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마음만으로 떠나는 여행

지리산자연인 2006. 1. 27. 16:46

65리터짜리 배낭에다가 겨울용 침낭에 2인용 텐트하나 넣고..

빨래판 매트리스에다가 취사도구에 이것저것... 그리고 일주일치

식량과 연료를 넣으면 가득찬다

 

그리곤 적당히 물구할수 있는 곳에 텐트칠 곳을 찾아서 텐트친다

먹는것은 참 별볼일 없다. 워낙 배낭안에 넣을수 있는양이 적은데다

뭐 호강할 생각이면 서울에 있지 안 떠났을 것이다

밥에다가 찌게 하나정도... 그리고 김이 보태진다

김치를 넣으면 배낭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김치는 적게 먹는다

 

백두대간 뛰는 사람들은 김치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아니 그럼 어떻게 밥 먹느냐고 물었더니..

그때 도래기재 근처 박달재에서 만난 사람은 시장에서 말린 새우를 잔뜩 사서

가끔가다 만나는 휴게소에서 초고추장을 사서 그 초고추장에 찍어서 겨우

밥만 목구멍으로 넘긴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호의호식할때가 있다

그 사람말로 백두대간 도중에 만난 어느 할아버지가 백두대간 뛴다니까

아 너는 내 영웅이라며 휴게소에서 감자탕을 사줬단다. 마늘이 듬뿍든 감자탕...

그런식으로 고생하다가 먹는 음식은 맛있다

어느 50대 다되어가는 사람은 백두대간 뛰다 산딸기를 먹고 있는데 어느 가족이

그걸 보더니 김밥 하나를 다 주더란다.

그 맛 못 잊지...

그 사람이 한말중에서 자기는 낚시를 주로 다니는데 우리나라 섬이 거의 무인도 되어간다

고 한다. 그래서 거기 무덤있고 하면 밤에 무섭지 않아요? 하니

'거 백두대간 뛰는 사람들이 미친넘들 아닙니까?'한다

맞는 말이다 ^^

 

배낭에 김치는 적고... 찌게에 넣을것도 적고...

김치가 적은거는 비싼 이유도 있다

그땐 구두쇠 작전이었으니까..

종종 양파를 사서 넣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어묵.. 잊어지지도 않는 부산어묵...

이건 전국에 안 파는곳이 없다.  어묵중에서 제일 싸면서도 양 많다

그러니 국물만 많이 넣어서 고추장 많이 넣고 다시다를 많이 넣었다

서울에서는 자취할때도 한달지나도 다시다 1000원짜리를 다 못썼는데

산속에서는 일주일이면 다 썼다

그리고 토란대인가? 말린 줄기를 넣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곰팡이가 슬어있었는지 어느땐 먹고나서 이상해서 그다음부턴 안 넣었다

토란대는 무게가 가벼워서 좋다

 

그렇게 먹으니 영양가가 적으니 밥만 많이 먹게 된다

보통 4키로짜리를 8일만에 다 먹었다

진고개 휴게소에서 산 메밀국수 1키로는 이틀을 못 갔다

 

봄이 되면 제일 좋은때이다

나물도 많고 종종 두릅도 있다

처음엔 뭐가 나물인지 몰라서 많이 헤맸다

구룡령가는 길에 응복산 근처에서 며칠있었는데 그때 나물 뜯으러 갈천리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께 나물을 배웠는데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서

그분들이 주신 샘플만 들고 똑같은 그림을 한참 찾고 있으니 다른 팀들이

지나가면서 웃었다.

그때 손에 든게 참나물이다.

구룡령에서 조침령갈때는 진동리쪽으로 흐르는 냇물 근처에 곰취가 그렇게 많았다

아직도 그 곰취들 멀쩡할지...

그때 맛이 참 진했는데... 그게 혹시 곰취가 아니라 앨개지인가 하는것이 아니었을지...

어쨋든 그 맛을 못 잊겠다

 

산속에 있으면 무섭지 않냐고 종종 묻는데...

무섭진 않다. 오히려 산짐승이나 귀신들이 더 나를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다

4월에 정선 백복령을 지나갈때 어느 농민이 밤에 춥지 않냐고 묻던데...

4월엔 안 춥다. 겨울용  침낭에 4계절용 텐트이니까...

그래도 그거가지고 겨울에 산에서 잘수는 없다

뭐 침낭과 침낭커버만으로 영하 20몇도 아래서도 잘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자는게 아니라 어찌어찌 밤을 보내는거다

3월말에 진동리에서 지낼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걸어보면 추위에 흙이 얼어서

얼음이 기둥모양으로 땅위에 올라와 있어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땐 잠을 깊게 못자서 집중이 잘 안되기도 했다

 

산속에서 호강이라면 라디오를 듣는것이다

자동으로 채널 찾는 라디오는 잘 안 잡힌다. 

수동으로 채널 찾는 라디오가 좋다

대신 구할려면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한다

 

백두대간 마지막으로 지리산부터 조령지나 하늘재까지 종주했을때는 10월이었다

그땐 많은 것이 엉망이었다

먼저 안에 액체가 들어가있는 성능좋은 나침반은 깨져서 망가졌고...

라디오는 고장나서 일기예보를 들을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스틱은 자고 있는데 누가 집어가 버리고...

게다가 시계까지 고장나 버려서 몇시인지 알수가 없어서 조령에 도착해서는

일찍 텐트를 쳤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게다가 내 핸펀은 밧데리가 거의 다돼서 가끔 켜서 문자메세지나 시간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그때 가입했던 카페 사람들에게 나한테 일기예보를 가르켜 달라고 했는데...

그걸 문자메세지로 알려달라는 소리가 아니라 전화걸어서 전해달라는 소리로 알아

듣는 바람에 일기예보도 못 들었다

 

백두대간을 여기 종주하다가 다시 저기로 가서 종주하고... 그리고 며칠 보내고..

그러는 바람에 빼먹고 안 간 곳이 몇군데 되는데 이제 두군데로 줄었다

하나는 태백시 예수원 근처 구간이고 하나는 백복령에서 삽당령구간이다

예수원 근처에서는 물때문에 내려왔다가 광동댐이주단지로 올라갔기에

몇시간 거리를 빼먹었다.  광동댐 이주단지는 산꼭대기에 있는데 차로도 꼭대기까지 올라갈수

있다.  그러니 나중에 함 가보시기를...

동해까지 시야가 트여있으니 날씨가 좋으면 경치가 기가 막힐 것이다

백복령에선 그때가 봄이었는데 산불감시한답시고 사람들이 많이 지킬때였다

그래도 입구엔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한시간이나 산속에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지키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사정사정하는데... 그 사람이 가는귀가 먹었다고 못 알아듣겠다고 하면서

무조건 내려가라고 해서 내려왔다 쩝..

며칠뒤에 그 백복령~삽답령 구간을 다시 갈 생각이다

 

아래는 그 시절 시쓴답시고 썼던 거다. 장소는 광동댐 이주단지

다시 보기엔 좀 창피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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