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산속 동물들...2

지리산자연인 2006. 1. 25. 00:17

다음엔.. 밀뱀이다
뭐 마장터에선 별로 먹고 살것이 없다
그저 산신령께 기대서(기생해서) 먹고 사는거다
나물과 송이와 약초를 빼면...
불법으로 짐승들 잡고 뱀잡는 거다
요즘은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어서 좀 힘들긴 할거다

그 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뭐 산속에서 살면서도 슬리퍼까지 들고 가서 지냈는데...
슬리퍼 신고 텐트앞을 나오니 내 앞을 스윽 지나가는거다
윽... 놀랬다
그리고 좀 있다가 그 녀석이 또 앞을 지나가고..
그 뱀이 좀 이쁘게는 생겼다. 뱀이 이쁘다니 좀 그렇지만...
다른 뱀보다 비늘이 오밀조밀한게 특이하게 생겼다
산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밀뱀이란다
두번이나 뱀한테 놀라서 산할아버지께 놀러가서 그 말씀을 드리니..
그거 밀뱀인데 독없어 하신다
그러면서 자신이 뱀 잡을때 쓰시는 나무로 만든 집게를 빌려주려 하신다
그래서 고맙지만 됐다고 그냥 돌아왔는데...
개울가에서 햇빛에 달궈진 돌에 선탠하는 녀석을 또 만났다 -_-
이제 이 녀석 독없는거 알았겠다 겁도 없어져서 돌을 몇번 던지니 즉사하신다
그걸 자랑도 할겸 구워도 먹을겸 작대기에 얹어서 산할아버지께 가서
구워 달랬더니...
화덕에 숙련된 조교의 솜씨로 마른 솔잎에 불붙여서 집어넣고 숯을 올려서
불을 피워주신다.  그때 화덕쓰는거 처음봤다
그렇게 구워서 산할아버지께 같이 먹자고 하니 괜찮다고 하셔서 기념사진
찍고 혼자 먹었다

뱀 얘기 좀더 하면..
산할아버지 오두막 옆엔 드럼통 잘라놓은게 있고 그안에 잡아오신 뱀들이
잔뜩 들어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뱀탕을 끓여주시는데
산할아버지께서 인심이 좋으셔서 값은 싸게 받으신다
그중에 인기있는 것은 칠점사.. 다른거는 좀 비린데 이게 들어가면
탕이 구수해진다.

다음엔 멧돼지..
산속에서는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을 쉽게 보긴해도
진짜 멧돼지 보기는 쉽지 않다
얘들이 지능이 개와 비슷하다는데 정말 그런지 사람이 멀리서 다가오면
미리미리 피해서 산을 오래 다녀도 만나보기 쉽지 않았다
다만 얘들이 성깔이 있어서 자기 물먹던 샘근처(청옥산 꼭대기 샘터)에
자기 물도 못 먹게 텐트쳤다고 지 승질에 꽤액꽤액한걸 듣기도 하고
평소 지나가던 길위에 텐트쳤다고 꽥꽥하는 소릴 들었다.
처음본건 벌재 옆에 있는 저수재근처에서 뒷꽁무니만 본거...
다음에 진짜로 본건 마장터 처음 찾아갔을때 계곡에서 였다
갑자기 저 앞에서 등에 갈기(?목뒤로 난 시꺼먼 털)가 난 녀석이 도망가는데..
좀 놀랬다 ^^
그래도 생각보단 순해서 사람이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건드리는 일은 잘 없다
백두대간 탈때 조령 부근에서 내가 지리산부터 왔다고 하니 등산객이
'아니 산짐승이 안 덤벼요?'하고 묻기도 했지만 여태 날 공격한 짐승은 없다

다음엔 어느 뱀...
어렸을때 누가 뱀이 날아다닌다는 소릴 한적이 있었는데..
설마 뱀이 날아다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속리산을 지날때 눈앞에 어느 뱀이 몸을 감고 있다가 스프링처럼 말았다 폈다하면서
탁탁탁 세번을 튕겨서 날아가더니 저 어디로 사라져버렸다
뱀이 진짜로 날아다니는구나..-_-
그게 무슨 종류인지는 모르겠다

