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에서 즐기는 시골생활의 여유와 행복
▲ 일부 개조한 부분을 빼고는 거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시골 아주머니’ 이수경씨의 초가집.
전원 생활에서 느끼는 매력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아침과 저녁이 다른 자연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대개 공통적일 것이다.
이수경씨는 그 흔한 TV 한대도 없이 주말이면
시골에 묻혀 오직 자연과 이웃을 벗하며 세상을 잊고 산다.
전원 주택이라기 보다는 시골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골 아낙 이수경씨의 집과 생활.
◀ 이수경씨는 자신의 전공과는 달리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에 그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어요.
어느 새 새싹이 돋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꽃이 피어 있지요.
주변의 산들이 어느 새 초록으로 우거졌다 싶은데
다시 울긋 불긋 단풍이 들고, 그러다가 낙엽이 떨어집니다.
마당에 심은 꽃들에서도 자연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와요.
도시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이런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져요.
이게 바로 전원생활에서 오는 행복 아닌가요."
수령이 450년이나 됐다는 은행에서 떨어진 은행들을
말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 아주머니'인 이수경씨.
잠시도 쉴 새 없이 마당 이곳저곳을 오가면서도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마치 전원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그에게 전원은 그야말로 예찬의 대상이다.
'ㄱ'자의 둥그런 초가지붕과 싸리문, 흙담, 그리고 마당 한쪽에 놓인 장독대는
옛적 시골의 푸근함과 구수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여기에서 감자도 굽고 고구마도 굽는다.
세상살이 다 잊어버리고 파묻힐 수 있는 그런 시골생활의 여유가 묻어나는 집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전원주택이라기 보다 그냥 시골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 화단과 정자 사이로 난 길. 집 뒷산의 붉게 물든 단풍도 배경으로는 그만이다.
이씨는 이곳 생활에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곤 한다.
‘시골 마을’에 사는 ‘시골 생활’
경기도 광주시. 올해 3월
시로 승격됐다. 이곳 남종면 금천리는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집 뒤로는 산이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취하고 있다.
집앞 마당으로 내려서면 바로 눈앞에 북한강이 들어온다.
그러던 이곳이 몇해전인가 마을 앞으로 도로가 나면서 그런 낭만과 운치는 사라져 버렸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마을 앞길에 성토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걸음만 걸아나가면 북한강을 볼 수 있다.
이수경씨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8년전.
원래 국악하던 사람이 살던 집을 사서 주말이면 아예 이곳에 파묻혀 살다시피 한다.
의상 디자이너인 이씨는 지금의 초가집 앞쪽에 작업실을 겸한 집을 구입,
원룸형식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다가 이 집을 구입했다.
이 마을에 집을 두 채 소유한 셈이다.
▲ 마당 한쪽에 놓인 장독대는 옛 시골 생활의 구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전형적인 초가 형태인 이 집은 문화재로
지정해도 좋을 만큼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다만 부엌과 헛간으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현대식으로 바꾸고 창문을 냈다.
집 가운데에는
작은 대청이 있고 그 옆으로 안방과 건넌방이 있다.
이곳에 옮겨오고 나서 동네 어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이 집이 건축된 것은 200년쯤 전이었다고 한다.
이씨의 거주 공간은 초가집이 아니다.
그는 초가집 뒤에 조그만 가건물을 짓고 거기서 생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한 비닐 하우스처럼 보이는 집인데
원룸으로 만들어진 내부 공간이 정갈하다.
이 집 주인의 성격을 짐작할만 하다. 원룸에는
주방시설과 식탁, 그리고 침대가 놓여 있다.
그러나 기실 이씨가 집안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생활이 마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거주공간의 한쪽 벽에는 제법 솜씨있게 찍은
이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
원래 전공은 아니었지만 사진에 매료돼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아들이 찍어준 것이다.
어머니의 사진 찍는 것에 인색하던 아들에게 스튜디오를 마련해 주고서야
겨우 찍은 사진이란다. 사진 값 치고는 꽤 비싼 셈이다.
▲ 원룸 형태로 정갈하게 꾸며진 이수경씨 부부의 거처.
이수경씨는 장차 이곳을 의생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조그만 이벤트 기획했단 논란일기도
이씨는 이곳에만 내려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고 한다.
손길이 가야할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마당에 심어놓은 꽃들을 돌보고 모닥불도 지피고
처음 살던 집 옆에 자그마하게 마련한 텃밭도 가꾸어야 한다.
이렇게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
하다 보면 하루해가 훌쩍 넘어가 버린다.
하루 종일 움직이면서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기도 할텐데 그런 내색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바쁜 시골생활이 그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듯하다.
"이곳에 내려오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라요.
