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誤差) 여행/머구리(이무택)
오로지 혼자만이 타고 달리는 장대 열차의 의자 이리저리 옮겨 다녀 앉으며
끊임없이 다가왔다 물러나는 창밖의 광경 바라보다가
기록이라는 기억에 이끌려 이름 알 수 없는 강나루 이르렀다.
나루엔 얼마든지 늘렸다 줄였다 하는 부정형 배가 도착해
수런수런한 무리와
불과 물, 참신과 헛신, 참새와 방앗간, 등등 무리들이 부리는 기계들을 싣고 있고
내가 오르자 늘 그런 듯 시간의 오차범주(誤差範疇) 가로질러 흐르는 검은 강물에 나있는 흰 물살 가르며
그럴싸한 사공이 건너편 기슭으로 배를 몰아간다.
(나는 오만 傲慢 떨다가 휘어져 부러진 일 과거 있었음 기억하며 기약 없는 이 배 꽁꽁 묶을 밧줄 거머쥐고 저 무지막지한 사공의 눈치 살핀다.)
아하! 그렇다.
지우거나 고치거나 태우거나 할 수 없는 기록물들 하나 둘 쌓이는 높이만큼 솟구는 배 삯을 마련하려면,
검은 강 저 편에서 같이 타고 온 무리들과 모종의 음모를 꾸며야 한다.
여기 내린 기계들을 점검하고 수리하며
"끄다, 켜다" 분별(分別)과 반전(反轉) 거듭하는 무리와 더불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자면,
얼굴 깜깜한 사공 모르게 오차범주(誤差範疇) 잇닿은 강기슭을
무엇보다 은밀히 살펴두어야 한다.
*머구리님은
천리안 시동호회 시창의 회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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