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이 분다 왼종일 몰아치는 이 바람은 작년 산죽밭을 뒤집던 그 바람, 내년에 다시 올 바람 바람은 왜 불어오는가? 산길은 왜 험하게 굴곡져 있는가? 그래 바람은 불어야 하고 비는 내려야지 친구는 떠나야 하고 마음은 늙어가야 한다 달이 눈에 녹는 밤 어린 마음 한잔 술로 달랜다 2003.4.16 십이.. 시랍시고 2006.01.06
조장 조 장 지붕위 시루떡으로 켜켜이 쌓인 고독 눈물로 흘러내리는 아침 오두막 옆 물박달위에서 가마귀 한쌍 가악가악 나를 보챈다 신선봉 내린 물은 청명으로 달리고 하얀 우리 아가는 네발로 겨우내 덮은 넓은 솜이불 밀쳐낸다 그래 오늘은 너도 이사가야지 순하디 순한 눈 살작이 감아 고운 잠자는 바.. 시랍시고 2006.01.06
초겨울 풍경 초겨울 풍경 1. 이 골짜기 두집 살림에 눈내리고 당귀철도 지났다 철모르는 황사바람 날리는 날 정노인이 일을 서둘면 이웃집 나이든 두 총각이 어적어적 겨울을 보태러 온다 엎을장 받을장 쌓아 올린 통나무 사이사이로 흙발라 만든 한평반 화전민촌 투막집 위로 노인이 처마위로 이엉을 깔면 억새 .. 시랍시고 2006.01.06
개머리재 개머리재 참나무위에 드러누운 한낮 개머리재 칡넝쿨은 바람을 재우더니 기어코 태양마저 잡아먹는다 지난 딱정이 위엔 새로운 상처로 피를 흘리고... 코만도 대원이 되고 싶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싶었다 전에 읽었던 책속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공상에서 이런 모습의 나는 없었다 나 지금 이 .. 시랍시고 2006.01.06
백운산 백운산 저 검은 안개 암릉위에 덮여갈 때 갈길은 멀고 발길은 더딘데 바람은 불고 배낭은 삐걱삐걱 들리듯 마는듯 누군가 소근거린다 '네가 힘들때 제일 먼저 떠난건 배신말라던 그 친구' '우릴 속였던 이는 모친께 어머니 어머니 하던 빵집 아저씨' 그리고.. 주식.. 자동차.. 집.. 헐 하고 웃지만 발은 .. 시랍시고 2006.01.06
산노인 산노인 오후내 산을 헤집었지만 허탕일세. 태풍때문인지 아니면 솔잎혹파리 때문인지 요즘엔 송이가 너무 안 보여. 이제 송이철도 일주일이면 끝이야. 가을이 깊어만 가네. 벌어 논 거는 없는데. 겨울은 다가오고 할 일은 많고... 느타리도 따야하고, 억새 베어 초가 지붕 엮고, 겨우내 땔나무도 준비해.. 시랍시고 2006.01.06
얼레지 얼레지 이른 봄 바지런히 깨어나 구릉위 대간길위 등산객 발길에 밟히우며 산죽밭속 나물꾼 군용 더플백에 담기며 여섯 잎새 자주빛 아름다운 꽃으로 피고자 넓은 잎새 가득 검붉은 핏빛, 핏빛 소망을 품었었다 붉은 것은 독이 있다 했지? 나를 그냥 내버려둬 나는 꽃으로 피어날꺼야 그래 이제 네꿈.. 시랍시고 2006.01.06
천막 천막 여기는 대자연을 향한 캠프원 나를 잡고 늘어지는 세상 떨치고 한없이 자유로이 나를 찾아 떠나는 길위에 나를 누인다 여기는 한평의 감옥 속세의 창살을 피해 나 여기 이 높은 고지까지 도망쳐 왔건만 며칠째 내리는 비와 함께 찾아온 우울함에 밤 늦도록 긴 촛불만 쳐다본다 여기는 별다섯 호.. 시랍시고 2006.01.06
나 여기서 나무되어 살까? 나 여기서 나무가 되어 살까? 나 여기서 나무 되어 살까? 귀네미골 천미터 높은 마을 고냉지 붉은 보라빛 돌밭 한가운데 구름낀 동해 바다 바라보며 두다리로 뿌리뻗어 살까? 나 여기서 나무가 되어 살까? 출세, 명예도 이젠 싫어 사랑도 몰라 날 지치게 만드는 모든것 다 털어버리고 바람 언덕에 내 가.. 시랍시고 2006.01.06
단목령 단목령 두물머리 내 작은 터에 다시 저 저주스런 바람이 불어온다 천미터 높은 산을 넘은 저 바람은 저 멀리서 부터 느릿느릿 황소걸음을 하며 박달고개 참나무 높은 가지 긴 겨울 초록빛 따스했던 겨우살이를 채어 내던지고 드넓은 산죽밭 이리저리 뒤집어 숨어있던 얼레지 여섯꽃잎을 괴롭히며 공.. 시랍시고 2006.01.06