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동태가 된다는 것
마장터에서 한겨울에 산에 눈이 많이 쌓였는데 아침에 출발해 저녁까지 저 아래 마을에 도착 못하면 동태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경사진 계곡에 모르고 발을 디뎠다가 눈 속에 푹 빠져서 못 빠져 나와도 동태가 되고 술마시다가 잠시 물버리러 나갔다가 못 들어와도 동태가 됩니다
저도 술마시다가 중심을 잃고 눈속에 푹 박힌 적도 있습니다
뭐 최악의 경우 얼었다 녹았다 하다가 4월쯤에 황태가 되어 발견되는 수도 있겠지요 ㅎㅎ
사람들이 도닦는다고 하는데... 세상 돌아다니면서 도 많이 닦았다는 사람 찾아가 명상 배우거나 머리 깎고 스님이 되거나 아니면 무당이 되거나...
그런다고 도를 잘 닦는건 아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도닦는답시고 `나잘났도`를 닦더군요
마장터에 두사람이 있었는데 정준기 아저씨는 따로 도를 닦지 않았어도 행동으로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도 좀 닦았다고 하는데 아집만 강하더군요
2004년 초 겨울에 심심하니까 나무나 하러 지게 지고 톱 하나 들고 나섰다가...
날은 흐리고 눈 내릴거 같기는 한데 뭐하러 조급해하고 일을 빨리 끝내려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게를 내려놓고 마장터 주변을 한참을 걸은 기억이 납니다
그때 무위란 수를 헤아리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수를 많이 헤아리면 불행해진다
일은 몇시까지 다 끝내야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하고... 돈은 한달에 얼마를 벌어야 하고 돈이 얼마가 있어야 겨울을 보낼수 있고... 장작은 몇 평(한평은 1.8X1.8미터)을 만들어야 하고...
오늘 서울을 가려면 몇시에 출발해야 하고...
오늘 밤 따뜻하게 자려면 몇시쯤에 불을 때야 하고..
반에서 몇등 해야 하고...
TOEIC점수는 몇 점을 받아야하고...
그런데 현실은 그 숫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지요
제가 제일 힘들때 세상에서 도망치고 도망쳐 들어간 곳이 설악산 오지 마장터인데 결국 마장터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마장터를 나와 이제는 좀 따뜻한 남쪽으로 가자 해서는 2006년 3월에 지리산에서 알아주는 오지 중에 한 곳이었다는 산청군 오봉리 악산 삼만평을 경매로 3400만원에 사서는 그해 8월에 내려왔습니다
지리산에 와서도 별의 별 일 다 겪었지요
동네사람 하나가 처음 내려올 때부터 계속 못살게 괴롭히더니 지금도 그 인간 때문에 속썩고 있습니다
이사람 알고보니 선무당(반무당)이더군요
대화가 안되고 한참 싸워서 겨우 약속을 받아내면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딴소리 합니다 ㅎㅎ
보통 산속에 사는 사람들이 좀 신비한 경험을 하곤 하는데 설악산에선 그런 적이 없는데 지리산에서는 그런 경험이 좀 있습니다
밤중에 잠을 자려는데 누가 목탁을 두드리면서 오두막 주변을 도는듯한 소리가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하고 똑같은 경험 했다는 분 이야기를 밴드하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산속 오두막에서 술 한참 마시다가... 밖에 물 버리려(?) 나갔다 들어왔는데...
時不割 분명 조금전까지 몇사람하고 같이 술마신거 같은데 밖에 나갔다오니 한마리도 없네??!!
그런 경우를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열 번 정도 경험했는데 어느때는 술마시다가도 지금 내앞에 있는 사람들이 진짠가? 가짠가 하면서 마신 적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정확히는 귀신이 아니라 도깨비라고 합니다
그런거 안 보려면 간단합니다. 술을 안 마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술을 끊을까요? ㅎㅎ
나중에는 열받으니 `야 이놈들아 나는 여기 못 떠나고 죽을때까지 살아야 하니 내 꼴보기 싫으면 니들이 꺼져!'
그 뒤로는 안 보이더군요
여기 운서마을에서도 한 분이... 거기는 터가 기가 센 곳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놀러오면 밤에 무서워서 밖을 못 나갔다고 하고 자기도 밤중에 헛것하고 싸운 적도 여러번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론 술마시고 싸우신거지요?' 했더니
'그래' ㅎㅎ
누가 학교 갔다 오다가 도깨비하고 싸워서는 남의 논에서 뒹굴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를 계속 먹으니 몸에서 술을 점점 안 받고 살아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술로 다 허비하는 것도 싫고 그동안 술값 모았으면 벌써 하꼬방(방갈로) 여러채는 지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일단 하꼬방 하나 지을때까지만 술 끊자 하고선 술을 안 마시고 있습니다
지리산에 내려와서.. 제가 제일 실수한 것은 혼자서는 맨날 술만 마시고 아무것도 안되니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인가 합니다
처음에 지리산에 내려올때는 일년에 이삼백만원만 벌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하고 내려왔는데...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려니... 돈을 벌어야 하고...
혼자가 아니고 여자들은 남자들과 좀 다르니.. 돈을 생각보다 많이 벌어야 하고...
