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통일

자주국방네트워크 김훈배님 연설

지리산자연인 2006. 2. 14. 14:16

                
지난 1월19일(목)에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국방관련 연구기관인 LAND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를 초청한 가운데
『국방개혁2020』 관련 연구보고서 발표 및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지정토론은 김훈배(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석복(성우회 안보분과위원장), 노훈(국방부 국방개혁보좌관)님이 참가하였으며,
장영달, 황진하, 송영선, 권경석 의원외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국회의원들과
언론기관 및 군관계자들 다수가 참석하였습니다.

사회를 맡은 황진하 의원이 참석자들을 소개한데 이어 브루스 베넷 박사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방부 국방개혁보좌관 노훈님의 『국방개혁2020』옹호에 맞서 많은 토론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주변국의 군비동향을 고려할 때 『국방개혁2020』이 목표로하는 수준의 전력으로는 적절한 국방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과
그나마 목표로 내세운 『국방개혁2020』만이라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방비의 확보가 국민적 지지와 더불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하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발표했던 내용의 골격을 이루었던 글을 참고로 올립니다.



황진하 의원 주최 정책토론회 - 브루스 베넷 박사 초정 『국방개혁 2020』토론회
2006년 1월 19일 01:30~13:30

국방개혁에 관한 小考
자주국방네트워크 / 대표 김훈배.


오늘 국방개혁 2020 토론회에서는 브루스 베넷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분들께서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접근하시고 계시므로, 저는 일반 시민의 시각으로 국방비를 중심으로 접근해 볼까 합니다.


국방개혁 2020의 청사진을 보면, 54만 8천명의 육군병력을 17만7천명 감축하여 37만1천명으로, 47개 사단은 20개 사단으로 감축하기로 하고, 그 대체방안으로 첨단장비중심으로 군의 구조를 개편하여 첨단화 정보화 기동화된 정예강군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국방개혁 2020은 병력을 줄이는 대신 그에 상응한 전력을 유지-재편하기 위하여 막대한 자본을 투하하는 방식으로서 경제계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집약적산업에서 자본집약적산업으로 변신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육군 일반 보병 1개 사단의 년간 운영비는 700억원 수준 입니다. 그러나 이들 보병사단을 기계화 사단으로 개편 또는 창설하려면 약 2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00억원은 미국의 현용 주력 전투기이자 우리나라의 차기 전투기인 F-15 전투기 한대 값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사 1인당 연간인력 운영비는 상병 기준으로 242만원 수준이고, 부사관은 중사를 기준으로 3,189만원 정도입니다.

국방개혁 2020에 따르면 병사 중심으로 17만 7천명의 병력을 감축하고, 그 감축된 병력의 운영비 절감효과를 통하여 장비를 첨단화시키고, 직업군인인 부사관 병력 1만8천명을 충원하겠다는 논리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년간 242만원짜리 병사 17만 7천명의 인력운영비는 약 4,300억원이지만, 년간 3,189만원짜리 부사관 1만8천명의 인력운영비는 그를 훨씬 상회하는 5천740원에 이를 것입니다.

