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붉은 혹성

지리산자연인 2006. 1. 6. 19:57

붉은 혹성

 

 

수만년 빛으로 달려갈

빛과 암흑사이로 뻗은

어느 붉은 혹성 깊은 골짜기속을

검의 피와 살로 해메었읍니다

아무도 없었읍니다

소리 질러 잊혀져가는

눈물 대신했읍니다

아무도 없는 곳

아무도 와본적없는 곳을

왜 내가 헤메이는지 몰랐읍니다

여기서 나가야 해!

길은 없었읍니다

끝없는 늪넝쿨 헤치면

그게 내 길이었읍니다

땀과 진흙이 마른 자리에

화강암 날카로이 흔적

허벅지에 남기면

좁쌀같은 하얀 벌레들이 스멀대었읍니다

어딘지도 몰랐읍니다

땅위를 기는 이 뿌리가

몇달 전 나를 쓰러뜨린

뿌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읍니다

고통스런 상처가

내 몸에 하나둘 늘어갈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읍니다

어둠이 조금씩 사라져 갔읍니다

그때 보았읍니다

어느때 헤메이기를 멈추고

하하 크게 웃어제낄때

제 눈에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욱들이 보였읍니다

그들의 피와 눈물이 풀과 바위마다 베어있었읍니다

나는 보았읍니다

얼마전 나처럼 눈뜨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히며

안스럽게 제자리를 빙빙도는

많은 사람들을 말입니다

난 혼자가 아니었읍니다

그리고 여기는 내 집이자 모두의 집이었읍니다

누구나 와서 머물고 떠나는 자리였읍니다

이제 나는 휘파람을 붑니다

나를 위해 여기를 지나간 모든

내 친구들, 내 형제들을 위해서...

 

200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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