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벌비 내리던 날의 저녁

지리산자연인 2008. 6. 12. 20:29

엉겅퀴꽃이 화려이 피더니 어느새 여름입니다

두류산은 꿀벌들에 점령당했습니다

점령군은 밤꽃위에서 온 산을 흔들어대고

얼치기 산도둑놈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나들이 다녀온 벌들이 나무들 사이 열린 하늘에서

벌비가 되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밤꽃이 산에 가득하니 벌통마다 꿀이 가득하고

그 향에 취합니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지치술 한잔, 두송실주 한잔, 노박덩굴술 한잔에 취하고

지리산 산속에만 사는 커다란 북두칠성은

꼬리가 천왕봉에 걸렸습니다

 

산은 사람을 빚어내니

이 산골 사람들은 산을 닮았습니다

이 산속에 귀신이 찾아올까 두려울까요?

그래봐야 인심좋은 지리산골 산귀신이라...

내 아끼는 마가목술 한잔 대접해 보내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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