즉, 현재의 병력중심 구조를 첨단무기 중심구조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고, 사병 중심의 병력을 대폭 감축한다고 해도 뚜렷한 재원마련의 밑천이 되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국방의 주체인 한국군은 6.25 동란 이후 계속되어 온 전통적인 지상전력 대치에 대한 수요와 해양질서국가로서 편입되면서 이룩한 대외 지향적 경제력에 걸 맞는 해양 및 공중 전력에 대한 복합적인 수요가 맞물리면서, 일반적으로 지상전력 중심 또는 해양전력 중심으로 단일한 국방수요를 소화하면 되는 나라들과는 달리 지상-해양-공중의 이중-삼중적인 수요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중-삼중적인 국방수요의 강요는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어, 놀랄만한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국가적 국민적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비는 '국가안보' 라는 원초적 기능 이외에도 농수산업은 물론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각종 산업에 걸쳐 지출되므로 산업전반에 걸쳐 다양하고도 다층적인 유발효과를 가져옴으로써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일정부문 기여하고 있으며, 업종별 산업 유발효과 지수를 보면 정부의 다른 예산부문이 1.67에 그치나 국방비의 경우 1.79로 정부예산 지출 분야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유발 효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즉, 한정된 정부예산 범위 내에서는 국방비보다 경제적 유발효과가 큰 분야도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활성도가 높은 싱가폴이 GDP 대비 5%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10년이상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메는 독일 일본이 GDP 대비 1%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 3.9%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고, 반대로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3.7%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GDP 대비 1%에서 5% 사이에서 편성되는 국방비는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 등재된 2006년 정부예산 확정내역
[※  http://blog.news.go.kr/dn_attach/24b5329bd2d883d6ea0ff8aa/2006년_나라살림(국회_확정).hwp/2006년_나라살림(국회_확정).hwp ] 을 보면 ...

산업유발효과가 낮은 사회복지비는 올해만해도 전년대비 13%가까이 증가한 56조원,
통일외교분야공공질서 부문 11.4%
문화관광 9.7%
국방 6.7%의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국방비는 GDP 대비로는 2.5%, 금액으로는 22조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세계평균에도 미치지 못함은 물론, 직접적인 안보수요 유발국들인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 등과는 비율로나 금액으로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올해만도 전년대비 21%의 국방비 증액을 이루었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년간 40조여원을 안정적으로 누적투입하면서 세계2위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지난 17년간 지속적으로 10%대를 훨씬 넘는 두자리수의 국방비 증액률을 정착화 시키고 있으며, 특히 최근 2003년에는 전년대비 17.6%라는 놀라운 국방비 증액에 이어 2004년과 2005년에도 변함없이 11.6%, 12.6%라는 두자리수의 국방비 증액을 실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국방비의 증액 속에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는 2001년 2월 전군주요지휘관회를 통해 지상군은 각 집단군에 항공단을 창설하여 기동성과 신속대응능력을 높이고, 해군은 대양해군을 목표로 구축함·잠수함·호위함전력을 대폭 보강하며, 공군은 제1선전투기 기종을 100% 신형으로 교체하고 100개의 전략비행장을 건설하며, 전략미사일부대는 신형미사일을 갖춘 전략미사일 대대를 증설하여 제1단계 미사일방어체제를완료하기로하는 것을 골자로한 ‘5개년 강군계획’을 확정하였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해를 전후하여 우리의 KDX-Ⅱ보다도 대형화된 168, 169, 170, 171, 525, 526, 115, 116함 등을 잇달아 건조-진수-취역 시켰음은 물론, 이지스함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썬번 미사일로 유명한 소브르멘니급 미사일 공격구축함을 현대급으로 개명하여 4척을 도입 또는 도입 중에 있으며, 수중 배수량 4천톤급의 러시아제 636M 잠수함을 8척이나 대량 도입하면서 킬로급 잠수함을 12척을 확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AIP를 탑재한 자국산 잠수함의 양산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동풍 등의 탄도탄 미사일의 대량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고, Su-30MMK류의 첨단 전투기뿐만 아니라,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를 대량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방개혁 2020에 따르면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는 현재의 2.5% 수준에서 2014년경에는 최고 3%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급격히 줄이면서 결국 2020년에는 현재 보다도 낮은 2.3%대로 축소하는 장기계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이나 이에 적극 맞대응하려는 일본의 구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동북아 지역에서의 자원확보戰에 대한 대비로서는 주변국들의 전력증강 추이를 지나치게 무시-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이 안보수요 무풍지대인 남태평양 한가운데 쯤 있는 나라가 아닌가하는 국가적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6년 국방부의 국방비 요구안을 보면 2005년의 20조8,226억 보다 2조 406억원이 늘어난 23조3,212억원, GDP 대비로는 2.6%로
[ ※  ‘05국방예산분석․평가 및 ’06전망 179쪽.] 되어 있습니다만, 지난 12월 30일 여당을 중심으로 통과시킨 예산확정안은 22조 3,014억원으로 국방부 증액요구안의 50%인 1조 2백억 여원을 삭감한 것으로써 국방예산안이 이처럼 대폭 삭감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즉, 국방부의 요구안인 전년대비 11%대 증액은 물론 조정된 기획예산처안 9.8%에도 한참 못 미치는 6.7%로 줄어듦으로써, 국방개혁의 원년인 2006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지고 있다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 10월 27일 국방개혁이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전력투자비 272조원과 경상운영비 349조원 등 총 621조원의 국방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하여 윤광웅 국방장관은 국방개혁의 성패여부는 년 평균 11% 증액의 국방비 확보에 달렸다고 하였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국방개혁 2020은 국방개혁 원년인 2006년 첫 걸음부터 이미 대체전력마련을 위한 예산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실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특히 첨단장비들이 전력화되기 전 까지는 오랜 기간에 걸친 숙지 및 반복훈련 그리고 제대 단위별 전술훈련이 필요한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선행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첨단 장비류에 대한 선행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바탕에서 진행하는 국방개혁은 아무리 화려하고 현란한 표현으로 도배를 한다고 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즉, 병역중심에서 첨단장비 중심의 군대로 체재를 바꾸는 국방개혁이 국방개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비별 선행투자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바탕위에서 병력감축으로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재원의 뒷받침 없이 그래서 대체전력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력 감축만이 앞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 방위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 국방개혁 2020 』이라는 표어는 단순히 병력감축만을 위한 선전선동용 광고 카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사업을 위해 그럴듯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투자자들을 모은 후, 정작 사업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기행각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게 될 것입니다.

