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비 내리던 날의 저녁 엉겅퀴꽃이 화려이 피더니 어느새 여름입니다 두류산은 꿀벌들에 점령당했습니다 점령군은 밤꽃위에서 온 산을 흔들어대고 얼치기 산도둑놈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나들이 다녀온 벌들이 나무들 사이 열린 하늘에서 벌비가 되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밤꽃이 산에 가득하니 벌통마다 꿀이 가득하고 그.. 시랍시고 2008.06.12
동서울터미널 사는게 뭐지? 왜 사는가? 살다보면 좋은날 있겠지?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너머 좋은곳이 있겠지? 그게 아닌가봐 난 여태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나봐 그래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있었어 하지만 늘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오늘 잠깐 그 거짓말에서 헤어나와 나를 보았어 인생이란 별거 없어 짧.. 시랍시고 2008.03.02
[스크랩]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간 그 허름한 식당. 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 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 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 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새끼의 그 말만은 믿지 말아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는 말이 있.. 시랍시고 2008.02.05
[스크랩] 그리움/김종환 그리움 김종환 나 여기에 전봇대처럼 서 있을께 너 한번 지나가라. 그냥 아무렇게나 한번 지나가라. 옷깃 만져 보거나 소리내어 울거나 안보일 때까지 뒷모습 주시하지도 않을 테니 그냥 한번 지나가라. 시장을 가듯이 옆집을 가듯이 그렇게 한번 지나가라. 시랍시고 2008.01.31
취하는 밤 취하는 밤 네가 내곁에 없는 이 행성위에도 계절은 흐른다 시간이 너를 점점 잊게 해주니... 그 시간이란 놈이 오히려 원망스럽다 너를 잊지 않겠노라 집어던진 술잔을 다시 든다 지인이 억지로 권하는걸 뿌리치지 못했노라고 그렇게 치사한 핑계를 대며 다시 술을 마신다 즐기지 못하는 건 죄다 기쁘.. 시랍시고 2008.01.20
모슬포에서../김영남 모슬포에서 / 김영남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픔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겟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 시랍시고 2007.12.04
[스크랩] 격정 나는 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사랑을 선택하였다 흰 꼬리 수리가 너도밤나무에서 너도밤나무로 날아다니며 태양과 바람과 공기에 자신의 울음소리를 섞듯이 맨발로 내 인생에 뛰어들어 나를 서술해줄 사랑이 필요하였다 나를 자양분 삼아 무한대의 욕망이 피워 올리는 쓰리고 격한 사랑의 향수로 .. 시랍시고 2007.11.22
[스크랩] 침묵~ 바닷가에서 주운 칼날 침묵, 바닷가에서 주운 칼날 - 김정란 나는 이제 망설이지 않는다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므로 나는 내면의 신전에 내려갔었다 신탁은 분명했다 그것은 쓰여진 글자였다, 이번엔 당당하라, 너를 죽여라, 그리고 너 자신이 되어라 나는 거대한 침묵에 휩싸여 무섭게 조용해진다 어제 새벽에 내.. 시랍시고 2007.09.03
[스크랩] 벌통 나르는 밤 이제 해는 지고 저녁이다 7시 다되어 마을 형님댁으로 간다 형님이 담그신 겨우살이로 담근 막걸리를 나누니 일과 끝나기도 전에 취기가 올라온다 이제 거의 어두워졌으니 벌통을 날라야지... 형님 두통 나 두통 산길을 걸어 내 움막까지 벌통을 나른다 나 여기서 뭐하나? 한때 조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시랍시고 2007.06.15
[스크랩] 지리산에서 간밤에 내린 비로 세상이 더 깨끗해졌습니다 언제 이리 빗물의 소중함을 알았을까? 지리산 농장에 내린 단비가 어설픈 농부의 가슴을 훤하게 합니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같은 겨울을 지난 산에 모든것들이 다시 살아납니다 무생물같던 마른 묘목에서 순이나오고 또 핍니다 오미자, 다.. 시랍시고 200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