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2
김병욱
새봉을 넘던 바람이
그 큰 걸음 처언천히 휘저으며
지나갔다가는 끝없이 다시 내게로 온다
저 바람은
단목령 한평 내 집을
흔들던 바람이며
귀네미골을 휘젓던 그바람
그 바람이 이제는 오봉골에
눌러앉았구나
내게 이젠 핑계가 있었으면 하구나
게으르지 않을 핑계
치열하게 살아야 할 핑계
더 높이 나를 끓어올려야 할 핑계
철든다는건 이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 거겠지?
이 바람을 껴안고
이 바람속에서
이 바람이 아름다울 핑계
이 바람속에서 행복해 할
핑계가 있었으면 한다
임아
내게 이 바람을 사랑해야 할
핑계가 되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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