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터의 봄은 4월중순에야 시작된다 2002년도엔 12월초부터 눈이 1미터 이상씩 와서 다음해 4월중순에도 눈이 많이 남아있었다 대개 4월중순에야 눈이 좀 녹는다 그럼 그때부터 산살림이 시작된다 시작은 나물채취... 얼레지를 채취하는 것이다 얼레지는 참 독하다. 눈 밑에서도 올라오고 등산로에서도 길위에 등산화에 짓밟히면서도 그래도 올라온다 독이 조금있어서 욹궈내서 조리해서 먹는다 아랫동네에는 얼레지를 말려서 팔기도 한다.
그 다음엔 곰취와 여러가지 나물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렇지만 주로 곰취를 많이 채취한다 곰취가 젤 많고 또 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많았다는데 산나물 채취하러 서울에서도 오고하니 많이 줄어들었다 산나물 채취한다고 몇시간 조금 험한 산을 헤매고 다닌다 산할아버지를 따라다녔는데... 처음엔 올라갈때 내가 등산로에서 먼저 앞에 가다가.. 나중에 산을 오르내리며 산나물 채취할때는 도저히 산할아버지를 못 쫓아간다
나물은 개미취, 미역취, 참나물, 누리대, 병풍취.... 이름도 모르는것들이 무척 많다 누리대... 이건 꼭 당귀하고 비슷하다 차이는 키가 당귀보다 작다는 것하고 잎이 좀더 톱니처럼 되어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먹어보면 된다 ^^ 당귀잎도 쌈싸먹는다. 그걸 쌈싸먹고 나서 물을 마시면 입안이 화~해진다고 한다 누리대는 누린내가 난다고 해서 다른 지역사람들은 못 먹고 강원도 사람들만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냄새를 잘 못 맡는지 잘만 먹었다^^
참나물은 많지도 않고 거기선 별로 인기가 없었다 개미취... 이건 너무 많았다. 묵밭에 널린게 전부 개미취인데... 너무 흔하니 좋은걸 몰랐다. 뭐 취나물은 대개 맛이 좋아서 인기가 있는데... 그걸 채취해서는 쪄서 말렸다 나는 2004년 봄에 채취한것을 버려두고 내려왔다 꽤 많았는데... 국립공원 직원(그것도 말단)하나가 나를 못 쫓아내서 안달이어서.. 개미취는 요리법을 찾으려고 네이버 검색해도 안 나온다 쩝.. 그외에 산할아버지께서 인진쑥이란거 야생인걸 채취하신것도 봤다
그것이 끝나면 주로 멧돼지를 잡는다 그래봐야 산에 올무놓는것이니 멧돼지가 바보들만 있는것도 아니고.. 일년에 두어마리 잡는다 예전에 많이 잡을땐 한번에 세마리, 또 세마리 해서 일년에 12마리도 잡으신 적이 있다던데 그때는 산할아버지께서 한해 두마리 잡으셨다 그게 사실은 좀 잔인하다 생명은 질긴거라서 죽으라고 하면 잘 안죽는다 그걸 옆에 있는 나무를 톱으로 잘라서 죽을때까지 팬다. 그러다 힘이 다 빠졌는데도 안죽으면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온다 심마니 염봉승씨 말로는 집돼지는 죽은지 며칠지난거 먹으면 탈이 나는데 멧돼지는 며칠지나서 창자속 독이 온 몸에 퍼진거 먹어도 탈이 안 난다고 한다
어쩌다가 노루가 잡히기도 하고 오소리가 잡히기도 하는 모양이다 언제는 사슴새끼를 잡았는데 산에 있는걸 데려와서 먹일게 없으니 다시 산에다 풀어주셨다는 말을 들었다
여름에는 뱀을 잡는다. 그건 7월 중순이후에 주로 시작된다 독없는거 독있는거 다 한 마리에 만원이라는데 칠점사는 좀 많이 받는 모양이다 그래도 몇몇 종류는 천연기념물이다 그걸 산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뱀탕을 끓여 판다
8월 말쯤되면 송이를 딴다 이게 강원도 사람들에게는 큰 돈이 된다 시세가 좋을땐 1키로에 60만원이상이 나간다 한번은 궁금해서(심심해서) 한번 무게를 재보자고 해서 재봤더니 조그만게 120그램이 나온다. 7만원이 넘는 돈이다 전에는 더 많았다는데 솔잎혹파리가 한번 지나가고 나니 별로 없다 이제 소나무 재선충이 올라오면? 그땐 정말 강원도 사람들 죽어난다
