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랍시고

백개의 연못

지리산자연인 2006. 1. 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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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개의 연못

산그림자 저쪽 봉우리에 걸리더니

외로운 나그네는 어쩌라고

계곡에 밤이 내렸다

긴 나태와 무기력의 시간들...

모두모두 버리고 떠났다

왜 떠났지?

왜 떠나야만 했던 거지?

나도 몰라

그냥 떠나야만 했으니까...

다시 못 돌아올지도 몰라

길위에서 스러지면 그것도 내 운명인 것을...

조금만 가면 쉼터라더니

아직 계곡은 깊기만 깊고

몸은 투정부릴 기운조차 없는데

두 발은 어찌해서인지 저절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랬구나...

짜증과 투덜거림도 그것도 복이었구나

그도 아직 힘이 남아 있어야 하고

들어줄 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구나

내면 깊은 못속 잡념들이

땀으로 사라질 때

물소리는 바위에 부서져

안개꽃처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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