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구룡령이야기

지리산자연인 2006. 1. 4. 21:10
.. 진고개에서 출발 오대산 산속을 와 좋다 하면서

지나서 구룡령 못미쳐 두시간 거리 산속에서 며칠 짱박히다

(군대 용어)

내딴에는 아주 깊은 산속에 아무도 몰래 짱박혔다고 생각했는데...

거기 물 뜨러 지도에 나온곳으로 갔더니 누가 오랫동안

생활한 흔적이 있다 -.-

아마 나물 뜯고 했던듯...

그래도 여기까지 아무도 안오겠지 했다

응복산

 

그 담담날로 아침에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나물뜯으러 온 아저씨 아짐들...

높이도 올라왔따

신배령 못 미쳐서 만난 아줌마들은 강릉 부연에서 올라오셨따고 했는데..

이분들은 구룡령 지나 갈천이란곳에서 미천골 자연휴양림있는 임도를

한시간 이상 달려서 또 거기서 한시간이상을 걸어올라 여기까지 왔단다

그것도 그날에서야 영림서 사람들이 들어가도록 허락해서 들어왔단다

 

내딴에는 공부한다고 아무도 없는 곳이라고 텐트쳤는데... 흐..

그 분들한테 왜 여기까지 오셔서 나물 뜯냐고 하니까

내 주위에 지천으로 깔린 나물들이 저 아래서는 안 자란단다

높은 산에서만 자라는 귀한 거란다

 

공부는 무슨 공부...

그 분들 따라다니며 나물 뜯었다

무조건 따라다니며 비슷비슷한 풀들을 가지고 물어보면서...

샘플을 하나 들고 다니며 똑같이 생긴것만 뜯으면서..

그래도 비슷한게 너무 많다

첨엔 뭐가 뭔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있기도 했다가

나중에는 일미터 밖에서도 즉시 참나물인거 알겠더라

나중에 보니 거기다 누가 움막같은거 쳐놓고 산사람도 있었다

 

그분들 이야기가...

그런거 뜯어서 자식들 대학보내고 한단다

일년에 열흘 정도 기간인데 영림서에서 못 들어오게 한다고,

좀 들여보내줘야 우리도 먹고 살게 아니냐고 하신다

다른 분들은 다들 재주껏 못 올라가게 해도 다 올라오던데....

 

그러고 며칠 있다가 구룡령으로 이동..

아침 9시 못되서 도착해서 보니 그 높은 해발 1013미터 고지위에 휴게소가 있다

지도엔 없던건데...

그리고 구룡룡 꼭대기 위로는 생물들 지나가라고 생태통로랍시고

내 비싼 세금 들여 씰데없는 짓하다... 거기 생물 쥐한마리도 안지나가겠더라..

어떻게 생태통로 수억들여 터널식으로 지어놓고

그 옆에다가 휴게소를 차리다니...

그것도 방송에서 나와서 세금 낭비니 뭐니 떠들었더니

그 여파로 밤 8시쯤이면 불을 끄고 영업을 끝낸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암것도 안 지나가겠다

구룡령 생태통로

 

무슨 통로에 낙엽도 거의 없고 심어논 나무들도 죽고...

동물들 먹으라고 놔둔 먹이들도 거의 그대로다 새들만 조금 먹었던듯..

나도 공무원되면 이러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될른지....

화장실을 찾아들어가 세수하려니 어떤 아저씨가 나를 쳐다본다

나보고 혼자냐고?

여기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진고개서 와서 보급품 충전하러 왔다고 하니

물건 사려면 창촌리까지 가야한덴다

그러며 버스 9시에 곧 오니 그거 타란다

그래서 밥부터 먹고 갈려한다하니 하루에 그거 딱 한대란다 --;;

그러면 내려가서 어떻게 올라오냐고 하니

지나가는 차 얻어타야 된단다

그래서 정 안되면 택시라도 타고 오겠습니다하니

거기는 택시도 없댄다

그리고 휴대폰 충전할곳도 없댄다

휴대폰은 밧데리 다된지 몇주짼데...

 

인간이 싫어 산속에 쳐박혔지만 인간의 소식이 그리워

차마 밧데리 아까워 전화는 못 걸고

문자메세지만 보내고 답장왔나 자꾸 켜보고..

그러다 밧데리 다 썼다

세상에 이런곳이 다 있었구나...

오대산 진고개는 버스가 한대도 안다녀도

지나가는 차들이 많아서 얻어타기도 쉬웠는데..

여기는 지나가는 차들도 귀하다

세상에나...

아래 홍천군 내면 창촌리까지 가서 여러가지 보급품을

사서 저기 아래 오대산 가는 길목까지 와서 올라오는데...

지나가는 차가 없다...

그래서 무거운 짐들 지고 걸어서 올라오기로 하다

걸어서 저 하늘까지? 아니고 걸어서 저 1000미터 고지까지... 흐...

그래도 짐지고 올라오면 불쌍타고 지나가는 차들이 태워줄거라고 믿으면서...

그래서 한 이삼키로를 걷다.. -_-

그때까지 올라가는 차 한대도 없었다

내려가는 차들만 불쌍한듯 다들 쳐다본다...

왜 내려가는 차들은 저리도 많은지...

 

나중에 누가 태워줘서 겨우 구룡령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세상에 산으로만 다녀서 내가 얼마나 산속에 깊이 쳐박혀있었는지 몰랐다

그런데 우리나라서 젤 험한 곳중 하나였다 거기가... 흐...

홍천에서 양양으로 갈때는 구룡령을 꼭 지나가 보시길...

거기 좋슴돠

아저씨 아줌마들 아주 친절합니다

제가 김치가 모자란다고 하니 신김치 아주 맛난걸 며칠 먹을거 공짜로

주셨습니다 이런 고마울데가...

인간이 드물다 보니 인간성들이 다들 살아난다!

저녁다되서 출발하려니 나물뜯다 온 아짐들이 거기가면 물같은거 없다고 해서 (나중에 가서 보니 있읍디다 그 분들도 초보들이신듯)

거기 생태 통로위에다가 텐트를 쳤는데...

 

물 구하러 다시 휴게소에 가니...

아저씨 말이... 거기 카메라들 달려 있는데 거기다가 쳤어요?

그러더니 이층에가서 화면을 보고 나보고

거기 딱 카메라 앞에다가 텐트치셨네...

그러면서 삼림청인가 환경청인가에서 와서 보면 뭐라한다고 텐트를 옮기란다 쩝....

어제 양양으로 내려왔다

 

처음 내 방랑을 시작햇던 그곳에서 조침령으로 내려왔엇는데

다시 태백에서 시작한 방랑이 조침령까지 왔다

에효...

내려가야지 하면서 생각하다가

왜 내려가지?

속세가 싫으면서... 적응도 잘 못하면서...

뭘 할까 찾다가 내 소심한 성격에 공무원밖에 할게 없다해서

공무원 해놓고도 임용유예 해놓고 이렇게 떠돌면서...

차라리 산속에서 아예 죽을때까지 살까나?

'나 여기서 나무되어 살까?' 그 시는 그대로 내 마음이다

(것도 시라고 쳐줄지 모르지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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