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마지막 화전민이 아니라 이천만씨
여기 오신지는 25년이 넘었다
속초에 살면서 나물하고 약초 캐서 파느라 지나다니다가
여기에 들어와 집짓고
살았다
그 전엔 탄 캐면서 살았다
내가 공무원 동기가 태백 광산보안사무소에서 일한다고 하니
'내가 전에 한 일년반 도계에서 석탄캤어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 다음날 출근할때까지
탄가루가 목에서 나왔어'
그러신다
'난 공기가 나쁘면 소화가 안돼
그래서 관뒀지
그러고 나서 노가다 했어'
설악산 어느 봉우리 아래 전기,전화 하다못해 그 흔하디 흔한
임도하나 없는 곳에 들어왔다
왜정때는 산판(나무베는 사업장)도
있었고 원님도 그리로 넘어다니고
집도 수십채 있었다
그러다 분단되고 수복되고 미시령과 진부령 그리고 한계령으로 길이 뚫렸다
그 이전엔 그 길 뿐이었다한다
용대리 길에서 40분 거리다
험할건 없지만 여름에 폭우내리면 길이 막히고 사라진다
겨울엔 몇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작년 12월엔 폭설이 내려 길을 내면서
내려오느라 삼일이나 걸렸다
겨울엔 보통 1시간 이상 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술먹고 가다가 집에 도착 못하는 수도 있다
처음엔 땅주인 집에서 방얻어 살다가
직접 투막집을 지었다
투막집이란 허리를 펴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천정이 낮은 방이다
강원도 사람들은 웃풍이 세지 말라고 그런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다 다시 지붕을 더 올려서 이제는 허리펴고 일어서 있을수 있다
한평 반짜리 방 거기에 딸린 부억에 조그만 광하나 그옆엔 정자하나...
그래도 없는게 없다
뒤져보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
낚싯대, 설피, 침낭, 등산장비, 군용장비...
다들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것들이다
이곳 집들은 다 억새지붕이라서 샛집이라고 하기도 하고
엎을장받을장 우물정자로 쌓아서 귀틀집이라고 하기도 한다
전에는 굴참나무
코르크층을 벗겨서 말린
굴피로 지붕을 햇지만 그것도 할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억새로 지붕을 한다
이 집들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대지로 허가난 것도 아니고...
하지만 강원도 화전민들이 언제는 허가맡고 집 지었나?
면사무소에 여기 와보라고 해도
인제군 북면 15명 직원들 바쁜데 어디
오겟는가?
전엔 35명이었다는데 줄어서 15명이고
그것도 여직원 빼면 몇 안된다
그래도 어떤 사람 멋도 모르고 백도사
따라서 온 적도 있다 ㅋㅋ
내가 다 미안했다
그리고 조그만 텃밭이 있고..
거기엔 돗나물, 곰취, 치커리, 옥수수, 고추, 호박이 있고
참나무 베어서 표고버섯도 반찬에
쓰려고 있다
밭 가장자리엔 돌탑을 조그맣게 쌓아 그 위에 예쁜 돌에다가
' 大관세음보살'이라 적었다
그렇다고 절하고 그러는건 아니다
그저 적적하고 하니 만들어 놨다
전에 여기 살던 화전민들은 70년대 초 정부의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거의다 소간령 넘어서 외지로 나갔다
가끔 바람에 들려오는
소식들 뿐...
화전민 이주정책은 그 당시 하도 공비들이 침투하고 하니
아예 소개시켜 버린것이다
그 자리엔 경제수라고 낙엽송들을 심었다
백두대간길에서 보이는 전국의 낙엽송 자리들이 대개 그런 이유로 생겻
을 것이다
여기 낙엽송들은 영 볼품이 없다
원래 우리나라 나무도 아닌거 그 밑엔 나물, 버섯이 전혀 안나고
그래서 동물도 없고...
게다가 30년동안 간벌도 한번 안했으니 다들 엉망이다
그리고 그 밑에 텐트를 치면 꼭 무덤위에 텐트친 기분이다
여기 봄은 4월에 얼레지나물캐는 걸로 시작한다
그 이전엔 속초 내려가 계시면서 보험 외판원 하시는 사모님하고 지내신다
영
산할아버지하고는 안 어울리는 모습이다
산할아버지는 산신령을 닮아서 마음이 산 같으신 분이다
그래서 이런사람이 오든 저런 사람이
오든 잠을 재워주고
또 겨울에 사람들이 허락없이 자고가도 뭐라고 안 하신다
하지만 사모님은 중형차를 몰고 보험을 하시는 세련된
도시 할머니시다 염색도 하셨다 -_-
작년엔 4월 5일에 시작되엇지만 올핸 눈이 많이 내려 15일에 시작했다
그리고 나물이 끝나면 뱀을 잡고... 동물도 잡고...
요거는 좀 불법이다
나도 한마리 잡아먹었지만(^^*헤헤) 잘 묵고나니 밀구렁이라고
천연기념물이다 깨갱...
잽히믄
벌금 쪼매 물거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송이를 캐고 약초를 캐고.. 주로 당귀다
송이는 꽤 비싸다
일키로에 60마넌까지 갔으니까..
그런데 솔잎혹파리 때문에 영 시원찮다
그래도 송이 하나 근사하게 생긴거는 120그램짜리가
7마넌이 넘는다(심심해서 무게까지
재봤다 ㅋㅋ)
그거 산을 새벽부터 밤까지 다 뒤져서 두어개 따면
일당이 된다 하나도 못 딸때도 있다
올해 여기도 설악산 국립공원에 편입된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나면 짐승 잘못잡았다가는 벌금이 이천마넌이라는 소식... @@
거의
몇년치 소득이다
이제 산할아버지도 늙으셨다
젊었을때는(50살때-_-) 침대 매트리스를 지게에 지고 올라오셨다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못한다
아래에 보이는 집이 산할아버지 오두막이다
전에 그랬다
'아저씨 언제까지 여기 사실거에요?'
'죽기전까지 여기
살아야지..'
그러다가...
'나중에 집 파실거면 저한테 파시죠?'
그랬더니 시원하게
'그러지 뭐' 하신다
이십년 된 집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삼십년은 더 쓸거다
하지만 사람이 안 살면 망가지는 법...
그걸 어떻게 유지하지??
그래도 대한민국에 이런 집 몇채 안 남았다
다들 지붕바꾸고... 그러고 산다
나 나중에 늙어서 여기 들어와 살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