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의항구

마장터의 추억 5

지리산자연인 2020. 2. 7. 22:18


인터넷 귀농카페에서 15년은 알고지내던 분들(문학산님, 몽치님)이 최근에 마장터를 방문하시고는 사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정준기 아저씨는 별로 변하지도 않으셨네요

참 산신령 같으신 분입니다

마장터는 저 낙엽송이 너무 많은게 좀 흠이더군요

그게 70년대에 돈 된다고 전국적으로 심었는데 이젠 돈도 안되고 너무 크게 자라버리니 그거 가지고 집짓는데 쓰기에도 좀 그래요




아저씨 오두막 주변의 잣나무들은 조금 컸네요

저 잣나무 마른 솔가지들을 모아다가 화덕에 불붙일때 썼습니다

저녁에 불땔때 낙엽송 시뻘겋게 타는 걸 쇠로 된 통안에 넣고 입구를 닫으면 숯이 되는데 화덕에 종이에 성냥으로 불붙여 솔가지 던져 넣고 숯을 붓고 부채질 하면 바로 불이 붙었습니다

참나무 숯은 화력은 센데 불이 잘 안 붙어요


낙엽송 숯은 화력은 약한 대신에 불이 잘 붙고 주변에 흔했구요

손님들이 산 아래서 종종 술하고 안주 들고 올라오시면 그 화덕에 낙엽송 숯에 불 붙여 돼지고기 구워 술안주 하고 그랬습니다


그 낙엽송은 ... 주변에 흔한데 화력도 약하면서 도끼질 하면 진짜 안 쪼개집니다

제가 도끼질을 낙엽송으로 배웠어요


한번은 도끼질하다 힘들어 몸살기운이 오던데.. 하루 쉬고선 불때고 구들방에 등지지고 자니 그 다음날 멀쩡하더군요






아저씨의 오두막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이 나오고 저 문을 열면 작은 방이었습니다

왼쪽의 통은 숯을 넣어두는 통으로 보이고 옆에 작게 삐져나온 것은 화덕으로 보입니다

저 양철 밥상은 2004년에도 있었습니다

2002년 11월 저 오두막에 지붕을 새로 하는데 일주일 전부터 미리 억새를 베고 지게로 날랐는데 저 작은 오두막 지붕하는데도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용마루는 찍미리라고 하는 풀로 만들었는데 그거 만드는게 쉬운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지붕은 샌드위치 판넬 지붕이 쵝오

지붕하는 날 저하고 백도사하고 아저씨 셋이서 하는데 11시경 끝났습니다

그러고선 일꾼들 대접한다고 아저씨는 꽁치통조림 하나 따서 화덕에 찌개를 끓이고 사진에 보이는 양철밥상에 막걸리 올리고 해서 술을 마시는데 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바람소리 들리고...

그러면서 오래전 김포수 살아계실때 보안대 사람들하고 총으로 곰 잡던 전설적인 이야기도 하고..

그때가 참 기가 막혔는데요 ㅎ

백도사가 성격이 좀 까다롭지만 않았으면 계속 마장터에 사는 거였는데요

마장터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이제는 따뜻한 남쪽나라 지리산에 터전을 잡자 해서는 산청군 오봉리에 임야를 샀습니다



2006년 3월에 대법원 경매로 임야 3만평을 헐값에 사서는 귀산 준비하던 시절의 사진

저때는 좀 싱싱했네요

2002년 9월초에 태풍 루사가 왔는데... 개울 옆에 자다가 물에 떠내려 갈 뻔 하기도 하고...

2002년 추석이 왔는데.. 집에는 가기 싫고 아저씨께는 집에 간다고 하고선 저는 며칠 설악산 산행을 했습니다

집에선 7급 전기직 공무원으로 과천에서 근무하는줄 알고 있었습니다

2001년 7급 전기직 시험 5명 뽑았는데 그때 같이 산업자원부에 신청한(그때는 성적순으로 가고 싶은 부처와 근무지를 선택했습니다) 동기는 태백시 광산보안사무소에서 아침에 토익책 들고 출근해서 여섯시 칼퇴근 한다고 하던데...

광산업이 사양산업이라도 아직 국내에 광산들이 남아있고... 안전을 위해서는 담당공무원이 있어야지요


그때 설악산 마등령에서 텐트치고 자는데 새벽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형님과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손에는 저 주려고 맛있는거 들고...

제가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아버님은 젊을때 모습이셨는데.... 우리 아버지가 저리 잘 생긴 분이셨구나..

그렇게 며칠 설악산 오세암 마등령 그리고 상봉을 헤메는에 마등령에서 길잃어 큰일날 뻔 하기도 하고..

마등령에 딱 한군데 길 잃기 딱 좋은 곳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날이 아버님을 꿈속에서 뵌 그 날이네요


2004년 2월인가 오랜만에 다시 설악산 마장터에 갔는데 그때 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무거워서 두꺼운 산야초 책과 몇가지 물건은 비닐 봉지에 넣고선 마장터 들어가는 입구 나무가지에 걸어놓고...

오랜만에 마장터에서 불때고 술 잔뜩 처묵고 자려는데 쥐가 저쪽 구석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네요

그냥 잤지요

다음날 일어나니... 머리가 뭐가 이상한데...

만져보니 고름 같은게...

時不割 쥐새끼가 내 머리를 파 먹었네?

그때는 설마 쥐새끼가 제 머리를 파먹었을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나중에 이발소에 가니... 이발사 분이 머리가 왜 이러냐고... 아이고...

그놈의 쥐새끼도 겨울 동안 배가 디게 고팠나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내 머리를... ㅎㅎ

그래서 산속에 오두막을 지을때 쥐나 지네 그리고 뱀은 못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샌드위치 판넬집 안에 구들방이 최고

마장터가 2003년엔가 개인 땅만 빼고 설악산 국립공원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러고나서 2004년 봄부터는 직원이 나와서 못 들어가게 막더군요

그것도 그렇고 백도사와 사이도 벌어지고 해서 마장터를 떠났습니다

그러고선 마장터와 비슷한 조건 오지이면서 경치 좋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피난처이자 안식처로 보급투쟁하기에 마장터보다 좀 편한 곳을 찾은게 지금의 산청군 오봉리 산34번지입니다

여긴 진짜 파라다이스입니다

제 터전을 십이월의 항구라고 하는데 항구는 영어로 haven이고 피난처, 안식처, 폭풍을 피할수 있는 항구란 뜻이 있습니다

haven이란 단어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에서 맨 마지막 부분에 반지원정을 다녀온 프로도가 병에 걸려 있는데 빌보 배긴스와 간달프가 찾아와서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도가 어디로 갑니까? 하니...

'To haven' 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haven이란 단어가 참 마음에 들어 그 뒤로 제 터전을 십이월의 항구라고 합니다

십이월은 인터넷에서 제 닉네임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고 다음엔 거시기하고 술마신 이야기도 등등 해서 연재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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