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스크랩] 중년의 고독

지리산자연인 2006. 6. 6. 11:48



    중년의 고독.

         
    살아있는 동안에 내 가슴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리움의 허기들이 채워질 수 있을 가
    유치한 유행가 한 소절에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중년의 고독을 이름하여 나는 무엇이라고 명제 할 것인가

    어깨마다 세월이 앉았던 무게로 함몰돼 가는
    우리들의 오후에는 눈물로 엮어 만든 결정체로
    밤 낮을 가릴 것 없이 하얀 별이 쏟아져 내린다.
    묵직한 가슴에 진통으로 시작되는
    내 나이는 오후의 세시 즘을 걷고,
    신작로.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시계 초침은 쉬지 않고
    제 갈 길로 달음 질 하고 있다.

    견고하게 뿌리내린 것처럼 당당하던 젊음의 뒤안길에서
    내가 찾는 것은 어쩌면 에로티시즘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의 행방이 그립고, 원형의 복원이 고갈되어
    슬퍼 진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외쳤던 인생은 오고 가는 것이다.
    황혼의  빛깔은 내 나이를 대변하는
    적요로 운 색으로 침전되어 지고 있다.
    이제 내가 걸었던 시간을 미련스럽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우상화시키던 내 스스로
    자만이나 우월감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내 나이는, 내 이면에 놓여 진 여백만으로도
     쓸쓸하므로 그립고, 사랑이 떠나감으로 그립고,
     가까운 친지들의 이별이 준 상처로 그립다.
     익숙지도 않은 술잔에 어느 날은 바다가 보여 그립고,
     바람 한점 가슴에 스쳐도 눈시울의 뜨거움을 자극하는
     그리움으로 그립고, 선 잠속에 보이는
     선명하지 못한 유년이 내 하루를 훔쳐 그리움이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한
     귀향의 꿈으로도 슬퍼서 더욱 그리움이다.

     치진 일상의 고단함은 육체가 아니라
     우리의 영이 고단함이오.
     세월 속에 퇴색되어 간 사랑의 불을
     다시 한번  지피고 싶음이오.
     사랑하는 자의 영원한 애인이고 싶음이
     간절한 것이다.
     내 나이는, 순간을 영원으로 꿈꾸는
     아름다운 사람 하나 간직하고
     살아 있음에 행복을 누리고 싶은
     일탈의 이룰 수 없는
     소망으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 소유한 것이 아니라.
     적은 것이 있음 에도,
     날이면 날마다 버려야 하는 것들이 많고 적음을
     헤아려 걸어야 하는 내 나이는,
     현실의 주는 고독한 실존 앞에 버려진 미아처럼
     너무나도 적나라한 허기로 가득한 것이다.
      
     너만 외로운 게 아닌, 나 외에 또, 나도 외롭다.
     내 나이는 시간을 걷는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고,
     고독이 익고, 외로움도 성숙하며,
     서글픔에도 익숙해지므로
     급변하는 세상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행하는 모든 것에 느림보가 되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 나이는 고독한 것이오.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것으로 가득한 것이다.
     고독의 부피만큼 위로받고 싶은 것이오.
     지나온 시간에 미련과 아쉬움의
     무게를 절감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내 나이는…….

출처 : 가 객 (歌 客)
글쓴이 : 가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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