다음엔 부엉이...
산할아버지와 길없는 숲을 지나가는데 앞에서 큰 새가 갑자기 날아가는거다
그래서 내가 '아니 독수리인가봐요? 꽤 큰데요?'했더니
산할아버지께서 '부엉이가 그렇게 크더라고'해서 부엉이인줄 알았다
아마 부엉이가 그랬을거다
'얘들은 잠도 없나? 왜 남들 자는 대낮에 돌아다녀?'
^^

그리고 고슴도치..
언젠가 산할아버지께서 한마리 잡아오셨다
등에 쌀푸대로 만든 백을 내려놓으시더니 한마리 꺼내시는거다
산에 다니다 보면 낙엽이 돌돌 말려있는게 있는데 그게 고슴도치라나?
며칠지나서 다시 놀러가 보니 없다
물어보니 도망갔다고...
글쎄... 혹시 파시지 않았을까?^^

그리고 너구리...
너구리는 제일 흔한 편이다.
그곳은 산토끼가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아서 토끼보다도 많다
그때 겨울에 눈이 평균적으로 일미터씩은 쌓여있을때였고
개가 두마리였을때다
한마리는 마장터의 마스코트로 작고 털도 짧아서 겨울마다 발발 떨면서도
멀쩡하게 겨울을 나던 암컷 누르빠하고 백도사 동생분이 데려온 4개월된 수컷 진도개
바이꺼가 있었다
그 등치 큰 깡패같은 수컷녀석이 지도 사내라고 누르빠를 자꾸 못살게 굴고 해서
둘이 종종 싸우곤 했다
어느날밤 밖에서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역시 둘이 싸우고 있다
그래서 그 옆을 이렇게 보니... 거기엔 누르빠가 있다
잉? 그럼 저 바이꺼하고 노는 애는 누구지?
너 누구~니? 하면서 뛰어가니 도망간다
너구리였다
뭐 산속에서 심심하고 하니 나도 저녀석 잡아서 키워볼까해서 잡기로 했다
내가 쫓아가니까 그때까지 그 녀석하고 놀던 바이꺼마저 마구 뒤쫓는다
큰 바이꺼마저 쫓아오니 도망못가고 내가 손으로 잡아서 들었다
그랬더니 그때까지 가만있던 바이꺼가 입으로 물어버리는거다
아니 이 녀석이...그래서 놓으라고 때리니 물고 안 놓아준다
뭐 그 녀석이 날 물까봐 세게 때리지는 못하고...
겨우 떼어내서 큰 물통에 넣으니 축 늘어진다
다음날 아침 내가 보기에 살아있긴 틀렸다 싶어서 아래 동네 심마니 염봉승댁에 가져다줬다
그리고 그 바이꺼 녀석은 식탐때문에 아무거나 물고 그러더니 부엌 선반위에 놓아둔
쥐약을 먹더니 죽어버렸다

이제 내가 본 짐승들 얘기는 거의 다 했다
못한 거라고는 내가 못 본 사향노루나 곰, 그리고 표범정도?
백도사말로는 뭐 큰 짐승이 살거라는데... 내가 보기엔 안 그렇다
산이 크긴 하지만 저쪽은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에 고냉지 채소밭이고
이쪽은 미시령인데 큰 짐승이 살기엔 좀 좁다
뭐 누가 사향노루는 있을거라고 같이 잡자고 그랬다는데...
글쎄 있을지...

나중에 산골로 들어가면 때되면 야생노루 새끼들이 산을 내려온다는데
그런 녀석이나 한마리 데려다 키울까싶다
그렇다고 내가 자연주의자는 아니고...
그 산할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꿈꾸는 자이니...
나중에 산에 들어가 살게 되면 산에 올무 놓고 멧돼지와 노루, 고라니 몰래 잡고 할거다
뭐 새끼를 잡게 되면 기르고...
자연보호다 해서 산짐승 잡는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글쎄... 진짜 자연 망치는 사람들은 산림청 사람들이 아닐지... 짐승들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임도를 거칠게 깎고... 그래서 비 많이오면 산사태가 나고...
산짐승들 잡아도 5,60년대 산이 그렇게 황폐했을때도 멸종을 안했으니 절대 멸종되거나 하진
않을거다.  대신 도로를 너무 많이 내놔서 짐승들이 이동을 못하니 거의 동종교배에 의한
열성화가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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