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스크랩] 벌통 나르는 밤

지리산자연인 2007. 6. 15. 12:10

이제 해는 지고 저녁이다

7시 다되어 마을 형님댁으로 간다

형님이 담그신 겨우살이로 담근 막걸리를

나누니 일과 끝나기도 전에 취기가 올라온다

 

이제 거의 어두워졌으니 벌통을 날라야지...

형님 두통 나 두통 산길을 걸어 내 움막까지

벌통을 나른다

 

나 여기서 뭐하나?

한때 조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몸바치겠다던 그 아이는 여기서 뭐하나?

나보다 공부못하던 친구들 의대로 갔다

그런데 나는 이 깊은 산골에서 뭐하나?

 

내려놓아라

그래 내려놓아라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는것이라고 했던가?

여보게 친구 그 짐이 무거우면 왜 내려놓고 가질 못하나?

그저 내려놓으면 될것을

단지 욕심때문에...

재산, 명예, 친구, 여인이 곧 네것으로 보이는가?

네것... 그런것은 없으니...

네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서 해방될지라...

 

그래 다 부질없는거...

내려놓아라

내려놓으면 그만큼 더 행복해질지니...

 

몇미터 앞에서 사슴한마리 놀라서 달아난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행복인가?

그 친구들...

난 그들보다 못 벌더라도

더 부유하게 살거고 더 오래 살거다

 

벌들이 벌통에서 자꾸 떨어진다

출처 :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십이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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