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

지리산자연인 2006. 1. 21. 16:07

몇년전 그저 속세가 싫다고 무조건 배낭 매고 오지로 들어간게 강원도 점봉산 진동리다

그때가 3월 하순이었으니 계곡엔 눈도 안 녹았을때다

뭐 원래 그지역이 6월까지도 눈이 있다고 하고 일년의 반이 겨울인 지역이다.

처음엔 방동리로 해서 방태산으로 들어갈 계획이었고 그 안쪽에 있는 아침가리(조경동)도

들러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방태산자연휴양림은 아직 개장을 안했고 그래서 이틀밤을 텐트에서 자면서

진동리로 들어가 단목령에 자리잡았다

단목령에 마음을 둔 이유는 백두대간 안내서에 나오는 지도중 제일 지리가 평탄하면서도

오지여서였다

 

그때는 단목령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 하늘찻집이 있었다 지금이야 많이 변해서

찻집은 사라졌지만 그때가 훨씬 좋았던것 같다

어디나 그렇듯이 우리나라에서 조금 경치좋다 하면 외지 사람들 특히 서울 사람들이

잔뜩 와서 땅값 다 올려놓고 오리구이니 하는 각종 식당과 황토집 요즘은 펜션이 인기라

펜션을 잔뜩 지어놓곤 한다

그곳이 그렇다 최근 3년만에 가본 진동리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때 단목령 근처에서 이주이상 있었다

3월 하순이라 4계절용 텐트속에서 미군용 중고 고어텍스 침낭커버에 겨울용 침낭에

다 껴입고 얼굴에는 바라클라바까지 썼어도 새벽엔 추웠다

며칠지나니 무슨 생각을 하려고 해도 잠을 계속 설쳐서인지 머리가 잘 회전이 안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산속에서 혼자살때 힘든것이라고는 속세가 싫어서 떠나왔어도 인간이 그리워진다는것

그래서 며칠만에 단목령 넘어 오색으로 보투(보급투쟁)하러 내려갔다.  내려가니 역시나

지도에 오색초등교가 나오더니 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거기서 할머니한테 쉰김치도 팔라고 해서 사고... 말린 갈근(칡뿌리)도 차 마실려고 사고...

기타 필요한 보급품들 사고... 사람구경도 하고 올라왔다

그 가게에서 만난 나이드신 분이 생각난다 내가 진동리쪽에서 지낸다고 그러고

고추장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가게에서 나를 따라 나서서는 자기 집에

가서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그냥 주시는거였다

그리고 그걸 넣어갈 배낭까지 빌려주시고...

 

그분이 콕허라고 콕허를 코펠로 부르지 않고 콕허로 하신 기억이 난다

경기도에서 사시다가 내려오셨다는 분...

그리고 한시간이나 걸리는 단목령을 넘어서 진동리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서

술마시고 오신다는 분...

강원도 사람들이 그렇다 제대로 길도 없는 눈이 깊게 쌓인 산길을 한겨울에 새벽3시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강원도 사람들이다

 

들고간 휴대폰이 안되어서 동쪽으로 한시간 가보고 서쪽으로도 한시간 가보고....

겨우 통화가 되고... 전화로 내가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고 해서 그 단목령 생활도 끝났다

 

지금까지 여러군데를 다녀봤지만 인심으로는 강원도 사람들이 제일이지 않나 싶다

아마 인구밀도가 제일 적어서 일꺼다

친절했던 사람들은 백두대간 탈때 거창으로 보급문제로 내려갔을때 쌀을 사는데 등산복 차림에

무거운 짐을 진 내가 불쌍했는지 찹쌀을 한 웅큼 집어 주시며 찹쌀 넣고 먹으면 밥이 맛있다고 하신

쌀가게 아줌마...

육십령 근처에서 나한테 김치를 주었던 식당 주인과

쌀을 구할려고 근처 민가에 들어갔을때 내게 돈도 안받고 쌀 1키로 정도를 주었던 여학생..

그리고 문경시를 지날때 점촌에 들렀는데 콩나물국밥을 시켰더니 거의 이인분을 주셨던

식당주인...

그리고 나머지 내게 친절했던 분들은 거의 다 강원도 사람들이다

 

정선 부수베리에서는 보투 내려왔다가 매점이 없어서 근처 민가에서 파와 계란을 거저 얻기도 했고

대관령 못가서 닭목이라는 곳에선 산불예방때문에 지키던 사람이 나를 강릉까지 태워주기도 했고

다음날 아침에는 내가 다시 닭목에서 올라가려고 하니 슬그머니 못본체 피해주기도 했고...

오대산 진부령에서 있을때는 조그만 계곡 밭옆에 있었는데 어떤 택시운전기사가 내가 며칠

지내고 있는 곳으로 보급품 배달 전화로 주문하니 가지고 오시기도 했고...

또 그 밭주인은 내가 며칠 지내도록 해주셨고...

제일 크게 신세진 분은 마장터의 산할아버지다

지금 생각하니 계속 민폐만 끼치고 다닌것 같다 ^^

 

뭐 다 좋은 사람만 있는건 아니다

그땐 백두대간을 탔었고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겐 대개 친절하니까...

그리고 백두대간 주위는 우리나라에서 오지들이고 오지사람들이 대개 친절하다

뭐 안좋은 사람 둘만 대자면...

산타는 사람들에겐 유명한 사람으로 오대산 노인봉 산장의 성*수씨하고 백모씨 정도...

그 성*수씨는 기인으로 유명하고 팬들도 많은 사람이다

대신 인터넷에서 읽은 바로는 악명도 높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속세가 싫어 한 일주일정도씩 국립공원 산장에 있어봤는데

노인봉산장에 있을때는 그 성모씨가 마음에 안들때는 자기를 때리기도 했다나?

어느 백두대간 구간 종주자는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고 나니 한잔에 4000원씩해서

여섯명에 이만사천원 달라고 했다고 투덜대긴 했다^^

 

뭐 이런사람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니까...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

그때 백두대간을 다닐때는 침낭만 2키로고 텐트도 3키로라 고생했는데

다시 백두대간 간다면 침낭 1키로짜리?o가 요즘 새로 나오는 비박색 1키로 짜리 들고

무게 차이만 3키로가 되니 날아다닐수도 있을것이다

3키로 차이는 크다.

보통 내 배낭에 넣고 다니는게1.5리터 페트병 두개이니 거기 물채우면 딱 3키로다

 

다시 떠난다면야 간데 또 가는거는 싫으니 다른 오지나 무인도에 갈거다

매일 벽에 걸린 배낭을 보며 다시 탈출을 꿈꾼다

 

 

 


단목령 사진.  인터넷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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