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집을 만들다
그때가 2002년 12월 말이었다
12월초에 눈이 많이 내리고... 그리고 산할아버지 하산하시고..
그리고 12월 20일 아가씨마저 하산하고... 사방 수키로미터 안엔
나 혼자다
그래서 심심해서 할건 없고 밖에 12월초에 1미터 넘게 눈이 오고 또 계속 눈이 왔으니
눈은 쌓여있겠다 이글루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산속에 살며 속세에 있던 사람들에게 내가 설악산속에 이글루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긴했다
그런데 막상 눈은 왔는데 내가 게을러서 가만있다가 옆에 아무도 없으니(누르빠 빼고)
눈집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뭐 fm대로 한다면 눈 벽돌을 만들어서 쌓아올려야 하는데..
그게 맘대로 안되는거다
그래서 그냥 눈을 쌓아올리고 안을 파내기로 했다
첫날 눈을 마구 쌓아놓고 있으려니 누가 온다
서울쪽에서 환경부내에서 어느 부서 기획실장을 하신다는 이모씨하고 어느 사진작가분이다
그분 말씀이 '여기가 북극에 핀란드 같죠?' 하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선 내게도 자기들끼리 소주 한병(이홉들이 한병.. 애게...)을 가지고 왔는데 같이 마시자고
했는데 난 괜찮다고 했다
눈은 너무 많이 왔겠다 그분께 집 안 무너지느냐고 물었더니 너스레 정도는 부러져도 안무너진단다
그러고 둘째날에는 거의 다 완성이 되어가는데 또 어느분이 올라오셨다
이미지가 어느 기업 사장쯤되어보이시는 분인데 조금 천진난만하시다
그분께 부탁해서 사진을 한방 찍었다
이 사진이 내가 만든 이글루에 대한 유일한 증거사진이다
 오른쪽이 이글루... 옆의 개는 마장터의 여왕 누르빠..
나중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
'니네들 이런거 못봤지?' ㅎㅎㅎ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자보진 못했다
죽을까봐 무서워서.. -_-
실제 그안의 온도는 영하 몇도 정도이니 자도된다
설악산에서 겨울에 희운각산장에서 만난 사람은 등산하다 산위에서 설동(간이 눈집)을
만들면 바람도 막아주고 안이 따뜻하니 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고도 그게 무너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하긴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잣나무 아래에 햇볕이 적게 드는곳에 지어놨더니 이듬해 3월말까지도 그대로 서있었다
그때 3월초에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로 한탄조 비슷하게 '이 눈들 언제 다 녹냐?'
했더니 그 친구가 '대단한 곳에 사네? 여긴 초여름이야!'하는 답장을 보냈다 -_-
2. 별들이 반짝이는...
2004년 2월에 다시 마장터에 있었다
2002년 겨울에는 밑에 있는 좀더 큰집에서 살았는데 집에 사람이 항상 안사니 집이
망가져서 너무 추웠길래 다시 그 위에 있는 백도사가 종종 명상하는데 쓰는
(그리고 나한테 안 빌려주려고 하던...) 오두막에서 지냈다
어느 달도 없는 밤에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촛불을 끄고 누워 있다가
하늘을 보니... 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좋다...
그러다...
'아니 뭔 방안에 천정에 별들이 반짝이냐?'
놀래서 다시 쳐다보니 여전히 천정엔 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그 전에 놀러오셨던 어느 분이 그 방에 꾸며진 장식들을 돌아보며
백도사한테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이건 프랑스지역 명상을 하는 분이 꾸민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백도사 왈
'전에 스페인 여자애가 여기서 지냈던 적이 있어'라고 했다
그 여자 어떤 여잔지 재주도 좋은 여자인것 같다
천정에다가 야광으로 별들을 그려 넣다니...
나중에 놀러왔던 속초시 사람들이 그런 얘기도 했다
'전에 여기 오니 어느 서양여자가 요강을 씻고 있더라고...'
ㅎㅎ
백도사도 참 재밌는 사람이고 발도 참 넓다
다른데선 안 그런 모양인데...
위에 말한 거기 놀러오셨던 분 말이...
밖에선 안 그러던데.. 저기 작은 새이령 넘어오니 말투가 바뀌더라고.. ^^
그 때문에 다들 마장터가 좋아서 왔다가 도망갔다
-_-
세상 좀더 재밌게 살수 있는데... 에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