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틀집

[스크랩] 원주 구학산방

지리산자연인 2006. 1. 23. 22:14

악산 줄기가 정선 방향으로 구부러져 백운산 봉우리를 만들기 전, 제천 방향으로 또 하나의 줄기를 만들며 우뚝 솟은 봉우리를 이룬다. 이름하여 구학산(九鶴山)이다. 971미터의 최정상까지 등산로가 다양하고 산세가 깊어 등산객들에게 명산으로 평가를 받는다.

예로부터 아홉 마리의 상스러운 학이 날아 왔다고 하여 이름 붙은 구학산은 인근 골짜기마다 송학, 황학, 운학 등 ‘학(鶴)’자 이름이 들어간 여러 마을을 낳았다. 구학산이 위치한 원주시 신림면 일대는 이른바 Happy 700의 고산지대다. 중앙고속도로 개통 전까지만 해도 오지 중에 오지였다. 

그러나 신림 인터체인지가 조성되면서 구학산은 이제 신선들만 사는 곳이 아니라, 누구라도 맘만 먹으면 접근하기 쉬운 명승지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다. 건강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미터의 산악지대라는 천혜의 조건과 함께 고속도로, 국도 등 다양한 기간시설이 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신림면은 새로운 휴양지로 떠올랐다. 

원주시에 속하면서도 제천, 영월, 충주 등이 가까워 인근 지역민들이 즐겨 찾을 뿐만 아니라,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멀리 대구 지역 사람들까지 접근하고 있다. 구학산 중턱에 자리한 펜션 ‘구학산방(九鶴山房)’은 멀리 치악산 봉우리와 그 올망졸망한 줄기들을 어깨 아래 두르고 있다.

너와지붕을 얹은 귀틀집과 황토집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신림 중심가를 거쳐 지방도 402번을 타고 백운 방향으로 달리면 어느새 구학리에 이른다. 그렇다고 내쳐 달릴 일이 아니라, 구학리를 바라보며 오른쪽 언덕의 용소막성당도 눈여겨볼 만하다. 1세기를 맞는 전형적 고딕건물로 방문객들에게 스스로 거룩함을 느끼게 한다. 

다시 폐교인 구학분교를 지나자마자 구학산방 안내판이 보이고, 염씨 열녀비를 끼고 좌회전하면 바로 자그마한 마을, 구학리 다. 여기서 한창 공사 중인 도로로 접어들면 공사를 마친 편안한 도로가 구학산방까지 안내한다. 2004년 4월 완공 예정인, 강원도 오지도로개발계획에 따른 산간도로다. 그러고 보면 구학산방은 참으로 축복 받은 곳이다. 깊은 산 속에 이처럼 넓은 도로가 개설되다니,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구학산방은 우선 규모 면에서 놀랍다. 약 7000평의 땅에 전통 귀틀집과 황토집이 복합단지를 이룬다. 본관인 45평 구학방은 너와지붕을 이고 산중턱을 지키고 있다. 그 곁에는 계곡물을 연결해 꽤 깊은 연못을 만들었고 그 위에 10평 남짓한 방학방을 앉혔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기슭에는 6평의 황학방과 각각 20평의 선학방, 송학방, 운학방이 있는 귀틀집 펜션동이 자리한다. 이처럼 낙엽송과 적송의 통나무와 황토벽 그리고 너와지붕과 바위들이 어우러져 구학산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본관인 구학방 거실 전면창으로 내다보이는 풍광은 과연 명승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신선이 놀았다는 표현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일까?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진 치악산 줄기와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와 닿는다. 
마침 며칠 전 내린 첫눈 덕분에 일행은 구학산의 기막힌 비경을 엿볼 수 있었다. 

20평은 족히 되는 넓은 거실과 함께 지붕을 떠받친 아름드리 통나무 기둥과 그것을 둘러싸고 우산처럼 펼쳐진 서까래가 일품이다. 또한 다락방으로 오르는 외나무 층계 역시 운치를 더한다. 구학방은 볏짚을 섞어 만든 토속적인 황토벽돌로 둘러싼 집이다. 거실 한쪽에는 군불을 때는 벽난로식 아궁이와 황토 찜질방이 있다. 현대식 주방과 안방, 사랑방 그리고 화장실까지 들어 있다. 30명쯤 뒹굴며 자도 불편함이 없을 법하다.

우여곡절 끝에 형제가 일군 쾌거
일찍이 듣고 보지도 못한 놀라운 건축술을 보여 주는 이 집은 누가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구학산방은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펜션지기 안영일 사장(54세)과  동생 안영식 씨(42세)가 일궈낸 걸작이기 때문이다. 

안영일 사장은 신림우체국장을 마지막으로 27년 간의 정보통신부 지방공무원직을 마감하고 구학산 개발에 뛰어든 지 4년째다. 그가 허가 절차와 투자 및 예산 조달을, 동생은 개발 계획부터 건축설계, 시공까지 맡았다.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도로토목공사 등에서 경험을 쌓은 동생 안영식 씨에게 구학산방은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 

설계와 시공이 자신의 잠재된 재능임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제 통나무집과 황토집에 관한 한 어엿한 전문가가 됐다. 안영일 사장은 “화전민이 살던 땅을 국가가 환수하기 전에 산 것이 오늘날 큰 기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전나무와 적송 등으로 무성했던 곳이다. 그 숲을 구학산방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지목상 ‘전(田)’이었기 때문이다. 

