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사람을 만난건 11월의 어느날
친구들하고 산속으로 놀러와서 산할아버지댁에서
할아버지하고 친구 셋하고 한평반짜리
방안에서 며칠 같이 자고 갔다
처음엔 등치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갈거 같더니
나중에 왔을때는 살이 쪼옥 빠져있었다
심마니라고 했다
백도사님 말로 '쟤가 그렇게 삼을 잘 캐네?'
한다
일년에 3,400뿌리를 캔다나?
대부분은 장뇌고 그 중에 산삼도 몇뿌리 되나부다
산삼에는 천종이 있고 지종, 인종이 있고...
잘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보기로는 젤 잘 생긴게 천종이고
그 다음에 도라지 비슷하게 생긴게 지종이고...
인종은 몬 봐서 모르겠다
산삼이 가격이 정해진게 없고
부르는게 값이라지만
최소한 못 받아도 한뿌리에 천마넌이 넘으니
꽤 고소득 업종에
종사하는거다 @@
나도 다 때려치고 삼이나 캐봐??
진짜 심마니는 산세만 보고도 삼이 있다없다를 안다는데... 흠...
나중에 산할아버지가 그러신다
'그 친구 骨통이야' -_-
'예?'
'전과가 6범이야'
'왜요? 산삼캐서
돈 많이 벌잖아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술먹고 사람을 때렸어!'
크...
'술먹고 사람
때리고 순경 둘이 오니까
순경둘을 잡아 패고..
교도소 들어가서 간수가 밥 넣을때
그거 잡아당겨서 두들겨 패고..
그래서 독방가고...'
-_-
대단하당
아니 사실 좀 부럽다
나 디셈버 힘 약하다
주로 맞고 자란 편이고 그래서 공부에 매달려서 시험만
잘봤다
와...
나도 그래보고 싶었는데
자유! 무정부! 내맘대로 내키는 대로 살고 싶기도 했다
의정부서 홍제동
가는거?
뭐하러 구불구불 길따라 빙빙 돌아가느냐 말이다
그냥 지도에 나오는대로 일직선으로 무조건 돌진해서
나무 나오면
부러뜨리고 바위 나오면 걷어차고...
백운암? 인수암? 거 폭탄으로 폭파시켜버리고.. ^^;;;
그렇게 일직선으로 가보고 싶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몬하지..
내가 삐뚫어지게 걷는것으로 보이는건
내가 삐뚫어져서가 아니라
시공간이 삐뚫어진거라고
마구 우겨본다 헤헤
비내리는 날 씰데없는 생각 해봅니다 헤헤헤
사실 저 착한 눔이라요
2.
산속에서 들어갔으면서도 책을 주문해 보기로 결정하고
핸펀으로 책들을 주문했엇다
배달장소는 심마니 염사장댁
그때가 일월쯤 됐나?
이쯤됐으면 도착했겠지하고 내려가니 주인부부는 없고
대신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저기 창고 같은데서
나온다
아니 거기 뭐가있지?
내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데 늘 거기서 나온다
산속에서 산다고 하니
나보고 그런다
재작년 2월에 눈이 한 일미터 오십내렸는데
밤 9시에 **터로
올라갔다고...
설피도 없고 그냥 후레쉬 하나 들고 올라갔는데 중간에
밧데리도 다 떨어졌다고...
그렇게 다른 철에는
4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서너시간이나 걸려서 목숨걸고 갔단다
밤이라 잘 안 보이고...
엉뚱한데 밟으면 자기 키높이
이상으로 빠지고 헤쳐나오고..
또 빠지고...
사실 이거 좀 무섭다
늘 느끼는 거지만 가다가 지쳐서 도착 못하면 저세상
가는거고..
도중에 가방에 넣은 술 좀더 일찍 맛 보겠다고
댓병용량의 술을 병나발을 불어댔다간 역시 가는 수가 있고...
내가 그랬다
'그런데 왜 올라가셨어요?'
그런데 그냥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아니 밤중에 서너시간이나
걸려서 올라갈 일이 있었나?
그러고 새벽3시에 내려올건 또 뭐람?
그때는 그런갑다 했다
나중에 봄이 돼서 산할아버지가 올라오셔서
같이 고기궈서 술마실때(역시 댓병소주 하하)일이다
밑에 내려갔다 올라와서 이틀만에 댓병소주 바닥내고...
그리고 그 다음날 산 할아버지 올라오셔서 댓병 소주 마시고...
담날 백도사님 영림서(산림청) 사람들하고 올라오셔서
같이 고기궈서 댓병소주 마시고...
담날은 나하고 산할아버지 역시
댓병소주 마시고...
그 담날은 백도사 멋모르고 따라온 불쌍한 북면 면사무소 사람하고
같이 마시고...
그리고 그 다음날
얘기다
술마시다가 그 얘기를 꺼냈다
'그 사람 겨울에 그 높이 쌓인 눈을뚫고 밤중에 올라왔다는데
왜 올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했더니...
'그럴 이유가 있었어'
아니... 산할아버지도 알고 계셨나? 그때 속초에 계셨을텐데...
졸라서
얘길들어보니..
그사람 사업 망해서 숨어살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한겨울밤에 누가 잡으로 오니까 목숨걸고 산으로
도망쳤고...
맙소사... 그래도 그렇지... 죽으면 어쩌려고...
나도 그런 눈속을 뚫고 다녔지만 그래도 주로 낮에 다녔고
종종 다니던 길이라서 눈이 좀 단단하게 다져있었다
하고...
대단혀... 강원도 사람들 존경스럽다...
그런데 그 창고...
거기에 지하실이 있었던건 아닌가?
거기서 숨어지내다가 내가 오고하면 나와보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 친구 나한테 괜히 친절하게 하길래 그냥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실은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나 보다
그런줄 알았으면
술친구... 아니다 그 친구 술도 안마신다
내가 가면 괜히 말걸고... 친절히 하고...
그리고 산삼에 대해 물어보고 하니 7부산삼이 어떻고 8부가 두루마치가
어떻고...
천종이 어떻고... 지종이 어떻고 얘기해줬는데...
그리고 자신들이 캣다는 7부 엄청나게 큰 산삼도 보여줬는데..
그 사람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