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스크랩]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지리산자연인 2005. 12. 30. 16:02

                                    

 

책소개
강원도 화천군 선이골, 전깃불도 우체부도 들어오지 않는 외딴집에서 농사 짓고, 나물 캐고, 책 읽으며 살아가는 화목이네 일곱 식구 이야기. 이들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여 1998년 서울을 떠났다. 저자와 남편은 약사와 대학강사라는 직업을 버렸고, 아이들도 학교를 그만두었다. 버릴 것 버리고 떠날 것 떠나고 나니 이들에게는 새로운 것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검소와 나눔, 그리고 가난의 풍요.

이 책에는 이 특별한 가족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있다. 온가족이 노래와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 촛불까지 꺼버린 뒤 달빛과 별빛뿐인 어둠 속에서 취하는 깊은 휴식, 하늘이 차려준 건강한 밥상 앞에서 "밥은 하늘이고 땅이며, 밥은 밥이어야 함"을 되뇌는 마음, 그리고 동식물과 화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사람내 물씬 나는 이야기를 엮었다.

 
지은이 소개
김용희 - 1961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남편과 다섯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군 선이골 외딴집에서 농사 지으며 살고 있다.

임종진 - 현재 <한겨레> 사진부 기자로 일하고 있고 월간 <말>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사진 기자로 일한지 10년이 되었다.

 
책 표지 글
강원도 선이골 외딴집 한 채. 전깃불도 우체부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농사짓고, 나물 캐고, 책 읽고, 동식물과 어우러져 살아온 지 7년. 살듯이 공부하고 공부하듯이 살아가는 부부와 그들의 다섯 아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엮어내는 사람내 뭉클 나는 이야기!
 

원목이는 아무리 빨아도 젖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젖을 먹었다. 밖에서 놀다 와서 차가워진 자신의 손이 내 속살을 차갑게 할까봐 손을 대지 않고 젖을 빨았다. 나는 놀라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참으로 고맙고 행복하다고 격려하며 그 차가운 손을 내 볼에 비볐다.

화목이는 자기도 형들 못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양, 두 다리 쩍 벌리고 얼굴이 시뻘겋게 되도록 커다란 참나무를 켠다. 쓱싹쓱싹 모두들 톱날의 움직임에 열중해 있는데 쩍 벌어진 화목이 두 다리 사이에서 '뿡'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야? 누가 방귀꼈어?"

"오늘 아침맞이 말씀은 아버지 대신 제가 하겠습니다. 성경 말씀을 읽기로 하겠습니다" 일목이가 목소리에 힘을 팍 주고 말한다. 그러고선 성경책을 뒤적이는데 아뿔싸 어디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멋지게 폼 잡고 아버지 흉내를 내려고 했는데 한참을 헤맨다.

날아다니는 곤충, 기어다니는 벌레, 새, 뱀, 쥐, 물고기, 그 징그러운 구더기조차 손으로 만지면서 그것들에 집요한 관심을 갖는 주목이는 손톱, 발톱, 동전, 나무껍질, 톱밥, 지렁이 똥, 살 껍질, 심지어 지우개 찌꺼기조차 모으기를 좋아한다.

내 이야기가 뜸해지면 선목이가 대신 <임진록>, <고려사>, <어사 박문수> 등의 책을 동생들에게 읽어준다. 동생들은 성에 차지 않아 툴툴대다가도 이야기 듣는 게 좋아서, 그리고 날이 갈수록 선목이 옛이야기 솜씨가 늘어서 이제는 온 가족이 이불 속에 누워 선목이 이야기를 듣는다.

남편은 탈곡기 페달을 연신 밟으면서 내가 쥐어주는 벼 다발을 받아 털어냈다. 선이골에 처음으로 탈곡기의 와랑와랑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남편 모습이 와랑와랑 하는 아프리카 음악에 맞추어 정신없이 춤을 춰대는 모습 같아서 우리는 뱃가죽이 당길 만큼 웃었다.

지친 서울의 삶. 한 순간도 끊이지 않는 온갖 소음, 뿌연 하늘, 두려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떠나는 것뿐이었다! ……참으로 우연찮게 선이골 소식을 접했다. 집만 한 채 있고 전기도 인가도 없다는 그곳에 나는 "당장 갑시다. 살면서 어찌 해봅시다"라고 했다.


 
   
차례
책을 내면서


 편지를 쓰며
 아침맞이 노래
 선이골에 온 까닭은
 때와 철을 알아가며
 선이골의 밤
 먹는 것과 사는 것
 아버지를 생각함
 한 알의 쌀을 만나다

여름
 오일장 사람들
 까치독사의 가르침
 옥수수 두 개면 족하다
 손님을 맞으며
 나들이의 참맛
 가장 아름다운 옷
 풀과의 전쟁

가을
 소포를 풀며
 산짐승들과 화해하다
 막내딸 원목이
 선이골에서 접한 9·11
 남편을 '다시' 만나다
 만추의 아침을 줍다
 첫 수확, 그 황홀한 경험

겨울
 옛 이야기 맛있는 겨울 밤
 "어머니! 저 이 뺐어요"
 열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외딴 집
 땔감을 준비하며
 봉순이에게서 배우다
 성탄절 선물
 콩나물처럼 자라는 아이들
 선이골 다섯 아이의 학교 

본문내용
먹는 것과 사는 것

내가 아무리 부지런을 떨고 온갖 화려한 양념을 한들

어찌 방금 따와 삶은 옥수수와 풋강낭콩, 그리고 갓 따온 오이와 토마토로 차린

여름 오후의 밥상보다 맛날 수 있을까?

 

늦가을 배추와 무한 접시와 밤호박으로 차린

그 밥상보다 더한 가을 맛을 또 어찌 낸단 말인가?

긴 여름날, 일을 마치고 냇가에서 목욕을 한 뒤, 아직도 두 시간은

족히 누릴 수 있는 여름날의 밝음을 감사해 하며

온 가족이 저마다 따온 양식을 모아놓고 즐기는 그 만찬에 비할 수 있을까?

 

씨를 뿌리고 그것들이 자라는 동안

우리의 양식으로 제공되는 봄의 쑥버무리와 달래무침 한 접시……

그 단순 소박한 맛은 또 어떤가?

토끼처럼 모싯대, 참나물, 원추리 등을 간장도 없이 맛있게 씹어먹는

원목이의 미각을 어느 요리사가 만족시킬 수 있는가 말이다.



 


 
출처 : 블로그 > 흙집마을 | 글쓴이 : 비즈니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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