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혹성
수만년 빛으로 달려갈
빛과 암흑사이로 뻗은
어느 붉은 혹성 깊은 골짜기속을
검의 피와 살로 해메었읍니다
아무도 없었읍니다
소리 질러 잊혀져가는
눈물 대신했읍니다
아무도 없는 곳
아무도 와본적없는 곳을
왜 내가 헤메이는지 몰랐읍니다
여기서 나가야 해!
길은 없었읍니다
끝없는 늪넝쿨 헤치면
그게 내 길이었읍니다
땀과 진흙이 마른 자리에
화강암 날카로이 흔적
허벅지에 남기면
좁쌀같은 하얀 벌레들이 스멀대었읍니다
어딘지도 몰랐읍니다
땅위를 기는 이 뿌리가
몇달 전 나를 쓰러뜨린
뿌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읍니다
고통스런 상처가
내 몸에 하나둘 늘어갈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읍니다
어둠이 조금씩 사라져 갔읍니다
그때 보았읍니다
어느때 헤메이기를 멈추고
하하 크게 웃어제낄때
제 눈에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욱들이 보였읍니다
그들의 피와 눈물이 풀과 바위마다 베어있었읍니다
나는 보았읍니다
얼마전 나처럼 눈뜨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히며
안스럽게 제자리를 빙빙도는
많은 사람들을 말입니다
난 혼자가 아니었읍니다
그리고 여기는 내 집이자 모두의 집이었읍니다
누구나 와서 머물고 떠나는 자리였읍니다
이제 나는 휘파람을 붑니다
나를 위해 여기를 지나간 모든
내 친구들, 내 형제들을 위해서...
200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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