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오봉리로 가자
김병욱
오늘은 눈보라가 거창하구나
거센 바람에 흰가루 날리니 강마저 안보이는구나
임아! 이런 날에는 오봉리로 가자!
양미리 몇줄에 책 두어권 들고 가자
가다가 빙판에 차가 멈춰서
그대와 둘이 손잡고 걸어서 가면
해지기 전에야 도착 못하겠니
5평 작은 움막 벽난로에 불부터 지피자
보이차 한잔 따르고나면
마음부터 따뜻해질테니
굳이 술이 필요하겠니?
게으르게 늦잠 자고
심심하면 장작이나 해서 하루종일 불이나 때자
창문밖 눈보라 바라보며
봄에 곰한마리 몰래 잡아먹을 궁리나 하자
밤에 책 펴놓고 읽다가
누가 목탁두들기며 움막을 돌거든
저놈의 땡중귀신은 이추위에
수고도 많구나하며 낄낄대자
며칠 눈쌓인 산골짝 오지에 들어앉아
라디오, 티비도 없고
아무도 올라오는 이 없으면 그얼마나 좋겠니?
오늘은 손발이 차니 마음까지 시리구나
임아! 이런 날에는 오봉리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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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것은 짧은 대신 여러가지를 숨길수 있어서 좋습니다
위에 숨겨놓은 것들 다 찾아낼 사람이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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