국방개혁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프랑스의 국방개혁이 군병력 감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프랑스가 유럽에서의 냉전종식에 따라 안보수요가 현실적으로 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제였다는 점이며, 냉전 종식에 따라 병력을 감축하고 장비 중심으로 재편한 미군이 10년도 못되어 병력부족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점은 국방개혁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진행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진족의 압박을 물리치고 압록강 두만강을 개척했던 임금이 있었던가 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을 보면서도 민심을 어지럽힌다거나 태평성대를 능멸한다면서 애써 현실을 외면하다가 국토를 유린시킨 임금도 있고,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의 뼈아픈 경험도 잊은 채, 아무런 힘의 뒷받침 없이 주변국들의 갈등 구조 속에서 『국제평화』라는 환상을 외치다가 결국 주권마저도 빼앗긴 임금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강 건너 남의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고, 동화 속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우리가 겪었던 역사이며 현실이었습니다.

역사는 이 시간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전력은 외면한 채, 점심은 평양에서 먹겠다고 기고만장하는 과신을 하다가 3일 만에 수도를 빼앗기는 쓰라린 현실을 맛보았던 것이 머나먼 태고적 이야기가 아님에도, 주변국의 위협적인 폭발적 군비증강은 애써 외면하려는 유전인자가 또 다시 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방개혁의 핵심은 다분히 패권지향적인 주변국들의 위협에 대하여 충분한 국가방어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의 재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국민은 물론 정부 그리고 여기에 참석하고 계신 정치인들과 언론인들께서 앞장서서 해주어야하는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뒤 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경청하여주신 패널 및 방청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끝으로 세종 때의 충신이었던 김종서 장군이 올린 상소문으로 이 발표를 마칠까 합니다.

『군사를 훈련시키려고 하면
어떤이는 '백성이 굶주리고 있으니 할 수 없다'하고,

무기를 수리해 놓으려 하면
'백성이 가난하니 할 수 없다'하고,

장정의 숫자를 점검해 보려고 하면
'백성이 놀라서 시끄럽게 되니 할 수 없다'하고,

군대를 출동시키려하면
'국고가 비어 있으니 안 된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성이 굶주리고 국고가 비었다고 해서
오랑캐가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