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취하는 밤

지리산자연인 2008. 1. 20. 23:47

                      취하는 밤

 

 

네가 내곁에 없는 이 행성위에도 계절은 흐른다

시간이 너를 점점 잊게 해주니...

그 시간이란 놈이 오히려 원망스럽다

 

너를 잊지 않겠노라 집어던진 술잔을 다시 든다

지인이 억지로 권하는걸 뿌리치지 못했노라고

그렇게 치사한 핑계를 대며

다시 술을 마신다

 

즐기지 못하는 건 죄다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면 슬픔대로 즐겨야 한다

슬픔이 있으니 기쁨이 있는거고

아픔도 없는 세상은 죽은 세상일 뿐이니...

살아있음을 즐겨라

이 밤에 네가 없었으면 이별의 아픔도 모르고

늙어 죽을뻔했구나하며 낄낄거린다

 

너를 놓아주지 못하는 나때문에 떠나는 네가 힘들었겠구나

그래 떠나라

자유롭게 떠나라

우리의 시공간이 다시 겹쳐진다면 다시 만나리라

 

지리산 남원골에서 소주 반잔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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