지인들이.. 하는 말이 십이월(김병욱)은 숫기가 없어서 여자들한테 말 제대로 걸지도 못하고 꼬시지도 못한다고.. 그래서 여자가 없다고 하시데요
그 사람들 참... 순진하데요
그래서 제가 '아 산골에 사는 총각놈은 몸속에 호르몬이 안 흐르냐고요?' 했지요
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나뿐인가 하노라
교과서에 나오는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는 크게 잘못된 말이고 싸가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뭣도 아닌 게 남을 가르키려 드는 놈들이 있어요 ㅎㅎ
2007년 11월에는 그때 사귀고 있던 여자한테 잘 보인답시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 담배를 끊어주겠다 했는데...
그 여자는 이주도 안되어서 연락이 뚝 끊겨버리고... 담배만 끊어버린 적도 있고...
어느때는 술끊으면 시집오겠다 해서 술을 반년이나 끊었는데...
술만 반년 끊었고.. 어느때는 두달 끊었고... ㅎ
뭐 물론 진달래한테는 니가 내 첫 여인이다 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지리산에 들어올 때부터 제일 걱정되는 것중에 하나는 과연 내가 산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뭐 가지고 먹고 살지?
가진 재주는 적고... 살아야는 하고
남들 하는대로 다 하고 살려면 돈을 남들처럼 벌어야 하는데 산골에 돈벌이는 그리 신통치 못하고..
그러니 줄이고 줄여서 살자
일년에 이삼백만 벌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그게 2006년에 제 생각이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작은 오두막에 적게 벌고 적게 쓰고...
그런데 결혼을 하려니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니 이것저것 일을 벌이게 되고 곶감하려니 감깎는 기계 사고 감말랭이 하는 건조기 사야 하고... 곶감덕장도 지어야 하고
계속 일을 벌이니 2015년까지만 해도 빚이 하나도 없다가 이제는 빚만 몇천만원이네요 에고...
사실 시골 들어와서 다들 겪는 문제중에 하나가 돈을 벌려니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농협빚은 계속 늘어나고... 그러지요
저는 2006년에 지리산 내려와서 계속 적자이다가 2012년에 카카오스토리 하고 곶감을 하면서 적자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같이 사는 여인이 있으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고 계속 일을 벌이게 되네요
지리산에 내려올때는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고 내려온건데... 돈을 벌려니 산에도 별로 못 다니고 맨날 일만 하고...
산골에 사는 자연인들은 욕심없이 안빈낙도 하면서 사는거 같은데... 사실은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시대 안빈낙도를 노래하던 선비들이 다들 노비도 있고 부자였거든요
먹고 살게 있으니 유유자적하지요
그래도 정답은 줄이고 줄이는 것인가 합니다
저는 술부터 끊었고 앞으로 술 마시더라도 분위기상 조금만 마시려고 합니다
술 끊으니 저녁에 시간이 남고..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일을 하고 좋네요
금주한지 23일이 지나니 잠도 푹 자고 몸이 틀려집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즐기면서 살려합니다
택배 부치는 것도 모아서 일주일에 세번만 부치는거로 하고 산에 자주 다니고...
일할땐 빡세게 일하고 다른 때는 여유있게 하고...
일은 놀멘놀멘(천천히 노는듯이 일하지만 꾸준히 계속해서) 일하고...
제가 터를 잡은 산청군 오봉리나 함양군 운서리나 너무 좋은 곳입니다
지리산에선 자기 집 지을 자리만 있으면 지리산국립공원 일억사천만평이 다 내것인데
오봉리는 연인과 숨어살고픈 지리산이란 책에 지리산에서 연인과 숨어살기에 좋은 곳으로 손꼽은 곳이고
함양군 운서리 구시락재는 조선시대 대유학자 김종직 선생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때 이리로 지나갔습니다
이 부근에는 전쟁때 빨치산들이 숨어 살았던 동굴들이 몇군데나 됩니다
제가 터를 구할때 아무 생각없이 느낌이 좋은 곳을 찾았더니 이런 곳들을 찾은거 같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참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을 욕하고 헐뜯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 사람들은 상대방이 없더라도 그 사람 욕을 잘 안하더군요
이 동네 박성*씨는 어느때 누구 곶감이 어떠느니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쉬 이건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거다'하시더군요
6.25 때 하도 죽고 죽이고 했기때문에 그런거 같습니다
2006년 12월의 오봉리 오두막입니다
산속에서 이런 오두막이면 충분합니다
저게 원래는 3X6미터 철제 조립식 천막으로 안에서 불때는 구조였습니다
겨울밤에 밖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아궁이 앞에서 불때면서 석쇠에 돼지고기 얹어서 굽고 소주 한잔 마시면 좋았지요
전기는 2007년 7월쯤에 들어왔습니다
위 사진의 천막에 샌드위치 판넬 씌운게 이 오두막입니다
내부엔 두사람이 누울수 있는 작은 구들방이 있고 싱크대와 작은 욕실이 있습니다
지리산마트는 풍성합니다
여기 운서리 부근에는 송이도 있고 능이도 있습니다
뭐 산에 가면 곰도 있고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도 있고 강에는 수달도 있고 여름엔 은어도 올라오고
송이
오봉계곡 우리 아지트
소위 말하는 지리산모텔 수영장
오봉리에 젊은 사람이 몇사람 안되니 아예 계곡 관리할수 있는 권한을 얻을수도 있을겁니다
산삼이란게 대부분 오래전 근처 인삼밭에서 새들이 열매를 먹고 산에다가 똥 싼거에서 나오는거라 산에 다니다보면 산삼도 있습니다
산삼 찾는다는게 오래전 남의(새들의) 화장실 뒤지는거란 생각합니다
이 부근이니 평상시에 여기 산 좀 뒤져도 되냐고 이장님들께 이야기해놓으면 됩니다
여기는 함양군 구시락재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