폐 몇 장 놓고 나오는 게 좋을 듯.
직접 주면 받을 리 만무한 까닭이다.

오가는 길에 달하치 인근 연화동도 들러보자.
배터골로부터 20분 거리인 삼거리에서
계곡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10분쯤 가면 연화동이다.
지금은 단 한 가구가 살지만 옛날에는 양양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지름길 도중에 위치해 사람 왕래가 잦았고
100여 년 전에는 근처 산꼭대기에 은광이 있어 제법 흥청거렸던 마을로,
연화동이라는 이름도 은광에 있던 주막집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 주막에는 기생들도 많았고 연못까지 있어 오가던 나그네들이
한잔 걸치며 회포를 풀기에 좋았다는데,
이제는 외딴집 한 채가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쓸쓸히 남아 있을 뿐이다.


# 잠자리
달하치로 들어오는 길목인 장리에 풀빛둥지(☎033-673-7747.), 강가에서(☎033-673-6919) 등의 고급 민박이 있다.


# 맛집/뚜거리탕과 은어
양양의 향토 별미로 뚜거리탕과 은어 요리가 꼽힌다.
남대천에서 사는 손가락만한 물고기인 뚜거리에 신선한 야채와 갖은 양념을 넣고
푹 끓인 뚜거리탕은 시원하면서 매콤한 맛이 일품인 데다 소화도 잘되며 해장에도 좋다.
회와 튀김, 구이 등으로 내는 은어 요리도 별미.
양양교를 건너 어성전 쪽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진선미식당(☎033-671-5953)과
월웅식당(☎033-671-3049, 672-3049)이 유명하다.


# 드라이브 메모
서울에서는 6번 국도-용두 교차로-44번 국도-한계령-양양,
남쪽 지방에서는 동해고속도로-7번 국도-양양을 거친다.
양양교 남쪽 삼거리에서 어성전 방면으로 12.2㎞쯤 달린 뒤에 우회전했다가
1.5㎞ 남짓한 지점에서 왼쪽 다리를 건너 450m쯤 가면 작은 다리 앞이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 길을 따라 걸으면 달하치와 연화동으로 이어진다.


# 대중교통
동서울 터미널에서 양양행 버스를 탄 뒤에
어성전 방면 버스로 갈아타고 장리에서 내려 걷는다.
그러나 양양에서 어성전 가는 버스가 하루 2회 정도뿐이어서 불편하다.





'오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숨겨진 오지 감곡면 사곡2리  (0) 2006.01.13
[스크랩] 춘천 품걸리 - 사람이 싫습니까?  (0) 2006.01.12
칠성봉 논골  (0) 2006.01.12
봉화 용구마을  (0) 2006.01.12
[스크랩] 횡성 산채마을  (0) 200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