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청혼2

지리산자연인 2010. 2. 9. 20:32

                          청혼2

 

                                         김병욱

 

새봉을 넘던 바람이 

그 큰 걸음 처언천히 휘저으며

지나갔다가는 끝없이 다시 내게로 온다

 

저 바람은

단목령 한평 내 집을

흔들던 바람이며

귀네미골을 휘젓던 그바람

그 바람이 이제는 오봉골에

눌러앉았구나

 

내게 이젠 핑계가 있었으면 하구나

게으르지 않을 핑계

치열하게 살아야 할 핑계

더 높이 나를 끓어올려야 할 핑계

 

철든다는건 이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 거겠지?

이 바람을 껴안고

이 바람속에서

이 바람이 아름다울 핑계

이 바람속에서 행복해 할

핑계가 있었으면 한다

 

임아

내게  이 바람을 사랑해야 할

핑계가 되어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