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꽃이 화려이 피더니 어느새 여름입니다
두류산은 꿀벌들에 점령당했습니다
점령군은 밤꽃위에서 온 산을 흔들어대고
얼치기 산도둑놈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나들이 다녀온 벌들이 나무들 사이 열린 하늘에서
벌비가 되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밤꽃이 산에 가득하니 벌통마다 꿀이 가득하고
그 향에 취합니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지치술 한잔, 두송실주 한잔, 노박덩굴술 한잔에 취하고
지리산 산속에만 사는 커다란 북두칠성은
꼬리가 천왕봉에 걸렸습니다
산은 사람을 빚어내니
이 산골 사람들은 산을 닮았습니다
이 산속에 귀신이 찾아올까 두려울까요?
그래봐야 인심좋은 지리산골 산귀신이라...
내 아끼는 마가목술 한잔 대접해 보내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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