가을이 되면 이리저리 바빠진다 약초도 캐야 되고... 집 지붕도 해서 올려야 하고.. 약초캐는건 지붕을 다 한 11월초부터 시작한다 딴건 없고 주로 당귀다 얼음이 언 계곡에 내려오면서 캐는데... 그때 하루를 산할아버지 쫓아다녔는데 감기에 훌쩍이면서도 당귀향은 진하기만 했다 그때 하루를 캐고 거의 이년을 그 당귀로 차를 끓여마셨다
백도사는 뭐 자연주의자니 짐승잡는거에 뭐라뭐라 한다 그리고 강원도 사람들이 다들 산신령께 신세지고 사는 분들이니 그 동네 사람들을 싫어한다. 뭐 다 환경파괴하는 사람들이라나? 그리고 자기 영역을 침입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마장터 놀러왔다가 백도사에게 쫓겨난 사람도 여럿된다 -_- 오래전에 아마 70년대 말에 그 지역 땅을 산 모양인데.. 지금은 그 마장터에서 국립공원아닌 땅은 그 사람땅과 백담사 땅뿐이다
난 거기에다가 팬션은 아니고... 그냥 산속에 들어와 며칠 놀다가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산장을 짓고 싶었다. 뭐 백도사 동생하고 친구분들이 놀러올 산장을 짓기는 했지만 내 힘으로 짓고 싶었다. 뭐 전기가 안들어와도 그런 생활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니 산장을 해서도 먹고 살수는 있었을거다 그리고 놀러온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서울와서는 그사람들한테 놀러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와서 내게도 서울오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고 가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몇번 놀러온 사람인데 명함주고 설피 빌려신고는 안 돌려주고 그냥 가기도 했다 그 설피는 그해 산할아버지께 빌린거고 내것도 아닌데... 쩝.. 나는 산장짓고 손님들 받고 그런 세속적인 생각이 강했지만 산할아버지는 그런생각이 별로 없으셨다. 그냥 오는 사람들은 개울옆에 만든 원두막에서 재우거나 아니면 조그만 방이지만 자기 방에서 그냥 재우셨다 어느땐 한겨울에 아는 분들이 몇명이 놀러와서 산할아버지 방에서 불때고 자고 갔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자물쇠가 망가져있어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사람들 말도 안하고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갔네'하시는거다 그래서 '아니 자물쇠를 부순건가요? 망가진게 아니고요?' 했더니.. '뭐 눈쌓인 겨울인데 다시 내려가기 힘들테니 자고가면 되지' 그러시면서 나중에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말도 안하고 갔다고 그것만 서운해 하셨다
이제 국립공원에 편입되었으니 먹고살기가 좀 불편해질거다 뭐 동네사람들이 와서 산나물채취하는건 국립공원직원들도 좀 봐주긴한다 아마 산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먹고사시는지도 알고 있을거다 하지만 산할아버지야말로 천연기념물 같으신분이니 봐주나 보다
마장터에서 느낀것은... 자연주의 삶을 동경하지만 그게 참 험한 삶이라는거였다 항상 계절이 불때마다 부는 바람들과... 그리고 험한 날씨... 산할아버지 일년 수입은 천만원이 채 안된다 뭐 아랫동네 김광일씨처럼 민통선지역내에서 야생꿀채취하고 하면 .. 아니면 염봉승씨처럼 산삼캐고 동충하초 채취하면(동충하초는 한마리에 만원) 더 많은 돈을 벌수도 있을텐데... 산할아버지는 그쪽엔 관심이 없으신것 같다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오늘 낮에 거기서 알게된 분이 마장터 다시 안가냐고 전화를 하셨다 그분도 거기다 이층집을 짓고 명상센터같은거 하시고 싶으신 모양인데... 백도사 심술을 견뎌낼수 있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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