집안 일이나 밭일도 적지 않은 데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대접도 해야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바빠도 맑은 공기 아래서 생활해서 그런지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이제는 이런 생활이 어느 정도 몸에 밴 듯도 하구요."
이수경씨는 시골출신이다. 경북
청도가 그의 고향이다.
이 집이 어릴 적 그의 시골생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 이씨 집의 대문은 초가집과 어울리는 싸리문이다.
500평쯤 되는 이 집의 마당에는 볼거리가 많다.
작은 연못들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고 돌탑도 군데군데 눈에 띤다. 화단들도 조성돼 있다.
모두 이씨가 손수 만든 것들이다.
마당을 둘러보자니 바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옆으로는 조그만
개울도 흐른다. 개울옆 한쪽에는 초가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이 곳에 앉아 술 한 잔을 기울이노라면 절로 시 한 수가 읊조려 질
법하다.
이 집에는 수령 450년이 된 은행나무 외에 뽕나무가 있고 마당 앞쪽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뽕나무에는 오디가 열린다.
이씨는 이 오디로 술을 담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내놓곤 한다.
오디주의 색깔은 마치 진한 포도주 같다.
그리고 그 맛은 달콤하고 향기롭다.
그 색깔과 맛에 취해 이수경씨가 내놓은 오디주 두 잔을 거푸 비운다.
이수경씨는 지난 해
이 마을에서 조그만 이벤트 하나를 벌렸다.
마을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60개의 허수아비를 만들고 거기에 옷을 입혀 이른바
'테마가 있는 허수아비 패션전'을 기획한 것.
그런데 이게 마을사람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논에 이것을 세워두기도
했지만
동네에 귀신을 불러들인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비판 때문에 올해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다시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 마루에 놓인 호박이 초가집의 분위기와 썩 어울린다.
장차
만들 박물관을 위해 이씨는 한 점 한 점 그동안 모은 자료들을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다.
의생활 역사 한눈에 보여주는 ‘의생활 박물관’
계획
이씨가 처음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마을사람들과의 이질감이었다.
흔히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다.
그래서 그는 처음 마을에 들어와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인사를 건넸다.
이런 일화도 있다.
무심코 인사를 건넸는데 자신은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나.
그러나 그런 노력
덕분에 이수경씨는 이제 거의 이 마을 사람이 다 됐다.
동네 사람들과도 격의없이 친하게 지낸다.
도시에 살면서 느끼기 힘든 훈훈한 이웃간의 정도 느끼고 있다.
넉넉한 인심도 몸에 배었다.
주로 주말에만 이곳에서 생활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한 8년여의 세월이 그를 영락없는 시골 아낙으로 만들어놓았다.
어쩌면 그것은 도시생활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그의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그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당초 이수경씨가 이곳에 집을
마련한 것은 의상 박물관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의상 디자인을 하면서 틈틈이 모아두었던 자료와 민구들을 전시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장으로도 활용할 겸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어요.
목화로 베를 짜던 베틀에서부터 현대적인 용품에 이르기까지
의류와 관계된 것을 한 자리에 모아 생활박물관을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은
부군의 바깥 일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준비는 차근 차근해가고 있다.
▲ 영락없는 시골 아낙의 모습으로 이수경씨가 마당에서 은행을 고르고 있다.
초가집 툇마루에는 오래된 물레가 하나 놓여 있다.
이 물레도 박물관에 전시될 품목중 하나이다.
물레뿐 아니라 골동품이나 옛생활민구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띤다.
이런 생활민구들은 초가집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초가집을 선택한 이유를 알 듯 하다.
부엌과 헛간 등 개조를 한 부분에는 밀랍인형을 만들어 베틀로
베를 짜는 모습 등 옛 시절의 의생활 문화를 직접 보여줄 생각이다.
지금은 의상디자인 일을
하고 있지만 이수경씨의 전공은 워낙 주생활분야이다.
전공과는 달리 의생활쪽의 일을 하게 된 것은 미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당초 작업실로 쓰던 집 벽에는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다. 자화상도 있고 풍경화도 있다.
모두 이수경씨 작품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하기도 했다.
미술에 대한 그의 관심이 전공과는 다른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길로 이끈 셈이다.
이 집에는
적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집 뒤의 산과 집앞으로 흐르는 북한강... 이런 자연환경이 손님들의 발길을 이끈다.
이 집을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 찾는다고 한다.
자연화경도 자연환경이려니와 넉넉한 이씨의 인심 때문이다.
특히 손님들에게 내놓는 오디주의 달콤함도 손님들의 발길을 끄는데 한 몫
했으리라.
이수경씨의 집에는 요즘은 시골에도 없는 집이 없는 TV가 없다.
이곳에 있는 동안 아예 세상과는 인연을 끊고 사는 셈이다.
그리고 오로지 자연에 묻혀, 시골 인심에 묻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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