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고독.
살아있는
동안에 내 가슴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리움의 허기들이 채워질 수 있을
가
유치한 유행가 한 소절에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중년의 고독을 이름하여 나는 무엇이라고 명제 할
것인가
어깨마다 세월이 앉았던 무게로 함몰돼 가는
우리들의 오후에는 눈물로 엮어 만든
결정체로
밤 낮을 가릴 것 없이 하얀 별이 쏟아져
내린다.
묵직한 가슴에 진통으로 시작되는
내
나이는 오후의 세시 즘을 걷고,
신작로.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시계 초침은 쉬지 않고
제 갈 길로 달음 질 하고
있다.
견고하게 뿌리내린 것처럼 당당하던 젊음의
뒤안길에서
내가 찾는 것은 어쩌면 에로티시즘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의 행방이 그립고, 원형의 복원이
고갈되어
슬퍼 진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외쳤던
인생은 오고 가는 것이다.
황혼의 빛깔은 내 나이를 대변하는
적요로 운 색으로 침전되어 지고 있다.
이제
내가 걸었던 시간을 미련스럽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우상화시키던 내 스스로
자만이나 우월감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내 나이는, 내 이면에 놓여 진 여백만으로도
쓸쓸하므로 그립고, 사랑이 떠나감으로
그립고,
가까운 친지들의 이별이 준 상처로
그립다.
익숙지도 않은 술잔에 어느 날은 바다가 보여 그립고,
바람 한점 가슴에 스쳐도 눈시울의 뜨거움을 자극하는
그리움으로 그립고, 선 잠속에 보이는
선명하지 못한 유년이 내 하루를 훔쳐 그리움이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한
귀향의 꿈으로도 슬퍼서 더욱
그리움이다.
치진 일상의 고단함은 육체가 아니라
우리의 영이 고단함이오.
세월 속에
퇴색되어 간 사랑의 불을
다시 한번 지피고
싶음이오.
사랑하는 자의 영원한 애인이고 싶음이
간절한 것이다.
내 나이는, 순간을
영원으로 꿈꾸는
아름다운 사람 하나 간직하고
살아 있음에 행복을 누리고 싶은
일탈의
이룰 수 없는
소망으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 소유한 것이
아니라.
적은 것이 있음 에도,
날이면
날마다 버려야 하는 것들이 많고 적음을
헤아려 걸어야 하는 내
나이는,
현실의 주는 고독한 실존 앞에 버려진 미아처럼
너무나도 적나라한 허기로 가득한
것이다.
너만 외로운
게 아닌, 나 외에 또, 나도 외롭다.
내 나이는 시간을 걷는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고,
고독이 익고, 외로움도 성숙하며,
서글픔에도 익숙해지므로
급변하는 세상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행하는 모든 것에 느림보가 되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 나이는 고독한
것이오.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것으로 가득한
것이다.
고독의 부피만큼 위로받고 싶은
것이오.
지나온 시간에 미련과 아쉬움의
무게를 절감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내 나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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