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낙엽송

지리산자연인 2006. 1. 4. 16:30

낙엽송

 

올만에 보는 놈들이다 ㅎㅎ
니들 아주 잘 만났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오늘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것도 아주 덩치 큰 놈이다
반가운 마음에 땅바닥에 패대기 쳐놓고
도끼를 하늘높이 쳐들었다가 꼴통 한가운데를 냅다 갈긴다
스트레스 확 날릴꺼란 기대와는 달리
상처만 조금 나고 멀쩡하다
이놈이...
그리고 두어번 더 쳐댄다
그래도 멀쩡하다
이번엔 그쪽은 포기하고 뒤통수쪽을 노린다
깡~ 역시 실패
열몇번을 시도하다가 포기한다
결국은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

이놈은 대체 뭐 이따위로 생겨묵었나?
뭐 속이 튼실하기를 하나..
남들 더불어 살수 있게 승질이라도 좋기를 하나
뭐 혼자 잘났다고 그 옆에는 제대로 잘 자라는 놈들 별로 없고
그저 비슷비슷하게 씰데없는 놈들만이 늘 옆에 있다
그리고 꼭 그 가운데 서면 무덤위를 밟고 있는 느낌이다

이 놈을 우째야 쓸거나?
피나무처럼 단 한번 살짝 대기만 해도 쫘악 쪼개지기를 바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물푸레처럼 여러가지 작대기로 쓸데있기를 하나..
소나무처럼 쪼개면 향이 그윽하기를 하나..
잣나무처럼 열매가 열리기나 하나...

참나무..
요넘은 정말 쓸만한 넘이다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자랄때는 넓은 잎에 애벌레들이 살고..
뿌리와 줄기에는 사슴벌레나 풍뎅이들이 살고..
가을에는 도토리나무가 열리고..
옆에는 온갖 버섯과 나물이 자라고..
베어다가는 집짓는데도 쓰고..
아니면 한쪽에 두고 표고종균 뿌려서 버섯이나 따먹던지..
산에 그냥 버려두면 느타리, 영지 버섯이 피고..
불때면 화력 아~주 좋고..
빨갛게 탈때 못쓰게된 큰 솥에 넣어서 닿아 놓으면 숯이 되었다가
저녁때 일끝내고 괴기 굽고 소주먹는데 따악이고...

유럽에서도 참나무하면 단단하고 믿을수 있는 놈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누구와 약속을 할때 변함없는 우정, 사랑을 이야기할때
참나무를 이야기한다고도 한다
Tie yellow ribbon around old oak tree
늙은 참나무 둘레에 노란 리본을 달아줘
미국에선 80년대 이란 대사관사건 인질이 돌아왔을때
그리고 전쟁나간 군인들이 돌아올때 참나무(요샌 아무 나무나)
둘레에 노란 리본을 달아준다는데...

그런데 말이다
이 넘의 낙엽송이란 녀석은 대체.... !@#$$#@%
집지을때 재목으로 쓰든지 아니면 산할아버지 뒷간 지으실때
아니면 장작으로나 쓰지 대체 쓸데가 없다
장작으로 써도 무게가 가볍고 근처에 온통 널려있으니깐 쓰지
대체 화력도 약한 넘이 장작좀 패려고 하면
왜 그렇게 안 쪼개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쪼개져도 꼭 옆으로 껍질 벗겨지듯이 벗겨지기나 하고 말이야..
내 힘만 쪼옥 빼놓는다

거 내가 보기엔 이 친구 수입산이다
국내산이 아니라 근처에 버섯이나 산나물이 자라지를 않는다
산림청에서 빨리 자라고 집짓는 목재로 괘안타고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안 심은데가 없다
것도 간벌을 좀 해줬으면 되는데 간벌도 안했다
낙엽이랍시고 날카로운 잎들 잔뜩 떨어져서는
냇물까지 색깔이 안 좋다
냇물에 가재가 안사는 이유가 낙엽송 독때문이라나?
그 밑에 차 세워두면 낙옆의 독으로 차 페인트가 망가진덴다
그 밑에다가 텐트를 쳐봤는데..
벌레는 많고... 누우니 느낌은 무덤위에서 자는 느낌이고(폭신폭신)
달밤에 텐트 위로는 왠 도마뱀이 기어오르고.. -_-

어제 그 놈들하고 대판 싸웠다
물론 내 아끼고 아끼는 설악산 젤가는 대장간표 도끼하고..
수령 2,30년 된 놈들하고 한판 붙어서 결국 다 쪼개놨다 푸헬헬..
백도사하고 동생분이 '너 그거 혼자 다 쪼갰냐?'
할 정도니까..

지난주 산에 올랐더니
달라진 풍경이 산에 있는 수십년동안 간벌한번 안한 낙엽송들
셋에서 넷중 하나빼고는 몽땅 베어놓았다
9월에 국립공원에 편입된다고 그러더니
그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보기 싫다고 쫘악 베어버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공단에 직접 건의해서
저 우리나라 나무도 아닌것들 쫘악 베어버리면 어떻겠냐고
예산이 없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할 생각이었다

수만그루에서 수십만 그루의 낙엽송 시체들..
으아.. 이제 좀 설악산 마** 풍경이 살아난다
그간 저 녀석들이 경치를 가렸는데..
조오타
이제 저녀석들 옮겨다 때면 수십년은 땔나무 걱정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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