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나는 매일 집을 짓는다

지리산자연인 2006. 1. 6. 19:56

나는 매일 집을 짓는다

 

언덕위 고추밭옆

진해만 고기잡이배 내려다보는

이층 빨간 벽돌집이 아니어도 좋다

철바꿔 꽃피고

인공연못 옆 네잎 클로버가

자라는 정원이 없어도 좋다

마을 솜씨좋은 방목수 불러

터 안 다지고 벽돌 안 올려도 아니 부럽다

내 어린 마음 어린 솜씨로

땅파고 철근넣어 콘크리트 부어

집 세우면 내집인 것을

먼 어느날

600V 옥내배선 주름관안에 넣고

미장이질하고 도배하면

내 때낀 발가락 누워 휘휘저을

집이 만들어진다

내가 만든 집이...

작은 마당엔 라일락향기나고

벽에는 담쟁이 기어간다

내가 만든 집에선

내 마음속 작은 터에

하나하나 벽돌이 쌓여간다

 

200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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