옛적에는 화전민들의 밭이었다는 얘기다. 그 나무를 벌채해 제재소에서 다듬어 구학산방을 지은 것이다. 대부분의 펜션이 외국 자재로 시공하는데, 구학산방은 국산자재만으로 지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구학산방은 거저 만들어지지 않았다. 뒷사정을 들어보면 그만한 노력과 고통이 따랐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벌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고발당하고 또 검찰에 불려가기도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멀쩡한 나무들을 베야 했기 때문이다. 가파른 기슭을 닦아서 집터를 마련하고 널찍한 공간을 마련하는 토목공사 역시 쉽지 않았다. 안영식 씨의 토목공사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집’, ‘건강에 좋은 집’을 짓자고 형인 안영일 사장이 제시했지만 ‘어떤 집을 지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여러 날을 방황하기도 했다. 

그래서 소위 잘 지었다는 집을 수없이 찾아 다녔다. 집집마다 특색이 있고 또한 단점도 있었다. 그 가운데 장점만을 모아서 설계 시공한 것이 오늘의 구학산방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자재를 다듬어 이리저리 맞추며 집짓는 일은 더욱 어려웠고 대담한 용기가 필요했다. 전례가 없는 방법으로 귀틀집과 황토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재를 조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멀리 전라도 담양까지 가서 지붕 아래에 깔 대나무를 가져왔으며, 필요한 황토와 암석, 조경을 위한 분재 등도 일일이 뛰어다니며 조달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을 놓칠 수 없었다. 바로 구학산 중턱까지 고객들이 편안히 찾도록 길을 닦는 일이었다. 개발 계획 첫머리부터 성패의 조건으로 내세운 일이지만, 안 사장은 이를 꾸준히 준비했다. 그것은 강원도 오지도로개발 예산을 승인 받는 일이었다. 이 계획이 적중하면서 마침내 공사가 이루어졌다. 구학산방의 생명줄이 뚫린 것이다. 

생기 솟구치는 건강한 휴식처
구학산방에 가면 자연을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일반 건축자재가 아닌 자연산 통나무와 황토만을 사용한데다, 펜션을 둘러싼 고산지대의 풍취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여기에 규석 암반층에서 솟는 육각수는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물맛도 좋지만 더운물로 목욕 후 느끼는 개운함은 일품이다. 게다가 한 시간 반 정도 도보로 오를 수 있는 구학산 정상의 해돋이 광경은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또한 큰 골을 따라 하산 길에 호흡하는 산림욕의 즐거움은 덤으로 얻는 행복이라고 할까? 펜션지기 안 사장은 지금 새로운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당과 카페와 본격적인 황토찜질 사우나, 족구장, 골프연습장, 물놀이시설 등을 준비 중이다. 그 가운데 수목을 원상대로 조성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미 많은 조경수를 사들였는데 봄부터 본격적으로 식목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다.

구학산방은 치밀한 행정 허가 계획과 창의적인 건축계획이 어우러진 놀라운 펜션 걸작품이다. 대개 서구식 목조주택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의 펜션 건축 트렌드를 무시하고 순수 국산자재를 이용해 우리 기술로 지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점차 구학산방을 찾는 단골이 꾸준히 늘어나 요즘 같은 경제 침체기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커플보다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는 점이 운영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형태의 가족 모임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펜션지기 안 사장 역시 그러한 모습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펜션은 어디까지나 봉사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봉사가 주업이고 펜션은 부업이 돼야 합니다. 펜션을 수익사업 중심으로 생각하다가는 실망하기 쉽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연이 좋아 스스로 즐기며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소규모로 운영할 것을 권합니다. 칠십이신 저의 어머니가 즐겁게 청소 관리를 합니다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펜션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주는 선배로서의 충고다. 

■ 펜션 구학산방(033-763-9576, www.guhak.com)


■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건축형태 : 본채-황토집, 별채-황토집, 귀틀집
·부지면적 : 7000평
·건축면적 : 본채-45평, 별채-10평(황토집), 66평(귀틀집)
·실내구조 : 본채-거실, 방2, 다락방, 찜질방1, 주방, 화장실
            별채-거실, 침대방, 찜질방, 주방, 화장실
·벽체구조 : 본채-황토벽돌, 별채-통나무 귀맞춤
·외벽마감 : 본채-황토벽돌 줄눈마감, 
         별채-통나무 귀맞춤 후 황토 메움
·내벽마감 : 본채-황토벽돌 후 황토미장, 
         별채-통나무 귀맞춤 후 황토미장
·지붕마감 : 너와
·창 호 재 : 조선문+섀시
·바 닥 재 : 본채-타일, 별채-원목마루
·건축비용 : 본채(황토집)-270만 원, 별채(귀틀집)-350만 원




















출처 : 집사모생태건축사무소
글쓴이 : 용이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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