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가을은 바쁜 계절이다
농사를 안 짓긴해도 지붕을 새로 올려야 하고 겨울을 나려면 땔감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이 글은 그때 산속에서 지붕을 올리던 때 이야기다
지붕은 억새로 한다.
용마루는 찍미리라는 생긴건 억새 비슷한데 대신 줄기가 가느다란 풀로 한다
정준기씨가 용마루를 만들고 있다. 저분 아니면 저곳 안 돌아간다. 저 백모씨는 용마루같은거 만들줄 모른다
나도 그때 옆에서 도우며 이엉을 만들고 억새단을 나르고 열심히 도왔다
겨울을 나려면 뭐 집주인인 백모씨에게 잘 보여야 했으니깐...
이엉을 엮는데 자꾸 엉터리로 만들어서 많이 혼났다
백모씨는 많이 야단치는데 산할아버지는 마음이 넓어서 괜찮다고 하신다
뭐 그 이엉이 백모씨 집에 올릴 것이었으니....ㅋㅋ
이엉을 엮고 있는 나
아래 사진은 지붕올릴 준비하고 있는데 눈이 와서 기막힌 풍경이다
사진속에 보이는 파란색은 전부 천막용 천이다
첫눈이 왔어요
가을에 이것저것 할거 많은 시기에 저 지붕올리는 일 준비하느라고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그리고 또 장작 패는데 한달 쓸 장작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
뭐 기계톱으로 하면 빠르긴 하다
그래도 고역이다
특히 저 동네에 흔하게 구할수 있는 낙엽송이란 놈은 화력도 약한 것이...
게다가 그 밑엔 버섯이나 나물도 하나도 안 자란다
그리고 낙엽송밭에 텐트치면 꼭 무덤위에 텐트친것 같이 찝찝하고...
그런것이 쪼개지기는 진짜 안 쪼개진다
저 산에 있는 나무중에서 젤로 안 쪼개지는 놈일거다
뭐 그 얘긴 나중에 하고..
그날 아침 산할아버지 오두막 지붕올리는 날...
아침에 일어나서 백모씨하고 인사하고 보니 할아버지께서 일 시작하려는 분위기다
그래서 가서 돕기 시작한다
우선 위에 있던 낡은 용마루 풀어서 던져버리고...
억새지붕을 단단히 붙들고 있던 비닐 밧줄들을 한쪽만 푼다
그리고 지붕위로 둘둘 만 이엉을 올려서 처마부분에 편다
이때는 밑둥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야 한다.
그 위로 억새단을 계속 올려서 지붕위에 억새 윗부분이 아래로 가도록순서대로 편다
억새단을 다 폈으면 그 위에 또 이엉을 얹는데...이땐 아래 이엉하고 반대로 한다
마지막으로 팽이처럼 둘둘만(참 희안하게도 묶었다... 내 재주론 용마루 엮기가 좀 힘들거 같다)
용마루를 올려놓는다.
미리 이때쯤엔 산할아버지께서 양철바께스로 만든 화덕에 두부 한 모 다 넣고 꽁치 통조림도
하나가 다 들어간 귀한(산에서는 귀한) 김치찌게를 올려놓으셨다
그런 다음에 저 풀어놓은 밧줄을 다시 지붕 반대편으로 보내서 서까래에다가 묶는다
이 장면에서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난다
나와 백도사는 풀어지지 말라고 꽁꽁 묶는데... 산할아버지는 묶지 않고 이래저래
매듭기법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고정시킨다
그러고도 그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험한 바람들에도 절대 풀어지지 않는단다
우리가 꽁꽁 묶은거 나중에 풀때는 좀 짜증이 날텐데... ㅋㅋ 죄송스럽다
두세시간 걸려서 오전인데 벌써 일은 끝났다
그날 하루일은 그걸로 끝
이제 바깥 바람은 세차게 불기 시작하고 우리는 산할아버지네 부엌으로 들어간다
문을 자꾸 휘젓는 바람과... 그 바람에 맞서는 산골사람들이 대충 나무로 짠 위에다가
요소비료 비닐푸대(요게 참 귀하게 많이 쓰인다. 창문에 바른것도 이 비닐푸대다) 덮은
문...
그 안에서 산할아버지께서 끓이신 맛나는 찌게 안주에다가 옛이야기 하면서
막걸리를 마신다
윽.. 저 귀한 막걸리... 여긴 보투(보급투쟁)의 어려움으로 해서 싸고도 알콜양이 많은
댓병(1.8리터)소주를 주로 마신다. 산할아버지께서 미리 일꾼들 먹을거를 준비하신 것이다
뭐 나야 그런거 안줘도 일만 잘하지만... ㅋㅋ
어차피 그곳에서 여러사람이 필요한 일거리는 주로 거기 놀러왔었던 사람들(나처럼) 일 시켜서
한 것이다. 뭐 이런데 살면 일당이나 술 안줘도 와서 일 잘해준다 ^^
그래도 대부분의 일은 산할아버지께서 혼자 하신다
그리고 옛이야기들...
일제시대때만해도 원님도 이 길로 고성으로 갔다고 한다
그땐 미시령길이나 진부령길도 없었다
전에 그곳에다가 전쟁뒤 집을 지은 화전민들...
사실 그곳은 이북지역이었다가 수복된 지역이니 원래 토박이는 없고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토박이니... 하면서 살던 곳이다
전에 사셨던 내가 거기 가기 불과 수년전에 돌아가신 그곳의 전설 김포수 할아버지...
예전에 전쟁후에 보안대 사람들과 같이 곰을 잡았단다
듣기론 한 77마리 잡으셨다나?
그래서 그런지 곰이 없다
산골의 오후는 그렇게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곰 이야기 좀만 더하자면..
전에 백도사가 여기 곰발자국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두번인가 조사를 나왔었단다
내가 미친다... 도대체 무슨 곰이 있다고...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오는게 싫으니까 없는 곰도 보이나 보다
산할아버지 말씀이 곰발자국은 꼭 사람발자국 비슷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니 누가 맨발로 걸어갔지? 한단다
아마 그곳에 큰 동물이 사는건 맞는거 같긴 하다
백도사가 발자국을 봤다고 했고..
사실 나도 발자국 큰거 봤다
하필이면 그 발자국이 꼭 내가 다니던 길 내 발자욱위로 고대로 찍혀가지고
순간적으로 혹시 이 놈이 내 뒤에 있지 않을까? 해서 소름끼쳤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내 경험으론 우리나라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동물은 안 산다
아마 큰 사슴이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